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였다. 처음에는 밤에 자주 깼다. 잠자리에 들어도 비몽사몽간에 간신히 선잠을 들었으나 갑자기 소스라치며 놀라 잠을 깬다. 이때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 숨을 아주 얕게, 할딱거리며 쉰다는 사실이다. 숨을 쉬기가 어려운 호흡곤란(과호흡·過呼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밤새 머리와 몸이 쉬지 못하고 따로 노는 일이 누적되면서 자율신경계는 헝클어지고 건강은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갑자기 절벽에서 뛰어내리듯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뒤이어 심장이 맹렬히 뛰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반사적으로 손목의 맥을 짚어보니 100m 달리기를 할 때처럼 빨랐다. 이 증상을 오한이라고 해야 하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가 딱딱 부딪치고 이불이 들썩거릴 정도로 흔들렸다. 전신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느낌. 이러다가 미쳐버리거나 죽을 것 같았다. 극도의 공포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까. 떨리는 몸을 진정하고 억지로 숨을 쉬면서 시계를 보니 불과 10분도 채 안 걸린 시간이었다.

불안·분노가 극대화되면 호흡(숨)은 더욱 짧아진다. 이에 따라 뇌로 들어가는 산소량도 더욱 줄어든다. 산소량의 절대치가 부족하게 되면 신체의 자율신경계는 공황발작이나 실신 등 비상조치를 통해 호흡을 정상화시켜 제대로 숨을 쉬게끔 만든다.

바로 여기서 호흡의 절대적 중요성이 대두된다. 알다시피 인체의 에너지원은 두 가지다. 음식물과 호흡을 통해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음식물 섭취에는 큰 신경을 써도, 산소를 공급받는 호흡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평생 호흡은 자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동시스템이 고장나 단 1~2분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심신 전 분야에서 치명적 현상이 벌어진다. 앞서 언급한 불면증, 공황발작도 근본 원인은 호흡 곤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요즘 의외로 숨을 잘 못 쉬는 사람이 많다. 24시간 신경을 쉬지 못하고 숨 막히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호흡이 원활치 않으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반대로 호흡이 원활하면 충분한 산소 공급을 통해 △신체 기능 강화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 △스트레스 완화 △두뇌 능력 강화 △기쁨·행복감 증진이 따라오게 된다. 일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투약과 식이요법뿐 아니라 ‘호흡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 특히 불안·신경증 환자들에게 진정제는 일시적 처방이지만 ‘호흡법’은 영구처방일 수 있다.

모든 명상은 호흡을 기초로 한다. 마음챙김의 호흡명상, 정좌명상, 보디스캔, 걷기명상, 요가 등도 기본적으로 호흡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호흡은 가슴(흉식)과 복식(아랫배·단전)호흡 두 가지다.

가슴호흡은 숨을 가슴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얕은 호흡이다. 들숨에서 가슴이 앞으로 나오고 어깨가 약간 들려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스트레스를 받거나 운동 중일 때는 가슴호흡이 대부분이다. 충분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지 못해 답답하거나 숨이 차 헐떡임 증상을 보인다.

복식호흡은 숨을 들이쉴 때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고 내쉴 때 내려간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넉넉한 숨, 심호흡, 단전호흡이다. 폐와 복부를 가르는 근육층인 횡경막의 수축(들숨)과 이완(날숨)으로도 설명된다. 명상에선 대부분 복식호흡을 한다.

자연에 사는 동물들의 호흡을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한다. 사자, 호랑이, 표범 같은 맹수들은 아랫배로 천천히 호흡하는 반면, 먹잇감으로 쫓기는 동물인 영양, 사슴, 토끼, 쥐 등은 모두 얕고 빠른 가슴호흡을 한다. 이런 동물들은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나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불안하고 경계심이 높아 얕은 호흡, 즉 불규칙적이고 빠른 가슴 호흡을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 보내졌고 3주 뒤 지금의 양부모를 만났다. 성품이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잘 자랐으나 자신이 친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은 평생 그를 괴롭혔다. 정체성 혼란에 사로잡힌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리화나, LSD 등 마약을 즐기고 히피들과 어울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선(禪) 명상이 마약보다 더한 각성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고 명상 매니아가 된다.

그는 평생 호흡명상을 통해 자신의 혼란한 마음을 다스렸고, ‘나는 누구인가’ 등 근본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숙성시켰다.

그의 명상 수행의 진가는 나이 서른 즈음에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였다. 그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자신의 집, 찻잔 한 개와 스탠드(조명), 그리고 스테레오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신의 텅 빈 방에 앉아 매일 정좌명상을 했다. 숨 하나하나를 통해 분노와 절망의 에너지는 방출하고 기쁨과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바로 그 호흡명상으로 미래에 대한 사업 구상과 이에 필요한 직관력·창의력을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의 명상법은 이러했다.

① 장소와 앉기 <그림 1·2 참조>

·조명은 어둡게, 창문은 닫자. 은은한 아로마 향초 정도는 적당하다.

·방석은 두 개 준비해 하나는 깔고 다른 하나는 반을 접어 엉덩이 아래쪽에 받친다. 무릎보다 엉덩이 높이가 올라감으로써(7~15㎝) 자세가 안정된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최근에는 각자 ‘편한 자세’로 앉는다. 의자에 앉아도 좋다.

·눈은 감고 등은 곧추세운다.

·턱은 낮추고 어깨의 힘은 빼고 손은 편안하게 둔다.

② 몸 풀기 <그림 3 참조>

·명상의 준비운동이자 명상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깊게 숙여 몸을 늘린다.

·양손도 앞쪽으로 길게 뻗고, 머리도 충분히 앞으로 숙여서 늘여준다.

·앞쪽으로 뻗었던 손을 끌어당기며 역순으로 아주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15~20초)

③ 인(印) 맺기 <그림 4 참조>

·양손은 엄지와 검지 끝을 맞대어 둥근 원을 만들자. 이어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수인(手印)을 만든다.

(인은 명상하다가 조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깜박 졸면 인이 풀린다. 나중에 명상에 익숙해지면 손을 무릎 위나 배꼽 아래 단전에 둔다.)

④ 호흡하기 <그림 5·6 참조>

·먼저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힘껏 내뱉는 가슴 호흡을 몇 번 하다 호흡이 안정되면 복식호흡으로 들어간다. 다른 신체 부위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아랫배로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⑤ 정식 명상하기

·등이 곧게 펴진 자세를 다시 확인한다.

·명상이 시작되면 마음속으로 자신의 ‘만트라(주문)’를 외운다. 천천히 호흡에 맞춰서 정성을 다해 만트라를 암송한다. <59쪽 상자기사 참조>

·명상 도중 온갖 잡념이 떠올라도 따라가지 않는다. 설령 따라갔더라도 이를 알아채고는 곧바로 만트라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잡념에 대해 마음속으로 ‘절대 하면 안 돼!’라고 부정·억압해선 안 된다. 단지 ‘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마음으로 그 생각을 인정하고 흘려보내라. 즉 지나가는 구름처럼 잡념을 바라만보라.

·이렇게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조절하면서 15분간 명상에 몰입한다.

(명상의 핵심이다. 명상은 호흡에 주의를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를 통한 호흡의 드나듦을 관찰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특정 주문이나 진언(眞言)을 외는 만트라 명상을 할 경우 고도의 주의력 집중이 된다.

보통 호흡명상의 패턴은 △1단계: 호흡 주의 △2단계: 주의 이탈 알아차림 △3단계: 주의 호흡 복귀의 순환을 거듭한다. 2단계와 3단계를 거치면서 알아차림·생각 놓기·주의력 복귀와 집중 근육이 강화된다. 거듭할수록 주의 이탈은 적어지고 호흡에 집중되면서 번뇌와 잡념에서 극복하게 된다.)

⑥ 통찰명상하기

·마음이 매우 고요한 상태에 이르면 성찰과 통찰의 공간이 생긴다. 내 앞에 환한 빛이 비추는 느낌이나 얼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더 이상 만트라가 필요 없으며 통찰을 시작한다. 직관력과 명료함을 체험하면서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여러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흔히들 명상을 ‘멍 때리기’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음챙김명상은 고도의 정신적·지적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며 때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직관과 엑스터시(ecstasy), 영성(靈性)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마음의 평정은 기쁨과 행복·충일감도 가져다준다. 이른바 최적의 존재 상태다.)

⑦ 끝내기 <그림 7 참조>

·명상 시작 때 하던 워밍업을 다시 한다.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고 바닥에 붙이면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인 다음 충분히 앞으로 뻗는다.

·다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정좌 좌세로 돌아온다.

·이때 내부로 향했던 내 의식도 현재 의식으로 돌아온다.

⑧ 휴식 취하기

·현재 의식으로 돌아온 뒤 감았던 눈을 뜨고 천천히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인다.

·두 다리를 쭉 뻗거나 그 자리에 눕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도 된다.

명상의 종류

명상은 수련방법에 따라 △집중명상(止法·사마타)과 △마음챙김명상(觀法·위파사나)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집중명상은 어떤 특정 대상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특정한 소리(sound), 시각적인 상(visual object), 활동(activity), 읊조림(chant) 및 개념(concept) 등에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이다.

마음챙김(통찰)명상은 지금 이순간 일어나고 있는 감각, 느낌, 생각을 그저 열린 마음으로 고요히 관찰하는 방식이다. 집중명상처럼 어떤 특정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지도 않고, 마음이 방황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의식 속에 떠오르는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때 명상자는 반응의 주체가 아니라 반응과 조금 떨어져 ‘초연한 관찰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

그러나 사실 요즘 마음챙김명상에서는 집중과 관찰, 이 두 가지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집중은 ‘멈춤’, 마음챙김은 ‘바라봄’이라는 상반된 특징을 지닌 듯하나 궁극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모아 마음의 평화와 지혜에 이르게 하는 두 날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 집중명상>

△만트라(眞言)= 자기 스스로 특정한 단어나 구절을 외우는 데 집중하는 명상이다. 예컨대 ‘나는 행복하다’ ‘만사 형통할 것이다’ 등의 격려 문구나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여호아는 나의 목자시니’ 등의 불경, 성경 구절도 반복해 읊조릴 수 있다.

△수식관(數息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숨과 날숨을 헤아리는 호흡법.

△참선(看話禪)= 특정한 하나의 개념, 즉 화두(話頭)에 마음을 모으는 명상이다.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디 모습은?’ ‘사랑이란?’ ‘용서란?’ 등등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 마음챙김명상>

△정좌명상= 처음에는 천천히 복식호흡하면서 호흡에 집중한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주의의 초점을 호흡에서 신체감각 쪽으로 옮겨간다. 이어 소리나 냄새 등 외부 환경 자극에 대해 마음 챙기는 연습을 하다가 네 번째 단계에서는 주의의 초점을 자신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이나 생각으로 옮겨간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의식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어떤 것이든(신체감각, 생각, 감정, 소리, 냄새, 욕망 등) 선택하지 말고 나타나는 대로 살펴본다.

△몸 살피기(보디스캔) 명상= 가만히 눕거나 의자에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 마치 스캔하듯 마음의 눈으로 주의력을 집중해 신체 각 부위를 하나하나씩 훑고 지나가는 훈련이다.

△먹기명상= 건포도나 간단한 음식을 오감과 온 주의력을 동원해 관찰하고 느끼고 먹는 훈련이다.

△요가명상= 일반 요가 동작을 들숨과 날숨의 호흡과 맞춰 천천히 온 신체의 감각을 느끼면서 행하는 훈련이다.

<기타 명상>

△걷기명상= 한 걸음 한 걸음 몸의 감각을 의식하며 천천히 걸으면서 걷는 동안의 호흡과 오감을 알아차리는 수행.

△자애(자비)명상= 보통 정좌명상 상태에서 자신이나 타인 등 자비를 베풀 대상을 떠올리며 그의 안위와 행복을 축원하는 마음을 보내는 명상.

실습 과제

향후 2주 동안 다음의 과제를 행한다.

① 정좌명상

매일 스티브 잡스식 명상(15분)을 1회 규칙적으로 행한다.

② 보디스캔

정좌명상과 함께 매일 1회 규칙적으로 행한다.

③ 유쾌한 일 기록

매일 그날 일어난 일 중 유쾌한 일 한 건을 떠올리고 다음과 같은 소견을 간략히 기록한다.

·경험한 일은?

·그때 몸의 감각은(구체적 신체부위)?

·정서적 느낌(감정)은?

·머릿속 생각은?

구글의 순환식 명상훈련

집중명상과 마음챙김명상을 번갈아함으로써 집중형 주의력(Focus Attention)과 개방형 주의력(Open Attention)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훈련이다. 자꾸 딴 데로 가려는 주의력을 ‘지금-여기-순간-존재’로 불러오면 집중형 주의력이 훈련된다. 또한 떠오르는 생각들을 판단하지 않고 내려놓는 연습은 개방형 주의력을 훈련시킨다. 총 15분 정도 시간을 준비→집중→개방→집중→개방→마무리 순서로 행한다.

■ 준비(1분)

느긋한 마음으로 편하게 앉아라. 쉰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호흡을 반복한다.

■ 집중명상(3분)

주의를 호흡이나 자신이 선택한 대상에 집중하라. 어떤 방해에도 흔들리지 말라. 마음이 딴 곳으로 가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되돌려오라.

(30초 휴식)

■ 개방명상(3분)

자신이 지금 경험하는 생각-감정-감각을 단지 알아차림 하라. 생각·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바라만 보라. 만약 특정 생각에 빠지면 다시 알아차림으로 돌아오라.

(30초 휴식)

■ 집중명상(3분)

상기 집중명상과 동일

(30초 휴식)

■ 개방명상(3분)

상기 개방명상과 동일

(30초 휴식)

■ 마무리(1분)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쉬게 함으로써 명상을 끝낸다.

자료 : 차드 멩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함영준 조선뉴스프레스 상임고문·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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