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접대비의 한도를 높여주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접대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법안의 취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한편, 앞서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과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 과도한 접대문화를 바로잡겠다며 도입한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접대비의 상승곡선이 꺾이는 반짝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접대비 손금한도 2.5배 확대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현행 기업의 ‘접대비’라는 용어를 ‘거래증진비’로 바꾸고 세법상 손금(損金·비용)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26일 대표발의했다. 법안 공동발의에는 여야 4당과 무소속을 망라한 의원 20여명이 참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 접대비의 손금 한도를 매출 100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현행 0.2%에서 2.5배인 0.5%로 높이기로 했다. 또 매출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 기업은 0.1%에서 0.2%로, 500억원 초과 기업은 0.03%에서 0.06%로 손금한도를 각각 2배로 늘렸다.
   
   이날 김 의원은 기업의 ‘접대비’라는 용어를 ‘거래증진비’로 바꾸기 위해 추가로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과거 부정적인 기업의 접대문화가 개선되고 있지만 거래 촉매 역할을 하는 접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며 “경제의 한 축인 기업이 움직이면 골목상권 역시 빠르게 회복하여 (법안개정이) 내수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목상권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번 접대비 한도 상향 법안 발의에 대해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과 3년 전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 접대비와 관련된 치열한 사회적 공방이 오갔기 때문이다. 이제야 거센 논란이 가라앉고 사회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다시 접대비를 늘려야 한다니 ‘역주행’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 접대비는 실제 줄어드는 추세다. 국세청에 신고된 접대비는 2007년 신고분(2006년 귀속) 이후 10년 내리 증가세를 이어오다 2017년 처음으로 꺾였다. 2007년 6조3647억원을 기록한 접대비는 2010년 7조6658억원, 2015년 9조9685억원에 이어 2016년에는 10조8952억원(2015년 귀속)으로 처음 10조원대를 넘겼지만 2017년에는 10조650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접대비가 2000억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최근 10년 새 처음이다.
   
   
   김영란법과의 충돌
   
   김영란법과 이번 접대비 손금한도 상향 조치는 국내 법률 체계 안에서도 부딪치는 점이 많다.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접대비를 ‘교제비, 사례금, 그밖에 어떠한 명목이든 상관없이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으로서 법인이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법인세법 제25조)이라고 정의한다. 또 현행 세법은 기업이 지출한 접대비 중 일정 금액에 대해 필요한 비용(손금)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즉 정해진 한도 내의 일정 금액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8조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법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접대비여야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대가성 금품을 받으면 안 되며 이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세금 보조를 받는 접대비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일부 세무학자 사이에서는 이러한 ‘공법 체계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세금으로 비용 보전을 해주는 접대비 손금산입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접대비와 관련된 공법체계의 모순을 바로잡지 않으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접대비를) 손금으로 인정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통계상 보이지 않는 접대비 또한 상당하다. 일부 기업의 경우엔 기업 임원의 연봉에 접대비, 기밀비 항목의 비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특수비용들은 용처를 정확히 가리진 않지만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접대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법인카드와는 별개로 연봉에 일부 접대비 용도의 비용이 포함돼 있긴 하다. 하지만 접대비로 연봉 중 몇 퍼센트를 받는다고 정확히 규정돼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접대비 항목을 없애고 해당 비용을 법인의 기타항목에 포함시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도 초과분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접대비 상향 조치에 대해 재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비용인 접대비에 세금까지 물리는 게 기업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 중에는 별도의 접대비 지급 없이 아예 접대비를 합쳐서 임직원 연봉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직원들이 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라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법인의 접대비 손금한도가 올라가면 (임원 연봉에 포함된 접대비 이외의) 법인 접대비를 올릴 수 있어 아무래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책도 문제
   
   기업의 접대행위가 과도할 경우 유흥산업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과다한 접대비 지출을 막기 위해 현행 수준의 접대비 손금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접대비 손금한도를 대폭 축소시킬 경우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접대비 이외의 다른 계정과목으로 처리하여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 상충해왔다.
   
   과거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건전한 소비·접대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접대비 손금산입 한도가 축소되는 추세였다. 특히 2000년에는 증빙 없이도 일부 손금으로 인정되었던 기밀비 관련 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2004년에는 접대비 지출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됐다. 국세청은 ‘접대비 업무 관련성 입증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법인의 접대비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출 증빙 기록과 보관을 의무화하는 접대비 실명제를 2004년 1월 전격 실시했다.
   
   도입 당시 기업들의 반발이 상당했으나 기업 접대비 지출 건전화에는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기업 접대비 지출(5조1626억원)이 전년도인 2004년(5조4327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접대비 실명제 도입의 효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접대비 실명제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결국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접대비 쓰려면 증빙해라”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외국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접대비를 해당 임직원의 소득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을 하더라도 사업 관련성에 대한 증빙을 의무화하는 등 한국에 비해서 매우 엄격하다.
   
   가령 미국에서는 한국의 접대비와 유사한 개념으로 ‘entertainment expenses(접대비)’가 있다. 여기에는 거래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사 임직원에게 접대·오락 등을 제공한 것도 포괄한다. 이러한 접대비를 법인 손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직접 관련 테스트(directly-related test) 또는 사업 관련 테스트(associated test)를 거쳐야 하며 지출액의 50%까지 손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업 관련성은 납세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세법상 접대비와 유사한 개념으로 ‘교제비’라는 것이 있다. 교제비는 회사가 사업상 거래처, 구입처, 그외 사업상 관계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해 접대·선물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다. 일본의 세법은 원칙적으로는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자본금이 1억엔 이하인 소규모 기업에 한해 접대비의 일부에 대해 손금 산입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역시 원칙적으로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접대비를 지출한 경우 이를 해당 임직원의 급여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사업 혹은 영업상의 목적으로 접대를 하는 경우에 한해 지출액의 70%를 법인의 손금으로 인정하지만, 접대장소·일시·참가자·행사내용·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해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차라리 골목상권 접대비를 만들자
   
   이번 기업 접대비 상향 법안은 영세한 중소상인들을 위한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평화당은 지난해 12월 27일 ‘소득주도성장 대신 접대주도성장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기업 접대비를 늘린다고 민생경제가 살아나는가”라며 “접대비 상향에 이은 다음 순서는 김영란법의 무력화”라고 꼬집었다. 이어 “셀프 세비 인상도 모자라 셀프 접대비 인상, 이젠 접대주도 성장론까지 내놓을 셈이냐”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접대비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다른 제도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문화 활동으로 인한 지출 시에는 접대비 초과분을 인정해주는 정책도 이미 시행 중이다. 2007년 9월 도입된 문화 접대비 제도는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 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면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추가로 손금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2012년부터 문화 접대비의 최소 금액 기준이 접대비 총지출액의 3%에서 1%로 조정되어 문화 접대비에 대한 세제상 지원이 확대됐다.
   
   무엇보다 전문가 사이에선 접대비 한도를 늘린다고 민생경제가 살아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말 골목상권을 살리고 내수를 살리려는 의도라면 차라리 직원들 연봉을 올렸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관행처럼 자리 잡은 질펀한 접대문화를 없애야 한다. 아예 접대비 용도를 제한해 ‘문화 접대비’처럼 ‘골목상권 접대비’를 만든다면 발의한 법안의 의도에 맞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갑자기 접대비 손금한도 상향이라는 법안이 나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기업 접대비를 늘린다는 논리는 견강부회라고 본다. 누가 작은 골목식당에 가서 접대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굳이 접대비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면 접대비의 용도가 거래 성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더 철저히 증빙하는 제도가 따라붙어야 한다”며 “이런 보완장치도 없이 무작정 접대비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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