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경 然식습관연구소 대표는 과일이 최고의 해독제이자 영양제라고 말한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류은경 然식습관연구소 대표는 과일이 최고의 해독제이자 영양제라고 말한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약이 병을 부른다.’

‘우유는 항생제 섞인 독이다.’

‘단백질 결핍증이 더 걸리기 어렵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근육은 생긴다.’

‘운동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

하나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뒤집는 말들이다. 최근 출간된 ‘완전소화’라는 책에 적힌 제목들이다. 온갖 건강 정보들이 방송마다 넘쳐나고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요즘, 그저 그런 건강 정보가 또 나왔겠거니 했다.

그런데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책을 쓴 류은경(40)씨는 수의학을 전공했다. 국립암센터와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에서 신약개발 연구원으로 일했다. 특정 암세포를 타깃으로 잡아내는 암세포 특이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런 그가 “약은 병을 고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그는 책에서 식습관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소화’는 출간 3주 만에 ‘YES24’를 시작으로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에서 건강분야 1위에 올랐다. 신약개발 연구원 생활을 7년에서 끝내고 ‘然 식습관연구소’ 대표로 명함을 바꾼 류은경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류 대표는 모든 병은 소화불량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나이 들수록 가장 먼저 이상신호를 보내는 장기는 위, 간, 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기관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면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지방 분해가 더뎌지고 간의 해독능력이 떨어지면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장내 유산균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변비가 생기고 몸속 여기저기 염증이 생긴다. 결국 비만, 만성피로,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암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가 무병장수의 비결로 ‘완전소화’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소화불량’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류 대표가 내놓은 해답은 ‘아침 공복 과일 3개, 식전 과일 1개’다. ‘완전소화’를 도와주고 몸의 면역력을 회복하는 비법이 ‘과일’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루테리언, 즉 ‘과식(果食)주의자’가 되라고 권한다.

“신약개발 연구를 하면서 ‘약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병은 못 고칠까’ 고민하다 현대의학은 병만 보고 몸은 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병이 생긴 환경, 몸을 먼저 고쳐야 병이 낫는 거죠. 몸의 환경에 눈을 뜬 후 수많은 자료를 뒤적이고 공부를 하다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가 찾은 건강 원리는 간단했다. 잘 먹고 잘 싸는 것, 다르게 말하면 ‘영양과 해독’이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해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우리 몸은 훨씬 더 독소에 노출돼 있다. 우유, 고기, 가공식품의 첨가물, 덜 소화된 음식물, 소화와 대사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암모니아, 요소, 산소 찌꺼기인 활성산소 등 내부에서 발생한 독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 외부 독소까지 더해 간 기능을 약화시키고 몸의 기능들을 떨어뜨린다.

류 대표에 따르면 우리 몸이 해독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80%라고 한다. 그만큼 해독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류 대표는 해독을 잘하려면 몸의 리듬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독소를 내보내는 배출주기(새벽 4시~낮 12시), 음식을 섭취하는 흡수주기(낮 12시~밤 8시), 영양소를 재합성하는 동화주기(밤 8시~새벽 4시)를 반복한다. 리듬에 맞는 식사법을 해야 소화, 흡수, 배설이 잘된다. 밤 10시 넘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 몸을 야근시키는 것이다. 배출주기인 아침에는 소화기관을 쉬게 해야 한다. 이때 해독을 돕고 신진대사를 부활시켜주는 특급해결사가 바로 ‘과일’이다.

과일은 수분과 비타민, 섬유질이 풍부해 독소 배출을 도와준다. 게다가 공복에 먹는 과일은 소화가 빠르고 몸에 필요한 효소를 공급해 배설 기능을 도와준다. 특히 과일 속에 들어있는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해서 해독이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과일 속 당은 근육과 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까지 공급해준다.

또 과일에는 효소가 가득하다. 숨 쉬고 피를 만들고 온몸에 피가 도는 것은 효소 없이는 안 된다. 효소작용이 곧 생명활동이다. 나이 들수록 예비통장인 잠재효소의 잔고가 줄어들면서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긴다. 효소가 부족하면 간의 지방대사도 문제가 생기면서 지방이 축적되고 살이 찌는 것이다. 살 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과일은 어떻게 먹어야 효과적일까. 류 대표는 오전 공복에 사과 3개에 해당하는 양을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사과 중과 150g 기준, 450g 분량이다. 제철 과일로 다양한 종류도 상관없지만 가능한 비슷한 성질<표 참조>끼리 먹을 것을 권한다. 단 바나나는 열량 흡수주기인 오후에 먹는 것이 좋다.

식후 디저트로 과일을 먹고 있다면 지금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류 대표는 “식전 과일은 약, 식후 과일은 독이다”라고 말한다. 식후 과일은 음식물과 과일의 당이 섞여 발효되면서 오히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위 속에서 일어나는 발효는 가스가 발생해 음식을 변질시켜서 영양흡수를 방해한다. 과당의 발효성분은 몸에서 알코올과 같은 반응을 일으켜 간세포를 파괴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간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식후 과일이 원인일 수 있다. 이렇게 간에 무리를 주는 식후 과일은 노폐물과 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 대신 점심, 저녁 식전에 과일 1개씩을 꼭 먹기를 권한다. 식전 과일은 당과 섬유질이 소화를 돕는다. 그 외에도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를 줄여주고 양념 많은 음식이 짜게 느껴져서 싱겁게 먹는 효과까지 있다. 참고로 과일의 소화시간은 30분, 채소는 2시간, 탄수화물은 3시간, 고기는 4~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소화시간이 길수록 소화기관의 일이 많아지고 과부하가 걸린다. 고장이 나기 쉽다. 류 대표는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도 스트레스다. 오후에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더라도 오전 과일 3개만 먹으면 해독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삼시 세끼 과일만 먹어도 충분하다

밥을 안 먹어도 영양섭취가 될까? 류 대표는 삼시 세끼 과일만 먹어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근육을 만들 수 있고 과일만으로도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어서 건강에 더 좋다고 한다. 온종일 풀만 뜯는 소의 온몸이 근육으로 이뤄진 것은 운동이 아닌 소화와 대사의 결과이다. 오히려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하면 질소, 요산, 암모니아 등 간과 신장에 과부하를 주는 대사산물만 늘어나고 독성 배출하느라 몸만 혹사시킬 뿐이다. 그에 따르면 ‘아침에는 살찔 염려 없으니 충분히 먹으라’는 말은 몸속 장기를 배려하지 않는 식사법이다. 막 자고 일어난 아이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비만, 당뇨 환자는 당이 걱정이다? 과일의 당 지수는 포도당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부분 50 이하이다. 백미, 빵, 과자는 당 지수가 70 이상이다. 현미(56)보다도 오히려 포도(50)가 낮다. 가공식품의 설탕과는 달리 과일은 달아도 다양한 영양소들이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장기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결국 당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류 대표의 말이다.

류 대표도 과거엔 삼겹살을 일주일에 3~4번 먹고 빵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탄수화물 중독자였다. 실컷 먹고 살이 찌면 굶고 운동하기를 반복했다. 우연한 기회에 단식을 경험했는데 10일 만에 무려 7㎏이 빠졌다. 직접 체험하고 나니 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그때부터 자연의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의대를 다시 갈까 고민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의대 도서관에 가서 독학을 하고 건강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팬들이 생기고 식습관 상담을 요청해오는 사람이 많았다. 식습관 연구소를 차리고 60~70명에게 컨설팅을 해주다 보니 과일의 효과는 놀라웠다. 그도 지난해부터 과일식을 시작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빠지지 않던 등살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특히 피부가 좋아졌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항생제·성장촉진제로 키운 가축에서 얻은 우유·고기는 영양이 아니라 독이다. 가공식품은 가짜 음식이다. 식품첨가물들이 간 대사를 손상시킨다. 튀긴 음식은 활성산소를 만들고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과한 운동, 과한 환경 등 ‘과’ 자가 들어간 것은 전부 나쁘다.”

식습관에 대해 그가 지적한 것들은 많다. 축산낙농업계에선 발끈하겠지만 조목조목 제시한 근거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다.

근육을 만들려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도 그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못을 박는다. “아스파라거스는 27%, 말린 완두콩은 21%가 단백질이다. 과일이나 현미에도 단백질이 있다. 단백질 덩어리라고 알고 있는 소고기는 단백질 함유량이 50% 이하이다. 채소와 과일, 해조류, 통곡물을 통해서 우리 몸에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류 대표의 말이다.

그는 “건강은 자연에 있다”면서 “우리 몸에 맞는 음식은 자연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류 대표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오는 8월 22일 저녁 7~9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교보타워 23층에서 무료강연이 있다. 선착순 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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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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