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팀이 시험 중인 잠수정. ⓒphoto fivedeepsexpedition.com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팀이 시험 중인 잠수정. ⓒphoto fivedeepsexpedition.com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구의 가장 깊은 해저 5곳을 유인 탐사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거대한 규모와 범위의 해양 탐사다. 심해는 전 세계의 모든 박물관에 있는 유물보다 훨씬 많은 인류 역사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수심 6000m 이하까지 잠항이 가능하다면 전 세계 해저 98% 이상을 조사할 수 있다.

탐험가이자 재력가 베스코보의 야심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지표는 전체 지구 표면의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끊임없이 출렁이며 인간의 도전을 유혹하는 검푸른 바다로 덮여 있다. 과연 바다 밑 지표는 어떤 모양이고 어떤 물질로 돼 있을까.

지난 12월 20일 ‘사이언스’를 비롯한 몇몇 과학지는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이끄는 탐사팀의 해저탐험 프로젝트 소식을 전했다. 일명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Five Deeps Expedition)’으로, 전례가 없는 거대 프로젝트다. 드러나지 않은 바다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가장 깊은 해저 5곳에 유인 잠수정을 내려보낸다는 것. 해저기술 업체인 캘러던 오시애닉(Caladan Oceanic), 패키지여행 전문업체인 요스 익스페디션스(Eyos Expeditions), 트리아튼 서브마린스(Triton Submarines)가 공동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 베스코보는 세계 7대 고산 정복과 북극·남극을 트레킹한 바 있는 탐험가이자 재력가다. 그만큼 극한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해저 탐사는 모험심을 앞세운 그가 엄청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키로 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

탐사팀은 세계 유수의 해양학자·탐험가·엔지니어·과학자 등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방문할 곳은 대서양 북부에 위치한 해저 8648m의 푸에르토리코 해구(Puerto Rico Trench), 남부의 8428m 해저인 사우스샌드위치 해구(South Sandwich Trench), 인도양 7290m 해저의 자바 해구(Java Trench), 태평양 1만925m 해저의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 그리고 북극해 5573m 해저의 말로이딥(Malloy Deep)이다. 해구는 심해저에서 움푹 들어간 좁고 긴 곳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6000m 이상의 깊이를 가진 해저지형을 말하며, 해구 중에서도 특히 깊은 곳을 해연이라고 한다.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프로젝트는 지난 12월 22일 시작돼 2019년까지 11개월 동안 진행된다. 처음 탐사가 이루어지는 곳은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다. 먼저 12.5t의 무인 잠수정이 8648m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후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탐사까지는 유인 잠수정을 이용해 해저를 방문한다. 탐사팀이 방문할 5곳 해저 중 사우스샌드위치 해구와 자바 해구, 말로이딥은 한 번도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는 1960년 미국 해군의 심해 유인 잠수정 ‘트리에스테(Trieste)’가 20분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1만916m까지 잠수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 2012년에는 영화 ‘아바타’ ‘타이타닉’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특수 제작한 1인용 잠수정 ‘딥시챌린저(Deepsea Challenger)’호를 타고 1만898m까지 잠수해 3시간 머무르면서 촬영을 하고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리아나 해구 속은 완벽한 암흑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수명이 100년이 넘는 해괴한 모습의 생명체가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서양에서 가장 깊은 푸에르토리코 해구는 1964년 프랑스의 잠수정 악시메드(Archimde)가 8385m 해저에 잠수한 바 있다. 악시메드는 아르키메데스라는 의미다.

물론 이들 잠수정은 기동성이 없고 연구 설비를 갖추지 못해 연구목적용은 아니다. 심해 탐사는 난관의 연속이다. 바닷속에도 폭포가 있고 계곡과 산맥이 있다. 또 육지의 분화구처럼 가스를 분출하는 화산도 있다. 그런 곳을 사람이 직접 들어가 탐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잠수정을 투입한다.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홈페이지와 리더 빅터 베스코보.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홈페이지와 리더 빅터 베스코보.

달 탐사에 버금가는 도전

이번의 베스코보 탐사팀은 ‘파이브 딥스 익스페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특수 심해용 유인 잠수정(‘Limiting Factor’라 불림)을 건설해왔다. 압력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티탄 합금으로 만든 첨단 잠수정이다. 심해는 압력이 높을 뿐 아니라 빛과 전파가 통과하기 쉽지 않아 육상에서 통용되는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물속에서는 수심이 10m 깊어지면 압력이 1기압씩 증가한다. 이를테면 수심 6000m의 심해에서는 600기압으로 ㎠당 600㎏, 손톱 위에 소형 승용차를 올려놓은 압력이 작용한다. 특히 심해 탐사에서는 정확한 위치 파악과 제어가 쉽지 않아 잠수정 제작에 매우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탐사팀이 제작한 잠수정은 1만1000m까지 수중탐사가 가능하다. 바닷속에서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잠수정에는 탐사를 위한 첨단과학 장비들이 탑재해 있는데, 고강도의 아크릴 창이 장비들을 둘러싸고 있어 해저 깊은 곳을 폭넓게 관측할 수 있다. 잠수정을 고안한 사람은 영국 뉴캐슬대학의 생태학자 알란 자미에슨(Alan Jamieson) 교수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학 분야 리더이기도 한 그는 이미 50건의 심해 탐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5곳의 해저 탐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잠수정은 2인용이다. 2명이 앉을 가죽의자 2개가 놓여 있다. 따라서 15명의 요원이 2명씩 교대로 돌아가면서 잠수하여 탐사를 한다.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베스코보와 다른 과학자 1명이 동반한다. 심해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혈압 등 건강에 이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번 탐험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과학 탐험 중 하나다. 자미에슨은 이번의 심해 잠수가 달에 로켓을 쏘아올린 장면과 같을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던 미지의 해역들을 연이어 탐사하는 만큼 해저 생태계를 비롯해 예상치 못한 놀라운 차원의 새로운 발견과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고압을 이기고 생존하는 지구 최저의 바다생물들은 해양생물학자들의 큰 관심사다.

이번 탐사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해저 지역의 고해상도 지도 작성이다. 지구의 가장 깊은 해저까지 지도로 작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계획이다. 해저지도 작성은 크게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학문적 연구이고 또 하나는 대중과의 공유다. 만일 해저촬영을 통해 지도 작성이 가능해진다면, 해구의 형성 과정은 물론 해저 지질구조를 비롯해 지구 생성의 비밀이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베스코보 탐사팀의 탐사 결과를 기대해보자.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