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5년 전 딸이 있는 외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명목상 딸집에 간 것이지만 아마도 거기에 다른 남자가 있는 듯하다. 젊어서는 그런대로 순종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돈벌이를 하지 못한 다음부터는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다른 남자도 만나고 다녔다. 이혼하는 방법은?’(90세 남성)

‘내가 돈을 벌지 못한 때부터 상대방은 나를 무시했다. 밥도 차려주지 않고 심지어 목욕할 때 온수를 꺼버리는 등 나를 괴롭혔다.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 이혼하고 싶다.’(80대 남성)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 이혼상담을 요청해온 노년 남성들의 사례이다.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가운데 남성 고령자의 이혼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7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상담을 신청한 60대 이상 남성은 전체 신청자 1345명 중 30.4%(409명)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상담을 신청한 60대 이상 여성은 전체 여성 신청자 3870명 중 21.1%(818명)였다. 이혼상담을 요청한 남성 중 최고령자는 90세였고, 80대 이상 27명, 70대 이상은 150명에 달했다. 여성 최고령자는 86세였다.

상담소가 연령별 분석을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이다. 1995년에는 전체 이혼상담 신청자 중 60대 이상 남성은 2.8%(15명), 여성은 1.2%(41명)에 불과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10년 후인 2005년 60대 이상 남성 12.5%, 여성 5.8%를 기록했고, 다시 10년 후인 2015년에는 60대 이상 남성 27.2%, 여성 18.1%로 증가했다. 과거 이혼 상담자의 연령대는 30~40대 비율이 높았으나 2016년부터 60대 이상이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1순위로 올라섰다.

80대 이상 여성을 제외하고 60대 이상 노년층의 이혼 사유 1순위는 남녀 모두 6호 사유(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 사유)였다. 6호 사유 중에서도 장기별거가 가장 많았다. 그 외로는 경제 갈등, 배우자 가출, 외도 등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사유들이었다.

결혼 초부터 반복되어온 문제들을 참고 지내다 자녀가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큰 이유이다. 특히 상담소를 찾은 노년 남성들은 “나를 대접해주지 않는 아내는 필요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는 소득활동 기간 연장, 재산분할 및 연금분할 가능 등 과거에 비해 경제적 불안 요인이 감소한 것도 이혼을 결심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이혼건수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남성은 1만3579건으로 전체 남성의 12.8%에 달했다. 60대 이상 여성은 8136건으로 전체 여성의 7.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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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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