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강한 얼굴을 지닌 윌렘 대포(63)는 빈센트 반 고흐 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각이 진 ‘예술적’ 얼굴이 그림으로 본 고흐의 얼굴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화가이기도 한 줄리안 슈나벨이 감독한 고흐의 마지막 생애를 다룬 영화 ‘영원의 문턱에서’에서 고흐로 나온 대포와의 인터뷰가 최근 비벌리힐스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대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저음으로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는데 매우 겸손하고 상냥하며 친절해 옆집 아저씨를 대하는 듯이 편안했다. 대포는 이 역으로 제76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드라마) 후보에 올랐다.
   
   - 당신이 영화에서 귀를 자른 후 정신질환자용 요양소에 들어가서 겪은 경험을 얘기해달라. “영화에서 그 장면 중 일부는 미술관에서, 나머지 일부는 진짜 요양소인 곳에서 찍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온 정신질환자들은 실제로 요양소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중증 환자들이다. 그들이 내는 이상한 소리들은 다 사실이다. 나는 질환자들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우 강력한 경험으로 완전히 딴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 천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그에 대한 답은 누가 자기를 천재로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반 고흐가 천재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 영화를 찍기 전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는지. “조금 그려봤다. 물론 고흐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림은 줄리안이 가르쳐줬다. 그로 인해 사물을 다시 보는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 붓을 드는 방법에서부터 화법에 이르기까지 기초적인 것을 배웠다. 그리고 빛의 변화에 따라 사물에 대한 관찰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사물을 형태와 색깔로 보게 됐으며 또 둘의 상관관계도 알게 됐다. 결국 그린다는 것은 보이는 것 너머 안 보이는 것까지 다다르는 것이다. 반 고흐도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린다는 것은 사람을 각성시키는 도전적이고 흥미있는 일로서 고흐의 그림도 사람을 깨우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그림은 표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용돌이로 사람을 안내하고 있다. 누군가가 ‘그림은 우리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고안’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에 따라 연기를 했다.”
   
   - 당신이 언젠가 세상에 남길 유산은 무엇인가. “연기라는 것은 현재에 존재하는 작업이어서 지금 내 유산에 대해 생각할 수가 없다. 연기는 현재의 어떤 상황을 수용하고 또 그것에 반응하는 것이다. 유산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먼 것을 예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난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죽은 뒤 사람들이 날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 반 고흐의 유산은 무엇인가. “그는 죽었어도 계속해 살아있다. 나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그는 살아서 내게 감동을 주고 있다. 나는 지금 그림을 통해서 그와 얘기를 하고 있다.”
   
   - 영화에서 그린 그림들은 어떻게 됐는가. “내가 그린 것과, 줄리안과 내가 함께 그린 것들 중 몇 점을 줄리안이 내게 줬다. 내가 그린 그림 중에 구두를 그린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난 영화가 끝나면서 그리기도 멈췄다. 그림을 사랑하지만 떠도는 삶을 연기하는 배우로선 그리는 것을 진짜로 즐길 수 있는 영구적인 장소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린다는 좋은 경험을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계속할지 모르겠다.”
   
   - 영화에서 고흐는 실패했을 때 말고는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는데 배우인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항상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성공의 비결은 이 의문을 수용해 그것과 친해지고 또 편안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아비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배우에게 있어 공부란 것은 본능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난 내가 하는 일을 연구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것에 대처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난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때로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성공보다 더 값질 수가 있다. 따라서 배우는 연기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야기다. 각본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가를 구성하는 고안이다. 그리고 연기란 감정이입이다. 그것은 배우를 보다 완성된 인간으로 만들면서 아울러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준다. 난 연기를 통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럴 수 있다면 연기란 아름다운 직업이다. 물론 연기 주위엔 부정적인 일도 많아 사람을 홀리게도 만든다. 그러나 연기란 나의 천직이다.”
   
   - 연기와 그림 그리는 것이 비슷한가. “그렇다고 본다. 존재의 본질을 다룬다는 면에서 그렇다. 그리고 둘 다 깨어나 경이와 다시 연결되는 수단이기도 하다.”
   
▲ 영화 ‘영원의 문턱에서’에서 윌렘 대포가 연기한 반 고흐.

   - 영화에서 고흐가 사적인 편지를 쓰는데 당신은 편지를 쓸 때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가. “과거 편지를 많이 썼다. 특히 집을 떠나 타향에서 촬영할 때 아내에게 글을 보냈다. 결혼 전에는 애인에게 썼는데 매일 썼다. 편지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이었다. 난 또 지난 40여년간 매일 일기를 썼다. 그것도 편지나 마찬가지다. 편지에서는 옆에 없는 가까운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려고 글을 썼다. 그러나 컴퓨터가 생긴 이후로 쓴다는 것에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일기는 아직도 펜으로 쓰나 편지는 이메일로 보내는데 그로 인해 필체도 많이 변했다. 슬픈 일이다. 이 영화를 찍을 때 매우 중요했던 것은 고흐가 자신의 느낌을 깊이 표현한 그의 편지를 읽는 일이었다. 때로 자신의 두려움을 토로한 고흐의 편지들은 참으로 강렬하고 감정적인 것이다. 그의 그림은 배우로서 나를 행동케 만들었지만 내 생각을 움직이도록 한 것은 그의 편지다.”
   
   - 당신은 과거 매우 사납고 거친 영화에 많이 나왔는데 이젠 나이 때문에 그런 역을 안 맡는가. “난 지금도 다양한 종류의 영화에 나오고 있다. 아주 만족한다. 난 결코 아무것도 포기한 것이 없다. 난 아직 죽지 않았다.”
   
   - 영화가 침울하고 사람의 감정을 저하시키는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매우 기쁨에 찬 영화라고 본다. 영화를 팔아먹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영화는 고흐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전적으로 매달렸을 때의 얘기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거의 매일 한 점씩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자신과의 평화를 다소 찾았을 때의 얘기이기도 하다. 고흐의 영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다. 풍족한 삶을 살 때다.”
   
   - 고흐가 무일푼으로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흐가 죽기 전에 돈이 필요할 이유가 무엇인가. 죽으면 아무 필요가 없는 것이 돈 아닌가. 나도 고흐와 같은 예술가로서 돈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돈은 그동안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흐가 무일푼이었다는 것은 하나의 개념으로선 비극이지만 그는 결코 비극적 인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재능을 타고나 그것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도 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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