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즐긴다는 프레스코의 아이스크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즐긴다는 프레스코의 아이스크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의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른 2016년 11월 2일, 뉴욕타임스 주말판인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힐러리와 도널드가 친구였을 때(When Hillary and Donald were friends)’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두 후보 부부가 몸을 밀착하고 파안대소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두 후보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이 담겼다. 필자가 눈이 간 곳은 트럼프가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익숙한 이름의 식당이 금방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Fresco by Scotto(프레스코 바이 스코토)’! 번역을 하면 ‘스코토 가족이 운영하는 프레스코’ 정도일 것이다. 지금도 뉴욕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찾는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후보가 저녁 시간에 ‘Fresco by Scotto’(이하 프레스코)의 스테이크나 치즈버거를 빨리 먹은 후 TV 스포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프레스코는 1993년 11월 개점하여 스코토 가족의 어머니와 세 오누이가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어머니인 메리온 스코토는 입구에서 손님을 정겹게 맞이해주는 걸로 유명하다. 음식점 평가 전문 잡지인 ‘저갯(Zagat)’은 메리온 여사를 ‘뉴욕에서 가장 우아한 레스토랑 주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작은 딸인 로사냐 스코토는 보수적 시각의 방송국인 폭스(Fox) 뉴스의 앵커로 활약하고 있는데 프레스코의 ‘수다’ 부문 사장(President of ‘Schmoozing’)이라는 역할도 맡고 있다. 앵커의 명성을 앞세워 프레스코를 찾는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로사냐의 페이스북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부인인 이바나 트럼프(Ivana Trump)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바나는 트럼프의 세 자녀를 키운 경험을 담은 자서전 ‘트럼프 양육기(Raising Trump)’ 출간 직후인 2017년 10월 프레스코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프레스코는 점심 시간이면 비즈니스맨들의 협상 및 거래 장소로 쓰인다. 반면 저녁 시간에는 연예계 관련 종사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스토랑에 대한 언론의 리뷰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에서 프레스코는 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뉴욕매거진, 거메매거진, 뉴욕타임스 등에서 ‘탁월한(outstanding)’ 평가를 받았음을 자랑하고 있다. 저갯에 따르면 프레스코는 5점 만점 중 음식 4.3점, 데코레이션 4.0점, 서비스 4.2점으로 미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상위권에 속했다. 레스토랑 예약 사이트인 오픈테이블(Open Table)로부터는 4.4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뉴요커들은 미드타운의 대표적 레스토랑으로 ‘산 피에트로(San Pietro)’ ‘셀리니(Cellini)’와 함께 ‘프레스코’를 꼽는다.

프레스코는 ‘NBC 방송국 구내식당(NBC Commissary)’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NBC 방송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회식장소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뉴욕의 중심인 미드타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도보로 5분 거리에 록펠러센터, 미국 천주교의 본부 격인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국가 원수들의 단골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거처인 트럼프타워 등이 있다. 센트럴파크도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뉴요커와 관광객 모두에게 최고의 접근성을 가진 레스토랑이다.

프레스코는 대표 메뉴가 따로 없지만 음식이 전반적으로 맛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가정식 메뉴를 격조 있고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집의 유명 메뉴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라기보다는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대중음식’으로 분류된다. 특히 피자와 햄버거가 유명하다. 피자 전문점은 아니지만 그릴드 피자(화덕이나 그릴에 굽는 피자)의 탄생지인 이탈리아 알 포르노의 맛을 뉴욕에 최초로 전파했다는 유명세를 탔다. “프레스코의 그릴드 피자를 먹지 않고서는 뉴욕에서 제대로 먹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음식평도 있다.

<b></div>01</b> 프레스코의 주방장 안젤로 세사. <br><b>02</b> 뉴욕 미드타운에 있는 프레스코 외관. <br><b>03</b>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프레스코 버거’.
01 프레스코의 주방장 안젤로 세사.
02 뉴욕 미드타운에 있는 프레스코 외관.
03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프레스코 버거’.

햄버거인 ‘프레스코버거’도 유명하다. 스테이크로 즐겨 먹는 등심을 갈아서 패티로 쓰고, 그 위에 맛과 향이 강한 고르곤졸라 치즈를 올린다. 보통 아메리칸 치즈나 스위스 치즈를 올리는데 프레스코는 블루치즈의 일종인 고르곤졸라 치즈를 사용한다. 베이컨, 상추, 토마토 등을 올리고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이면 끝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맛있다. 트럼프가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햄버거 자체가 비즈니스맨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점심 메뉴다. 그 때문에 인기 테이크아웃 메뉴가 되었다.

이 집의 현재 주방장은 안젤로 세사(Angelo Sessa)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이고 2000년대 초 컬럼비아대학교 근처에서 ‘세즈 메디(Sezz Medi)’라는 식당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 10여년 밤낮 없이 오너셰프로 일을 해서 레스토랑을 꽤나 일궜는데 건강을 잃으면서 대수술을 받았다. 살인적 임대료 인상 때문에도 가게를 접었다고 한다. 지금은 프레스코에서 50여명의 주방 인력을 총지휘하고 있다. 안젤로는 필자에게 “나는 가진 모든 것과 건강을 바꾸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건강을 잘 지키며 여유롭게 살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먹었던 음식들보다 훨씬 성숙함이 묻어나는 요리를 만드는 것 같다.

뉴욕은 유명한 식당으로 가득한 도시이다. 뉴욕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자는 어디, 스테이크는 어디, 프렌치 요리는 어디, 하는 식의 일등 레스토랑 정보를 모으고 그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SNS에 주로 올린다. 프레스코는 뉴욕을 처음 가는 사람들보다는 몇 번 가 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맛으로 1등이거나, 인테리어로 1등인 집은 가봤지만 분위기가 1등인 집은 드물기 때문이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균형 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적격일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25년을 버텨온 ‘프레스코’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양념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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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뉴욕 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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