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과 남한강이 한데 만나는 경기도 양평 팔당호의 두물머리에는 ‘물과 꽃의 정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세미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연못 가득 넘칠 듯이 연꽃이 핀다. 붉은색 연꽃이 푸른색 잎사귀와 어우러지는 홍련지(紅蓮池), 흰색 연꽃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백련지(白蓮池)에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연못 옆 산책로가 정갈하게 나 있어 여름 연꽃 구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사람 키만큼이나 높은 세미원의 연꽃밭을 거닐고 있노라면 연꽃 위에 앉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수 있다.

원래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다는 의미에서 굳건한 의지와 아름다운 마음,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시 ‘연꽃 구경’에서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말했고 이해인 수녀는 시 ‘한송이 수련으로’에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못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 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철이라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 걷기에는 연꽃밭이 제격일지도 모른다. 지난 6월 22일 시작한 세미원 연꽃축제는 8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야간에도 문을 열어 조명 아래 빛나는 연꽃을 색다른 마음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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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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