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은산분리완화(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한도가 4%에서 34%로 확대)를 통해 인터넷은행의 영업 확대의 길이 열렸다. 그동안 여유자본 확보의 제한으로 대출영업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특례법 통과로 증자를 통한 대출확대가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케이뱅크(K-BANK)와 카카오뱅크로 대변되는 국내 인터넷은행은 빠른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은 기대보다 좋지 못한 편이다.

인터넷은행은 그동안 금리경쟁력과 모바일거래의 편의성을 내세워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은 약 11.5조원인데 출범 초기인 2017년 3분기 대비 약 119% 성장한 규모이다. 반면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모두 영업개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국회 통과

국내 인터넷은행이 경영성과 측면에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격경쟁력을 중시하는 영업전략이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수익성 저하를 불러왔다. 상품차별화보다 금리우대 및 수수료 무료를 통한 영업전략이 실적부진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경우 작년에 총 8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손실의 주된 원인이 높은 영업비용이었다. 특히 판매관리비와 수수료 지출이 영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효과적인 사업다각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한계라 할 수 있다. 출범 초기만 해도 인터넷은행은 편리하고 신속한 비대면거래,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로 예상외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뱅킹 앱을 출시하는 등 상품 편의성을 갖추면서 경쟁우위가 점차 사라졌다.

더욱이 인터넷은행의 주력사업이던 가계신용대출이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제한을 받게 되면서 수익동력이 약화되기까지 했다.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 주택담보대출, 외환 및 신탁 등의 사업다각화를 갖춘 것에 비교하면 인터넷은행들은 다각화 역량이 부족했다. 특히 이자이익 대비 비(非)이자이익 성과가 형편없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올해 2분기 이자이익이 각각 81억원, 404억원을 기록한 반면, 수수료 손실은 각각 23억원, 164억원을 기록했다.

사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은 이미 예상가능한 것이었다. 이들의 부진한 성적표는 이미 실패한 해외 인터넷은행들과도 공통점이 있다. 1995년 10월 설립된 세계 최초 인터넷은행인 미국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ecurity First Network Bank)’는 과도한 영업비용으로 문을 닫은 사례이다. SFNB는 출범 초기엔 높은 예금금리를 내세워 2년 만에 연간 5000만달러의 예금액과 1일 수만 건의 인터넷 접속 고객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홍보 마케팅 비용과 높은 예금금리로 인해 결국 출범 6년 만에 캐나다왕립은행(RBC)에 합병되고 말았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1996년 10월에 출범한 미국 넷뱅크(Net Bank)도 은행권 평균금리를 뛰어넘는 금리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국한된 단순한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넷뱅크는 경기침체로 인한 대출부실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유명을 달리했다. 결국 상품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력에 따른 출혈부담, 낮은 사업다각화 수준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는 국내 인터넷은행이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과도한 영업비용 극복이 과제

다행스럽게도 특례법 통과 이후 국내 인터넷은행들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먼저 대출사업이 좀 더 다각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특례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제6조이다. 즉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에 대출을 할 수 없도록 한 점이다. 기업금융으로 진출하려는 국내 인터넷은행들의 대상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대출로 한정된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빌려 쓴 이의 위험수준이 높아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여유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명분으로 향후 자본 확충이 가능해진 인터넷은행들이 높은 예대마진을 남길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리상승기에 진입하게 되면서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의 증가 가능성도 있다.

중금리 대출사업 역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그동안 우량개인대출 영업에 주력해왔다.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인한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중금리대출(신용등급 4~7등급 차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력,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 리스크관리 경험이 부족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금융위원회의 중금리대출 공급확대 방안 발표를 계기로 시장 유인책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은행권 대출 평균금리(6.5%)와 최고금리(10.0%) 기준에 부합되면 중금리대출로 인정받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정책대출상품인 사잇돌 대출(연 6~10% 금리, 최대 60개월 상환조건으로 1인당 최대 2000만원 대출한도)을 내년부터 선보이는 등 시장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하고 있는 비효율적 자산운용전략을 개선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고비용의 예금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마진이 작은 우량차주대출로 운용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미국의 찰스슈왑뱅크(Charles Schwab Bank)는 모기업인 온라인 증권사(Charles Schwab)의 증권거래 고객에게 부가적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예금금리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또 낮은 금리로 조달된 자금을 높은 신용위험의 대출보다 국공채 및 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운용했다.

2008년 설립된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도 모기업인 이동통신사 고객을 통해 조달비용을 절약하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을 유가증권 매매 등으로 운용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양한 주주 구성을 갖춘 인터넷은행 특성상 주주 기업의 전속시장 고객(captive markets customers)과 사업의 핵심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잘나가는 인터넷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성공비결이다.

해외 인터넷은행의 성패를 통해 파악한 또 다른 성공비결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혁신상품 개발을 통해 충성심이 강한 고객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GM이 설립한 얼라이뱅크(Ally Bank)는 마케팅 비용 절감 차원에서 ‘특화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강점을 지닌 오토론, 리스서비스 등 특화상품을 통해 로열티가 강한 고객확보에 성공했다.

또 다른 상품차별화 성공사례로서 영국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 Wise)의 해외송금서비스를 들 수 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P2P 플랫폼을 통해 해외송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시켜 송금방식을 국내 송금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상품원가를 낮추는 혁신서비스로 신규고객을 확보한 점은 국내의 인터넷은행들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줄곧 강조해온 사업다각화의 필요성 역시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가령 일본의 소니뱅크(Sony Bank)는 외화예금, 투자은행(IB), 해외송금 등의 영업 다각화로 대출업 쏠림현상을 극복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역시 개인고객대출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기업금융, 중금리대출, 비(非)이자수익사업 등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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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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