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의 큐비즈 캐릭터(위), 핑크퐁과 상어가족 캐릭터(아래) ⓒphoto 오로라월드 홈페이지,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오로라의 큐비즈 캐릭터(위), 핑크퐁과 상어가족 캐릭터(아래) ⓒphoto 오로라월드 홈페이지,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주식시장이 ‘꼬맹이’들에게 꽂혔다. 흔히 ‘키즈(Kids) 산업’으로 불리는 유·아동 관련 기업으로 시장의 돈과 관심이 몰려들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 역시 뛰어오르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는 키즈 산업은 콘텐츠와 캐릭터 관련 분야다.

2019년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키즈 콘텐츠 기업은 단연 삼성출판사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로 이어지는 중독성 강한 노래와 동영상 ‘상어가족’이 히트하며 주식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상어가족’은 핑크색 여우 캐릭터로 유명한 ‘핑크퐁’ 제작사 ‘스마트스터디’가 북아메리카 지역의 구전동요인 ‘베이비 샤크(Baby Shark)’를 재편곡해 2016년 2월부터 유튜브와 네이버 등 동영상 플랫폼과 국내 포털을 통해 유통하기 시작한 노래다. 한국에 소개된 지 꽤 오래된 노래가 2018년 초부터 유아와 부모들은 물론 10~20대 청년층에까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경쾌한 멜로디에 귀여운 이미지, 여기에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짤막한 후크(Hook) 가사가 중독성을 더하며 2018년 바캉스송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남녀노소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히트송이 된 것이다.

‘상어가족’ 캐릭터까지 인기를 끌자 2018년 가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상어가족’ 관련주 찾기가 분주하게 진행됐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른 기업이 삼성출판사다. 삼성출판사는 유·아동 서적 출판과 아동 영어 교재 사업을 주로 해온 기업이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20여년 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도 하고 있다. 얼핏 ‘상어가족’의 히트와는 무관해 보이는 이 회사가 주식시장에서 ‘상어가족’ 수혜기업으로 급부상한 것은 ‘상어가족’ 제작사인 스마트스터디가 계열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상어가족’과 삼성출판사 오너 부자

삼성출판사는 스마트스터디의 지분 25.03%를 갖고 있다. 지분 관계만이 아니다. 이 두 회사는 혈연으로 묶여 있다. 삼성출판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진용 대표와 스마트스터디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김민석씨가 부자(父子) 관계인 게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상어가족’의 히트와 함께 삼성출판사의 지배구조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47.44%의 지분을 가진 김진용 대표와 김 대표의 부인 김미재씨와 두 아들, 숙부와 조카 등 김 대표 가족의 삼성출판사 지분율이 무려 66.96%나 된다. 스마트스터디 최대주주 겸 대표 김민석씨의 삼성출판사 지분율 역시 6.53%로 아버지 김진용씨에 이은 2대 주주다. 아버지 김진용씨 외엔 김민석씨보다 지분이 많은 주주가 없다. 결국 김진용·김민석 오너 부자에 ‘상어가족’을 재편곡해 내놓은 스마트스터디가 묘하게 얽히며 주식시장에서 삼성출판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2018년 초부터 8월까지 9000원대 중반에서 1만1000원대를 오르내리던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지난해 8월 말부터 급등했다. 8월 27일 1주당 9860원(종가 기준·이하 동일)이던 주가가 다음 날인 8월 28일 1만200원으로 1만원을 넘었고, 5일(거래일 기준) 후인 9월 4일 1만3250원으로 급등했다.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기관투자자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가 지분을 사들였다는 게 드러나며 더욱 뜨거워졌다. 8월 중순 가치투자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이 회사 지분 5.3%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작년 9월 7일 1만8500원까지 폭등했던 삼성출판사 주가는 5.3%의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9월 말 지분 1.1% 정도를 남기고 모두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2월 26일 1만350원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또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도화선은 ‘상어가족’이었다. 일부 언론이 ‘상어가족’이 ‘빌보드차트 핫100’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소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했다. 2018년 12월 26일 1만350원이던 주가가 2019년 1월 9일 상한가를 찍으며 1만4800원으로 급등했고 다음 날인 1월 10일에는 1만8050원까지 뛰었다. 불과 9일 만에 74.4%나 폭등했다.

‘상어가족’의 빌보드차트 핫100 진입 소식에 이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계열사인 아트박스와 스마트스터디의 상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주가는 더 뛰었다. 지난 1월 16일 다시 상한가를 찍으며 2만300원으로 급등했고, 다음 날인 1월 17일에는 2만2550원까지 올랐다. 2018년 12월 26일 이후 불과 14일(거래일 기준) 만에 주가가 117.87%나 폭등한 것이다.

‘상어가족’ 덕에 폭등을 맛보고 있는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지난 1월 16일이 정점이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후 주가가 주춤했고, 2월 들어 주가가 1만6000원대까지 밀리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2월 12일 현재 주가는 1만6450원이다.

유아동 신발, 의류, 장난감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토박스코리아도 연초 주가가 폭등한 키즈 업체다. 토박스코리아의 주가 폭등도 사실 ‘상어가족’의 히트와 연결돼 있다. 토박스코리아가 ‘상어가족’ 관련 캐릭터 제품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한 것이다. 지난 1월 8일만 해도 848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1월 9일과 10일 연속 상한가를 찍으며 폭등하기 시작했고 1월 16일에는 2085원까지 솟구쳤다. 딱 7일(거래일 기준) 만에 145.87%나 폭등한 것이다. 이 코스닥 기업의 주가 폭등세는 지금은 한풀 꺾인 상태로 2000원대를 훌쩍 넘었던 주가가 2월 12일 현재는 1440원에 머물러 있다.

유아동용 동영상 콘텐츠와 캐릭터 제품, 장난감 제조·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오로라’ 역시 2019년 초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키즈 산업 투자 열풍 덕을 보고 있다. 오로라 역시 상어가족이 포함된 핑크퐁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1월 초만 해도 8000원이던 오로라 주가는 1월 중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며 1월 21일 1만2450원까지 올랐다. 2월 12일 현재 주가는 1만600원이다.

800원대 주식 2000원대로 비정상적 폭등

유아동용 유명 장난감 회사인 ‘손오공’도 연초 주가가 급등했다. 터닝메카드 등 아동용 장난감과 팽이, 바비인형 한국 판권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2017년만 해도 12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와 122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적자 등 경영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7억8000만원대 영업흑자와 11억6000만원대 흑자로 한숨 돌렸다’는 내용이 최근 공개됐다. 주가도 1월 2일 2190원에서 2월 8일 2715원으로 약 한 달 만에 24% 가까이 올랐다. 2월 12일 현재 주가는 2635원으로 1월 2일 대비 20.32% 급등해 있다.

올해 초 주목받은 키즈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과 투자 전문가들의 반응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상어가족’의 빌보드차트 핫100 진입 등이 투자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한 것이 주가 상승의 단초가 됐지만 이런 이슈가 이 기업들의 실질적 기업 가치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장 전문가는 “‘상어가족’ 히트는 제작사나 최대주주인 삼성출판사 등 관련 기업들을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주긴 했지만 정작 이 콘텐츠로 기업의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수익성을 높였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상어가족’은 “2011년 미국 작곡가인 조니 온리가 편곡한 ‘베이비 샤크(Baby Shark)’를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미국 작곡가 측은 ‘상어가족’을 재편곡한 스마트스터디와 김 대표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재판 결과가 삼성출판사 등 ‘상어가족’ 관련 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관·외국인 팔자 열풍 개미들은 매수 열풍

이들 키즈 기업에 투자했던 대형 투자자들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빠르게 지분을 팔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이미 지난해 9월 삼성출판사의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외국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의 삼성출판사 지분율은 3.9%나 됐지만 2월 11일 현재는 불과 0.49%밖에 안 된다. 약 2달 만에 외국인들이 지분 거의 전부를 팔아치운 것이다.

토박스코리아 역시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이 18% 중반을 유지했지만 2월 11일 현재는 15.02%로 줄었다. 장난감 회사 손오공도 지난해 12월 3.62%에 이르던 외국인 지분율이 2월 11일 현재는 2.60%에 쪼그라들었다. 손오공의 경우 갑질 의혹이 터져나오며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는 등 윤리문제와 기업관리 리스크까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들과 대형자산운용사들이 대거 팔아치운 이들 키즈 기업들의 주식을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였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개미 투자자들 중심의 관련 기업 주식 매입 구조가 이들 기업 주가 상승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키즈 기업들의 주가 급등에 따른 수혜를 누가 봤는지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과 증권사 관계자들이 던져준 몇몇 이슈에 반응해 대거 매집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게 개미 투자자들인 반면 대형 기관과 외국인들은 이미 투자 수익을 회수했다. 또 저렴한 비용으로 이들 기업들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들과 오너일가는 별다른 주가 부양책 없이 앉아서 수백억원의 재산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이 2019년 초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키즈 기업 투자 열풍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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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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