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 레이디 가가(32)는 인터뷰 도중 자기 감정에 못 이겨 자주 눈물을 흘렸다. 역시 감성이 풍부했다. 레이디 가가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그는 제작과 각본, 작사도 하고 직접 노래도 부른다)으로 데뷔하고 주연도 맡은 뮤지컬로맨스 ‘스타 이즈 본’(한국 개봉 10월 9일)에서 가수 앨리 역을 맡았다. 그로서는 생애 첫 주연배우다. 레이디 가가는 “이 영화로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면서 자기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코가 유난히 큰 레이디 가가와의 인터뷰가 지난 9월 8일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기간 중 페어몬트 로열요크호텔에서 있었다. 레이디 가가는 수퍼스타 티를 안 내려고 애를 쓰는 듯했다. 그는 질문에 차분하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을 때는 온갖 애교를 부리면서 포즈를 취했다. 필자와 사진을 찍을 때는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가 ‘보’라는 이름의 한국인 입양아라면서 반가워했다. 이 영화는 1937년에 나온 ‘스타 탄생’의 세 번째 리메이크다. 원작은 할리우드의 빅스타 남편과 풋내기 스타 아내의 기복이 심한 배우 생활과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다뤘는데 이번에는 주인공들의 직업을 가수로 바꿨다.

- 어떻게 해서 영화에 나오게 되었는가. “캘리포니아의 내 집에서 브래들리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린 즉석에서 호흡이 맞았다. 브래들리는 내게 ‘미드나이트 스페셜’을 함께 부르자고 말했다. 나는 피아노를 치고 브래들리가 노래를 불렀는데 그의 노래 실력이 놀라웠다. 그래서 난 영화에서 록가수 역을 맡을 사람은 그밖에 없다고 믿었다. 이 만남에서 우린 서로를 굳게 믿게 됐다. 내가 출연에 응한 것은 이름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난 이미 TV 작품에는 나왔기 때문에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었는데 이 영화야말로 내게 딱 맞는 것이었다.”

- 당신 말대로 큰 코가 화면에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라도 했는지. “아니다. 브래들리는 촬영을 하면서 자기를 전적으로 믿으라고 말했고 난 그렇게 따랐다. 내 코가 어떻게 찍혔을까 염려가 돼 카메라를 들여다볼까 하는 생각 같은 것은 전연 하지 않았다. 난 그저 맡은 역에 충실했을 뿐이다.”

- 영화에서 음반업자들은 가수의 실력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나도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다. 처음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그들은 내게 코를 수술하라고 말했지만 거절했다. 난 자랑스러운 이탈리아인이다. 난 이탈리아인의 코를 사랑한다. 난 남의 말에 따라 나를 변화시킨다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을 뒤집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난 언제나 해야 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늘 갖고 있는 팝뮤직 가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

- 오페라가수 같은 가창력을 가졌는데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하고픈 생각은 없는지.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난 여러 종류의 음악을 사랑한다. 내 음성을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싶다. 언젠가 오페라를 노래하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 영화에서 앨리는 처음에 후진 바에서 노래하는데,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난 수많은 바에서 노래를 불렀다. 내가 노래한 바들은 손님들이 꽉 차야 30명 정도인 작은 바들이었다. 거기서 하루에 세 차례씩 쇼를 하기도 했다. 내가 영화에서 처음 노래한 바는 여장 남자가수들이 나오는 곳인데,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찍은 것에 대해 명예롭게 생각한다. 매우 시적인 분위기의 장면이었다. 그런 배려를 해준 브래들리에게 감사하다.”

- 연말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할 예정으로 아는데 당신은 파티걸인가. “거기서 파티를 즐기다간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내 평생의 쇼가 되도록 모든 신경을 노래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가수생활 10년 만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내 생애의 전환기를 맞는 셈이어서 흥분된다. 팬들에게 무언가를 되돌려주고 싶다. 팬들이 내 쇼를 통해 내가 믿는 것들인 사랑과 수용,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가슴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도 와서 즐기기 바란다.”

- 친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부르는가. “어떤 친구들은 가가라고 부르고 어떤 친구들은 스테파니(본명 스테파니 조앤 안젤리나 제르마노타)라 부른다. 또 가족들은 스테피라고 부른다.”

- 아버지와 굉장히 사이가 가깝다고 들었는데. “난 아버지를 무척 사랑한다. 아버지를 늘 돌보고 있고 아버지의 평안을 위해 마음을 쓴다. 내게 가족은 매우 중요하다. 영화 속의 앨리도 날 닮았다.”

- 다음 앨범은 어떤 것인가. “그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비밀이어서 밝힐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는 영화에 나온 노래보다 훨씬 더 많은 노래가 수록돼 있다. 영화에선 노래의 일부만 듣는 셈인데 사운드트랙에선 완전한 곡을 들을 수 있다. 영화에선 듣지 못한 브래들리와의 듀엣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사운드트랙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된다. 사운드트랙 노래에는 중간에 더러 영화의 대사도 들어 있다. 따라서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본 영화의 장면이 생각날 것이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장면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장면들.

- 무엇이 스타의 필수조건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스타가 되는 데 필요했던 것은 용기다. 용기와 연민과 이해야말로 진정한 스타의 필수조건이다. 나는 스스로가 스타라는 것을 느낄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느낀다. 난 스타가 되기보다 노래로 세상을 위해 무언가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배우가 되는 것 말고 또 추구하는 꿈이 있는가. “어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가족을 이루고 더 많은 영화와 음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 명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누군가가 나를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신적으로 고무된 것도 같은 이유다. 같은 방에 있는 100명의 사람들 중에 99명이 당신을 안 믿는다 해도 단 한 사람만이 당신을 믿는다면 당신의 생애는 날개를 펼칠 수가 있는 것이다.”

- 가수로서의 야망과 개인적인 생활은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 “우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도 그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 같은 연예인들은 그것이 더욱 필요하다. 스타가 되는 것은 때로 순식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스타들은 스타들끼리 서로를 돌보고 살펴야 한다. 록가수 수퍼스타인 잭슨(브래들리)이 약물과 술을 탐닉할 때 앨리가 그를 극진히 돌본 것처럼 말이다. 나도 처음 가수생활을 시작할 때 누군가 나를 심리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삶이 과거와 달리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유명해지면 모든 것이 변화한다. 개인의 전 삶이 변화하면서 더 이상 자유인이라기보다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된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 건강이다. 그래서 나는 정신적 젊음과 건강과 친절, 그리고 용기를 고무시키는 조직인 ‘본 디스 웨이’ 재단을 설립했다. 누군가가 깊은 고통에 빠졌을 때 그를 돕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 당신이 고통에 빠졌을 때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가. “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위로와 격려다. 그들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내게 관심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내가 고통에 빠졌을 때 ‘네가 원해서 가수가 되었으니 고통도 당연히 네가 원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말이다. 설명할 수가 없으나 난 어렸을 때부터 가수와 배우가 되고 싶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그것을 느꼈는데 마치 신의 부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유명인사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친절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대해야 한다.”

- 처음 그래미상을 받았을 때의 소감은. “처음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감격해 울었다. 그러나 상이 가수로서의 불안감을 제거해주진 못한다. 연예인이란 늘 자신에 대해 의문시하기 때문이다. 우린 늘 나아지려고 한다. 따라서 상이 무엇을 고쳐주진 못하나 영광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 주연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이제 이루어졌다. 소감이 어떤가. “그것을 이루는 것은 참으로 큰 도전이었다. 내 마음과 가슴속 깊이 들어가 그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끄집어냈다. 꿈을 이루는 데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그들 때문에 나의 허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다. 난 지금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이 자리에 있으니 눈물이 나온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렸다.) 내 음반이 처음 히트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이 영화는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길이 간직할 것이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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