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를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SETI 계획. ⓒphoto NASA
전파를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SETI 계획. ⓒphoto 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본격적으로 외계인 찾기에 나섰다. NASA는 지난 2월 18일(현지시각) 기존 NASA 산하의 에임스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생명탐지과학센터(CLDS·Center for Life Detection Science)를 새로 설립했다. 이곳은 외계 생명체 탐사 전담팀으로, 지구의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됐고 지구 밖에 어떤 생명체들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한다.

‘혹시 저 별 어딘가에 누군가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에 대해 NASA 천체물리학부 소속 케플러 과학자 마리오 페레즈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케플러 망원경이 간접적으로 답해준다고 말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09년 3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행성을 찾을 목적으로 우주 공간에 발사돼 지난해 11월 퇴역했다.

현재 세계 천문학계의 화두는 ‘제2의 지구 찾기’다.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이유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드넓은 우주에 지구처럼 생긴 행성은 우리 지구 하나뿐일까라는 의문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계획된 것이 바로 케플러 우주망원경 탐사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은 먼저 그들이 살 만한 행성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외계행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행성은 태양 같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디선가 별빛을 받지 못한다면 행성은 어둠에 묻혀, 있어도 없는 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작은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기는 더욱 힘들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9년간 찾은 외계행성은 2682개. 이는 현재까지 발견한 외계행성의 70%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수다.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답게 성과를 냈지만 아직 크기와 온도 면에서 지구와 똑같은 행성은 1개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2682개 가운데 크기·온도가 지구와 비슷한 태양계 밖 외계행성은 50개 정도이고, 이 중 10개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의 거리만큼 비슷한 거리로 항성 궤도를 돌고 있어 물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2017년 발표된 NASA의 입장이다. 2017년 NASA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제2의 지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지구와 비슷한 태양 밖 행성 50개 찾아내

이런 상황에서 NASA는 생명탐지과학센터(이하 CLDS)를 새로 설립했다. CLDS는 지구 밖의 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를 찾고 지구인들이 차후에 지구 밖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CLDS의 연구는 지금까지 NASA가 해온 우주 연구와는 다른 형태다. NASA는 미국의 비군사적인 우주 개발을 모두 관할하고 종합적인 우주 계획을 추진하는 연구기관으로, 주로 태양계와 우주의 신비를 풀거나 우주 탐사에 필요한 핵심 과학 기술을 연구해왔다.

반면 CLDS는 생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규명하고, 천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과 외계 생물의 존재 여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생명을 유지해나가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CLDS의 해당 프로젝트에는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 등이 참여한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수개월 동안 수십 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라는 게 에임스연구센터 토리 휄러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각) 에임스연구센터의 실바노 콜롬바노 교수는 ‘SETI 연구를 위한 새로운 가정’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는 외계인이 이미 지구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견해를 내놓았다. 외계인은 인간이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을 알아내 행성 간 여행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은 우주에 인간처럼 발전된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파를 통해 이들이 보냈을지 모르는 신호를 찾는 활동이다. 정확히 말하면 ‘외계 지적 생명체(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탐색’하는 일이다. 알고 보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ET’는 이름이 아니고 ‘외계 지적 생명체’를 뜻하는 ‘Extra-Terrestrial’의 줄임말이었던 셈이다. SETI 계획에서는 아직까지 외계에서 왔을 만한 신호를 검색하지 못했다.

외계인은 탄소 기반 인간과 다를 수 있어

일반인에게 ‘외계 생명체’를 말하면 대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콜롬바노 교수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들은 인간과 같이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체에 의해 생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지구를 찾아온 외계 탐험가들은 매우 작지만 초지능적인 개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구성은 물과 유기분자가 기본이 된다. 유기분자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를 제외한 탄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때문에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물과 유기분자를 찾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일단 유기분자들은 우주에 매우 흔하다. 따라서 물만 있다면 이들이 물속에 녹아 다양한 유기분자로 합성되고,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어떤 행성이나 위성에 물이 발견되면 과학자들이 먼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 착륙에 성공했던 우주비행사 에드거 미첼은 “외계인이 진짜로 존재하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ET’에 나온 외계인처럼 작은 체구에 큰 눈과 큰 머리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였던 버즈 올드린도 같은 주장을 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도 외계인을 가까이에서 만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단순히 인간이 추정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 과학적인 근거를 대기 어렵다.

콜롬바노 교수는 “외계 생명체들이 인간과 비슷한 조건일 것이라는 보수적인 시각은 우리가 그들과 마주할 가능성을 매우 희박하게 만든다”며 “외계인에 대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처럼 다양한 형태의 생명이 있다고 가정할 때 CLDS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가 깊이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외계 생명체 탐사는 자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우리의 과학 수준 자체를 발전시킬 것이다. 과거 달 탐사가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연 CLDS는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까. NASA가 공개적으로 외계인 연구센터를 창설한 만큼 하루빨리 선의의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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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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