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 오늘은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감독 마이클 그레이시)을 다루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뮤지컬영화입니다.

배종옥 저는 일부러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았는데, 휴 잭맨이 연기한 주인공이 실존인물이더군요. 엔딩 장면에서 알게 됐어요.

신용관 ‘최고의 쇼맨’ 또는 ‘현대 서커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P. T. 바넘(1810~1891)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입니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화려한 쇼를 제작해 관객들을 매료시킨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배종옥 무엇보다도 ‘레미제라블’(2012) 이후 다시 뮤지컬영화로 돌아온 휴 잭맨의 따뜻한 카리스마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휴 잭맨은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뛰어난 노래 실력과 춤 솜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배우로서 부러울 뿐입니다. 1968년생이니 나이 50인데, 정말 대단하지요.

신용관 바넘(휴 잭맨)은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입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그는 고아로서 힘겨운 삶을 보내야 했지요. 그에게는 상류층 자제 ‘채리티’(미셸 윌리엄스)와 사랑을 이루겠다는 소망이 있었고, 결국 그녀와 결혼합니다.

배종옥 바넘은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면서 특별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모으지요. 수염이 나는 여성, 난쟁이, 엄청난 거인, 온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 등 외모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영입한 바넘은 특별한 쇼를 엽니다.

신용관 한마디로 ‘기인(奇人)’들인데요.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고요. 부모조차 수치심에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바넘의 눈에는 스타의 자질을 갖춘 유망주였습니다. 바넘은 서커스의 볼거리가 되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그들을 설득하며 무대에 세우지요.

배종옥 저는 바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을 향해서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읽혀져서 좋았습니다. 그 도전이 설령 나를 고통스럽게 할지라도 말이지요. 우리나라도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자꾸 만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사는 것 말이지요. “다 소용없다, 부질없다” 유의 푸념이나 투정은 더 이상 그만 듣고 싶어요.

신용관 영화에는 “우리 모두는 특별하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특히 ‘위대한 쇼맨’에서 가장 매력적인 노래 중의 하나인 ‘디스 이즈 미(This Is Me)’에 잘 나타나 있지요.

배종옥 그 노래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수염 달린 여자 ‘레티’(케알라 세틀)가 앞장서서 부른 그 곡은 세상이 우리를 외면하고 비웃어도 그 상처의 말도 이겨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것이라는 강한 의미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신용관 ‘This Is Me’는 그 인기에 힘입어 1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위대한 쇼맨’의 OST는 제89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라라랜드’(2016) 작사팀이 담당했습니다.

배종옥 음악들이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특히 스웨덴 출신 가수 ‘제니’(레베카 퍼거슨)가 ‘네버 이너프(Never Enough)’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무슨 배우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른답니까?

신용관 영화에서 그 무대를 지켜보던 바넘이 홀딱 반하듯이 관객들도 감동받는 장면이었지요. 립싱크였다고 합니다. 실제 노래는 미국 NBC 방송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불렀고요.

배종옥 그래요? 립싱크라 해도 놀라웠어요. 본인이 직접 부르는 것처럼 표정이나 몸짓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으니까요.

신용관 상류층 출신 연극인으로 바넘의 권유에 따라 서커스에 합류하는 ‘필립’(잭 에프론)과 흑인 공중곡예사 ‘앤’(젠다야 콜맨)이 줄을 타며 연정을 나누는 신은 작심하고 볼거리로 만든 장면입니다. 수개월의 훈련으로 곡예의 90%를 배우들이 소화했다고 하네요.

배종옥 이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 정도의 포지션은 배우로서 일생일대의 기회이니 죽자 살자 했을 겁니다.(웃음) 저도 액션을 해봤지만 너무 위험하고 정교한 부분은 스턴트맨을 써도, 장면 전환의 호흡도 있고 해서 웬만하면 본인 스스로 하는 게 낫긴 하지요.

신용관 단지 쇼맨의 일대기가 아니라 쇼와 예술의 본질을 묻는 영화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콘서트나 연극 등 다수의 예술 형태가 상류층을 위한 것이었던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도 약간의 돈을 내면 쇼를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엔터테인먼트를 바넘이 가능케 했다는 것이지요.

배종옥 글쎄요. 영화에 묘사된 것으로만 판단할 때, 바넘은 어찌어찌 하다 보니 쇼맨이 된 거지 쇼나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바넘은 엔딩 장면에 인용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진정한 예술이다” 정도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신용관 개봉 직후 ‘위대한 쇼맨’이 북미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평가받는 바넘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배종옥 전기영화를 표방하지 않았고,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적시하지도 않았는데요. 영화는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이번 경우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은 저로선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신용관 서사가 약하고 내용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뮤지컬영화가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노래나 퍼포먼스 같은 장르적 특성과 서사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긴 합니다만.

배종옥 저는 이 영화를 전형적이거나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이 보았습니다. 설령 일부 스토리에 클리셰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상쇄할 만큼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라고 봅니다. 서사가 약하다고 하지만, 노래 가사에 다 담겨 있던데요.

신용관 하긴 다소 시큰둥한 평론가들과 달리 관객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누적관객도 100만명을 넘겼고요.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공연평론가가 진짜 사기꾼, 이라는 바넘의 대사가 비수처럼.”

배종옥 저는 ★★★★★ 만점! 한 줄은 거두절미하고 “This Is Me”.

신용관 기획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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