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이끌고 있는 레이 달리오는 최근 투자의 패러다임이 10년 단위로 바뀌고 있다면서 균형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위해 금이 최고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미국 연준과 정부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제로금리에 더해 무한대의 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러면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점점 낮아져 결국 마이너스가 되는 순간이 도래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결국 다른 형태로 부를 저장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곧 저축이나 국채보다 금이 선호되는 순간이 온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 1년 내 금 사상 최고치 전망

실제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20일 금 투자 관련 보고서에서 앞으로 1년 안에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11년 11월의 전고점 1920달러를 돌파한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로 이미 2.9조달러를 풀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의 재정 부양책에 의해 5조달러 이상의 돈이 메인스트리트(실물시장)에 풀리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

연준 자산은 지난 5월에 이미 7조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8500억달러에 불과했던 본원통화 발행액이 7조달러나 시장에 풀려버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준은 2022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약속하며 매월 1200억달러의 양적완화를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이번 하반기에 발행해야 하는 국채만 해도 분기별로 약 6600억달러이다. 곧 연준의 본원통화 발행액은 분기별로 1조달러나 늘어날 예정으로 연말에 이르면 9조달러를 돌파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2조달러의 추가 재정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으로 돈을 푸는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예전 양적완화는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돈을 풀었기 때문에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만 올리고 소비자물가는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부양책은 월스트리트보다는 메인스트리트, 곧 소비자와 기업들이 있는 실물시장에 직접 돈을 뿌리는 정책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이다. 이미 인플레이션 핵심지표인 M2(광의의 통화) 증가율이 사상 최고치로 솟구치고 있다. 요새 연준이 당황하는 이유이다.

인플레이션은 금값의 상승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가라앉으면 곧 경기회복 기대 시기에 들어가면서 금값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있다. 바로 미국 정부와 연준의 반응이다. 그들에게 금값의 상승은 달러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연 금값이 승승장구할 때 미국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가 주목거리이자 관전 포인트다. 과거 미국 정부와 연준이 어떻게 금값을 억제해 왔는지 그 내막을 살펴보자.

금 선호는 달러에 대한 불신 의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수준의 돈을 풀었다. 그 결과 달러를 불신한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안전자산인 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금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금은 전통적으로 재미없는 안전자산이다. 금이 급등한 것은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대폭 늘어난 달러화의 약세 때문이었다. 그러자 달러를 대신해 금이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국부펀드들이 달러화 자산 대신 금으로 옮겨갔다. 특히 중국은 이를 대놓고 선언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따라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표시 자산을 축소하고 금 등 안전자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으로서는 이를 그냥 묵과할 수 없었다.

미국으로서는 금값 상승이 달가울 리 없다. 왜냐하면 이자 한 푼 안 붙는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린다는 뜻은 그만큼 달러에 대한 불신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표시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미국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달러에 대한 도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략자산인 석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죽은 것도 달러와 석유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다. 그가 석유를 달러 대신 유로화로 팔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라크 남부 유전 개발을 중국에 넘기겠다고 한 것도 명을 재촉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생산되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되자 이제 석유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 지상주의로 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대거 풀어 주식 등 자산시장을 살려냈다. 그 통에 달러가 많이 풀리자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금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2011년 하반기 들어 금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미국 정부는 금 거래를 위축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금 현물시장(실물 금)을 선도하는 선물시장(종이 금)을 손보기로 했다. 금 선물시장의 증거금을 대폭 올렸다. 증거금이 인상되면 거래비용 부담이 늘어나 거래량이 줄면서 상품 가격은 하락하는 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2011년 8월 10일 금 선물거래 개시증거금을 6075달러에서 7425달러로, 유지증거금을 4500달러에서 5500달러로 22% 인상했다. 그런데도 금값은 상승 랠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 온스당 1784달러보다 오른 1807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당황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는 8월 24일 금 선물거래 유지증거금을 재차 인상했다. 5500달러에서 7000달러로 27% 올렸다. 이날 비로소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6% 하락한 온스당 178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값은 진정되지 않았다. 증거금을 8월에 두 차례에 걸쳐 대폭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9월 들어 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9월 5일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920달러까지 치솟았다. 7개월 사이에 무려 600달러가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 국채 구매 규모를 급속히 줄여가고 있었다. 미국으로서는 상황이 다급해졌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금 투자국들과 투자자들에 대한 독수(毒手)를 준비했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중국 상하이의 한 금은방. ⓒphoto 뉴시스
중국 상하이의 한 금은방. ⓒphoto 뉴시스

연준은 2011년 9월 21일부터 4000억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금리는 올리는 희귀한 공개시장 조작 방식이다. 당시 연준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실시 배경을 설명하면서 장기금리를 내려 투자를 유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윗돌을 빼다 아래에 박는 임시방편으로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아 경기부양에 회의적이라고 보는 경제학자가 많았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장단기금리 차를 줄여 금리 역전 위험도 있었다. 당시 경기 부양론자들조차 이 정책의 무용론을 질타할 정도로 혹독한 비판을 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구루들도 눈치채지 못한 이 정책의 목적은 장기투자 유도 이외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연준의 타깃은 바로 금이었다. 단기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이자 한 푼 벌어들이지 못하는 금 투자자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이 정책 실시 이후 금값은 수직 낙하했다. 이틀 만에 1900달러대에서 1600달러대로 20% 이상 폭락했다. 사람들이 안전자산이라 믿고 있는 금값도 이렇게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연준이 보여준 것이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작한 지 딱 이틀 뒤인 9월 23일 금 선물시장을 다시 옥죄었다. 금과 은의 선물거래 증거금을 각각 21%와 16% 인상한 것이다. 그러자 금값은 일주일 사이에 거의 10%가 폭락했다.

금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에는 날벼락이었다. 보통 헤지펀드들은 20배 정도의 레버리지(부채)를 사용해 금에 투자하는데 이해에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 조지 소로스와 폴 존슨이 그해 큰 손해를 본 이유였다. 그 뒤 헤지펀드 업계에는 ‘정부에 맞서지 마라’는 말이 금과옥조가 되었다. 이를 본 JP모건은 금 대신 은 매집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중국 등 외환보유고 대국들은 미국 국채보다는 금을 선호했다. 중국은 더 이상 달러 자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호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은 이런 현상을 좌시할 수 없었다. 특히 중국의 입에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언제라도 금값에 치명적인 단기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또다시 보여주기로 했다. 2012년 6월부터 2670억달러 규모로 2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금 수요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2012년 12월부터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실물 금에 대한 인도 요청이 늘어났다. 그 뒤 4개월 사이에 무려 보유분의 27%가 줄어들었다. 너무 빨리 줄어드는 금 재고분에 대한 우려가 커져갔다. 미국 정부는 또다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이제 다시 금 선물시장을 통해 금 현물시장을 찍어 누를 필요가 있었다.

2013년 4월 12일 금값의 대재앙

2013년 4월 12일 금요일이었다. 뉴욕상품거래소가 개장하자마자 갑자기 금 100t짜리 매도 주문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어마어마한 매도 물량이 시장을 덮쳤다. 금 가격은 대폭 하락했다. 두 시간가량 지나 시장이 안정을 찾을 무렵 300t의 매도 물량이 다시 쏟아졌다. 이는 2012년 세계 금 생산량의 11%에 이르는 규모였다. 온스당 1521달러였던 금 가격은 오후 5시께 147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하루 거래된 금만 무려 1100t이었다.

그리고 주말을 넘긴 월요일 곧 4월 15일 아침부터 전주 금요일보다 더 큰 물량이 쏟아졌다. 오전 금값이 100달러 이상 밀리며 온스당 140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한마디로 금 투자 큰손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양 이틀 이러한 거대물량을 쏟아낼 수 있는 기관은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연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대량 매도 물량을 쏟아낸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는 금과 은의 선물거래 시 증거금을 18.5%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4월 1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주의 온스당 140.30달러에서 9.3% 폭락한 136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1980년 1월 22일 17% 폭락한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었다.

이후에도 금값이 꿈틀거릴 때마다 대량 투매는 종종 있었다. 이에 놀란 투자자들이 금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연준과 맞설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 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몰리면서 달러 가치는 오르는 반면 금값은 많이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금 비중을 늘리는 각국 중앙은행과 금 투자자들에게 멋지게 카운터펀치를 먹인 셈이다.

이런 연유로 한때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섰던 금값이 많이 떨어져 한동안 1100~1350달러대의 밴드 안에 갇혀 가격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로 금값이 밴드를 탈출해 2020년 7월 8일 현재 1800달러 를 돌파했다.

로스차일드 이래 1600년대 후반부터 세계 금 가격은 영국 런던이 정해왔다. 지금도 국제 금 현물시장에서의 금 가격 결정은 런던금시장연합회(LBMA·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에서 결정하는 가격이 국제 표준 시세이다. LBMA에서는 현물뿐 아니라 선도계약 형태로도 거래가 이루어지며 지금은 선물거래도 하고 있다. 세계 금의 70% 이상이 런던에서 거래된다.

런던금시장연합회는 금 유통시장에 대한 법적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잉글랜드은행과 공조하여 1987년 12월 14일 공식적으로 금 관련 단체나 사업자가 모여 협회를 결성했다. 런던의 금시장은 1684년에 장외 금시장이 형성된 이후에 전 세계에서 금 거래량이 가장 많은 국제적인 시장이다. 이 협회의 성격은 장내 거래가 아니고, 장외 거래로 비공개 회원 간에 거래되는 시스템이다. 한편 세계 최초의 선물거래소이자 현재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는 미국 CME그룹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X)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각 월물별 금 선물이 거래되는데, 이 가격이 국제 금 선물시장의 대표가격이다. 곧 현물 금 가격은 영국에서, 선물 금 가격은 미국에서 정해지고 있다.

금 선물시장의 불안

투자자들의 종이 금시장, 곧 선물시장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래서 종이 금이 아닌 실물 금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은 종이 금시장이 과포장된 허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세계 금 총량에 비해 거래량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귀금속 컨설팅업체 톰슨로이터 GFMS에 의하면 세계 금 총량이 약 17만t, 7조달러 정도인데, 2016년 런던금시장연합회 ETF시장에서 거래된 양이 160만t, 64조달러이고, 뉴욕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양이 24.3만t, 10조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금 선물시장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거래에 초단타 프로그램 거래가 극심하다는 의미이자 허수가 많이 포함되었다는 뜻이다. 초단타 매매는 1000분의 1초인 밀리초(millisecond)를 이용해 가격이 오르면 남보다 빨리 주문하고, 가격이 내리면 남보다 빨리 매도해 그 차액을 얻는 방법으로 첨단 알고리즘이 적용된 자동 전자거래를 통해 실행된다. 또 초단타 거래를 통해 허위매수를 올려 체결 직전에 취소함으로써 금값을 끌어내릴 때 사용한다. 이를 스푸핑(spoofing)이라 부르는데 이는 시세 조작을 통해 고객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범죄행위이다.

이렇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그더도그 현상(Wag the dog)’을 이용해 금 선물시장 가격을 찍어내려 현물가격 인하 조종에 사용하고 있다. 선물을 이용해 현물 가격을 억누를 때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무차입 공매도’이다. 없는 금을 파는 것이다. 대형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를 통해 금값을 떨어트릴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실제로 국제 금값 조작의 실마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금값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바클레이스에 벌금 2600만파운드(약 450억원)를 물렸다. 투자자들은 금시장, 특히 선물시장에 인위적 시세조종 조작 행위가 많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도 귀금속 시세 조작 혐의로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 3곳에 550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한 바 있으며 JP모건을 3차례 기소한 바 있다.

그보다 더욱 큰 의심은 유사시 종이 금을 실물 금으로 인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금 실사를 거부해왔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여러 나라가 미국 연준에 맡겼던 금을 인출하고 있다. 2012년 베네수엘라의 금 인출에 이어 2014년 네덜란드가 122.5t의 금을 미국으로부터 인출해 갔으며, 독일 역시 2016년 미국에 맡긴 금을 환수하고자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2017년에 300t만 인출할 수 있었다. 2018년에는 터키가 220t, 약 253억달러어치 금을 인출해갔다. 이러한 불신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전이되어 금 선물시장의 현물 인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중 골드바의 인도가 몇 달치씩 밀릴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는 배경이다.

런던 금시장이 가격 조작 때문에 신뢰를 잃어가자 중국은 2002년 10월 개설한 상하이금거래소(SGE)를 개편해 2014년 9월 ‘국제 금거래소’를 개장했다. 이로써 미국은 종이 금(선물시장), 중국은 실물 금 거래에 치중했다. 실제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으로 실물 금을 매집하고 있다. 이후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이 잇달아 국제 금거래소를 설립했다. 이들 거래소가 런던과 뉴욕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온 글로벌 금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지면 금 가격이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실물 금을 외환보유고에 편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2016년 1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는 한편 일대일로 계획 추진 등 패권국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금 보유량 둘러싼 미·중 각축전

2019년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총량은 대략 3만t으로 추정된다. 미국 8133t, 중국 4000t(최근 공식발표 1926t), 독일 3369t, IMF 2814t, 이탈리아 2451t, 프랑스 2436t, 러시아 2168t 등이다. 반면 우리 한국은행은 104t을 보유하고 있다.(세계금위원회 2019년 8월 기준)

미국 마켓워치는 중국의 금 보유량이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1926t보다 2~3배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축소 집계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금 최대 생산국은 중국으로 전 세계 연간 생산량 2700t의 약 18%에 상당하는 연간 약 490t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아직도 금을 8000t 이상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금 보유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금시장에 대한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양국의 금 보유량이 역전되는 시기가 바로 세계 금시장의 주인이 바뀌는 시기일 수 있다.

미국도 금시장을 장악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금값이 싸지면 일반인들과 큰손들의 수요가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1968년에 미국이 금시장을 평정하려 영국과 손잡고 금 9300t을 시장에 풀었을 때 그 많은 금을 시장이 소화해버린 역사적 사실이 있다. 미국에서 또 대량의 금이 쏟아져 나온다면 시장이 벼르고 있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중국, 러시아, 인도가 있다.

실제 세계의 금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민간인의 금 소유를 장려하고 있어 민간인이 가지고 있는 금의 양이 엄청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괴 판매회사 불리언 스타(Bullion Star)의 애널리스트 쿠스 잰센은 수년간 중국 금시장을 연구해왔는데, 2017년 1월 말 기준 중국 금 보유 총량이 1만9500t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민간 금 보유량이 1만5500t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중국, 일본 등 외환보유 대국들이 이제는 가치가 줄어드는 달러표시 자산 대신에 금 보유를 선호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금 보유량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금 보유량이 역전되는 순간 금시장의 주인이 바뀔 공산이 크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다면 이는 달러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달러 대신 금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면서 달러가 예상보다 빨리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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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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