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마음챙김 명상(MBSR) 수련 모습. ⓒphoto www.themarsh.com
미국의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마음챙김 명상(MBSR) 수련 모습. ⓒphoto www.themarsh.com

인간의 정보처리용량은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정보나 자극을 다 의식하고 반응하고 저장할 수 없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수 없다. 이같은 정보처리 용량의 제한성은 인간에게 원죄(原罪)이자 축복이다. 인간의 인지(認知)능력의 한계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다’ ‘옳은 것이다’라는 생각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동시에 바로 그러한 제한성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생의 많은 상처, 트라우마,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

생각이 지배적, 감각은 외면당해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평소 마음 상태는 어떤가.

일상의 습관, 번잡한 삶, 과부하된 정신 상태로 인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른 채 몸과 정신이 따로 놀며 스트레스와 무기력, 우울, 탈진(burnout)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삶이다. 마치 컴퓨터의 프로그램 창이 너무 많이 열려 용량초과로 느려지다 결국 ‘먹통’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예전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반대였다. 육체적으로는 고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렇게 과부화된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욕구를 자극하는 환경도 아니었다. 인간의 마음은 욕구-생각, 감각으로 이뤄졌는데 과거에는 주로 육체적 감각-욕구가 지배적이었고 생각은 적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지배적이고 감각은 외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인간의 정보처리용량의 90%가 감각, 10%가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정반대로 90%가 생각, 10%가 감각이다. 신체적 감각이 주는 소리를 외면하다 보니 둔감해지고 그러다 보니 결국 돌연사, 암, 우울증의 병이 들이닥쳐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이런 ‘생각병’을 없애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마음챙김 명상을 배운다. 나아가 긍정심리훈련도 한다.

강사인 김정호 교수(덕성여대 심리학과)는 명상과 마음챙김을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명상은 욕구-생각을 쉬는 것이다. 힘 빼고 내려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디 쉬운가. 도리어 더 생각나는 것이 정신역설의 효과다. 김 교수는 욕구-생각을 쉬게 하려면 비사변적인 대상, 즉 신체적 감각이나 호흡 등에 주의를 집중하라고 한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과 생각의 연속들에서 벗어나려면 그 생각을 지나가는 구름처럼 가볍게 여기면서 주의력을 호흡이나 몸의 감각으로 돌려 거기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욕구-생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힘이 길러지고 고요한 휴식과 마음의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즉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경치를 관찰하고 사람들의 동작을 살펴보거나, 밥을 먹을 때 미각, 시각, 촉각을 느끼면서 음미할 때 우리는 생각의 홍수 속에 벗어나는 것이다.

반면 마음챙김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기술이다. 우리는 길을 걸어갈 때 혼자 휴대폰을 하며 흥분해 떠드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아니면 교통신호가 바뀐지도 모르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목격할 때도 있다. 그때 그 사람은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골몰한 나머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 채, 다시 말해 그 순간 정신이 나간 상태로 행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바로 그러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어떠한 욕구-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옳게 바라보고, 삶에서의 현명한 태도와 자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 동시에 주변상황과 타인에 대해 공감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끌어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김 교수는 이런 정의하에서 ‘마음챙김+명상’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이란 명상을 하며 ‘나’에 대한 순수한 관찰(깨어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육체적) 감각에만 주의를 보내며 동시에 마음 전체(나)를 자각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각만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태(앉아 있음, 존재함)나 행위(호흡함)도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챙김 명상이 익숙해지면 마음의 평정, 의식의 명료함, 정신의 깨어 있음의 상태가 일반화되며 여기서 기쁨과 행복과 성숙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마음챙김 명상의 첫 단계로 일상에서 감각과 친해지기를 권한다.

알다시피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다. 첫째 생활 속 장소에서 감각 느끼기다.

- 서재, 화장실, 거실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

- 아파트 단지, 지하철·버스 안,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감각

둘째 행위 중에 느끼기다.

- 샤워, 면도, 이 닦기, 손 씻을 때

- 옷 벗고 입을 때

- 설거지, 청소하거나 걸어갈 때

이러한 일상적 감각을 느끼는 연습이 1단계라면 2단계는 요가와 보디스캔(몸 바라보기)을 통한 ‘몸과 친해지기’다. 2주차 강의에서는 몸과 친해지기에 대한 교육과 실습이 주다.

자기 몸을 관찰하는 보디스캔

요가는 움직이는 명상(moving meditation)이다. 움직이면서 쉬는 것이요, 쉬면서 감각을 음미하는 것이다. 요가는 쉽게 말해 우리가 운동하기 전 하는 스트레칭 동작에 마음챙김명상을 합한 것이다. 일상의 욕구와 생각, 부담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몸의 움직임과 감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각의 홍수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때 신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 동시에 몸과 연결된 마음의 상태도 자각할 수 있게 된다.

보디스캔은 보통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자기 몸을 관찰하는 훈련이다. 각 신체 부위로 마음의 주의, 마음의 눈을 옮겨 가면서 그 부위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느끼도록 한다. 예컨대 발가락에서부터 발목, 장딴지, 무릎, 허벅다리, 엉덩이, 허리, 등, 아랫배, 가슴, 심장, 어깨, 목, 팔, 얼굴, 머리 등에 차례로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특정 부위의 통증, 근육의 떨림, 혈액순환의 왕성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지금 현재 순간에 우리 몸의 실재를 전체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몸의 각 부위를 순서대로 바라보는 보디스캔을 매일 30~40분씩 하다 보면 자연히 몸과 친해지고, 그동안 외면당해왔던 몸의 감각이 되살려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의도적으로 생각의 홍수 속에서 벗어나 우리의 오감 등 감각을 통해 일상을 살펴보고, 매일 규칙적으로 요가와 보디스캔을 통해 몸과 친해지는 훈련을 하다 보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강한 마음, 평정, 기쁨, 자각, 공감, 지혜, 성숙함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함영준 조선뉴스프레스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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