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40대 교사 A씨에게 몇 년 전 두통이 찾아왔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통약을 먹고 견디었다. 1년쯤 뒤 이번에는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위궤양이라고 생각해 위장약을 먹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격렬한 가슴통증이 찾아왔다. 결국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응급실로 실려간 그는 협심증 판정을 받고 서둘러 심장 수술을 통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돌이켜보면 두통과 복통은 심장병을 알리는 전조(前兆)였다. 회복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심장 발작에 깊이 감사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이후 나는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경청하기 시작했다.”

사실 통증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통증을 싫어한다. 약을 먹거나 무시하거나 하여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A씨 경우에서 보듯 통증은 고마운 메신저(전달자)이기도 하다. 더 큰 재앙을 미리 알려주거나, 기왕 닥친 재난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신호를 보내준다. 만약 뜨거운 난로에 몸이 닿고도 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육체적 통증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적 통증(아픔) 속에 살아간다.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좌절감, 트라우마 등이 그것이다. 주변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고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왜 그렇게 미워하고 다투고 갈등을 겪으며 살아갈까. 단 한 번의 실수로 평생 불구로 살게 되거나, 일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운명에도 직면한다.

이런 삶의 고통이나 재난(catastrophe) 역시 우리는 이유 여하 불문하고 혐오하고 쫓아내려고만 한다.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려기보다 극도의 분노·불안·공포 속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유를 모색하려는 것이 아니라 거칠게 거절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려고 한다.

접근과 회피 본능

심리학에서는 이를 ‘접근과 회피(approach or avoid)’ 본능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맛있는 음식, 애완동물, 맘에 드는 이성, 칭찬, 돈, 권력, 명예 같은 것을 좋아하고 소유하려는 ‘접근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욕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반면 맛없는 음식, 혐오동물, 맘에 안 드는 이성, 비판, 가난, 굴종, 패배 같은 것은 싫어하고 배척하려는 ‘회피 본능’도 있다. 통증은 당연히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회피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어쩌면 인생은 접근과 회피 본능 사이의 줄다리기요, 곡예로 볼 수 있다. 자칫 한쪽에 치우쳐 균형을 잃을 경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중도(中道)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웬만한 내공으로는 중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중도를 향한 에너지와 지혜를 제공해준다. 앞서 설명한 통증·재난에 대해서도, 나쁜 것으로 배척하는 대신 제3의 길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평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길이다. 즉 회피하려는 자동반응(auto–pilot)에서 벗어나 오히려 의도적으로 다가가라고 권한다. 싫어하는 바퀴벌레나 쥐를 맞닥뜨렸을 경우 질색하기보다 그 순간 ‘마음챙김’을 통해 접근해 자세히 관찰하는 식이다.

통증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인다. 나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그것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경청한다. 통증의 제거가 목적이 아니라 ‘현명한 주의’를 통해 오히려 친해지거나 극복하게 만든다.

자영업자인 50대 B씨는 지난 6년 동안 가슴통증과 심계항진(부정맥)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나 약은 그때뿐이었고 근본적인 처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심신클리닉을 찾아가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연 심호흡이 심장병에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계속 해나가면서 증상이 호전됨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 불규칙적이고 얕은 호흡 패턴 때문에 자신의 신체가 경직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호흡명상과, 굳어진 몸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하타요가와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실천하였다. 담당의사는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약을 줄여나갔다. B씨의 근본적인 치유법은 ‘적절한 호흡과 그에 따른 이완’이었다.

물론 누구나 B씨처럼 정규 의료행위를 벗어나 명상이나 호흡으로 병이 치유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도저히 근본 치유가 되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이나 질환의 경우 마음챙김을 통한 깨달음(자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B씨도 처음에는 A씨처럼 통증이 나타나자 ‘회피’ 반응을 보였고 약물에 의존했다. 그러나 A씨보다 적극적이어서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효험이 없자, 자발적으로 심신클리닉을 찾았고 그 이후 명상, 요가의 도움으로 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통증(질환)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았고,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며, △그 통증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찾아내 치유책으로 활용하였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신체적 통증에 대한 마음챙김

여러분은 이 시리즈 처음에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기술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호흡·정좌·보디스캔·요가 등을 수련했다. 이것들은 모두 ‘지금–여기–순간–존재’에 집중하는 나의 주의력(attention)과 자각(awareness) 능력 향상을 가져오는 마음근육 강화 훈련이다. 이는 통증의 마음챙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다.

예를 들어보자. 과일을 깎다가 과도로 손가락을 베었다. 격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솟아나온다. 급성통증이다. 이 경우 그냥 바라보는 것이 마음챙김은 아니다. 처방은 명확하다. 빨리 지혈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나 붕대를 바르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이때 마음챙김은 그 아픔에 너무 놀라거나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아픔에 대한 강도를 매우 완화해준다. 마치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후 느끼는 공포감과 아픔의 강도가 완연히 다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의 경우는 다르다. 이유 없는 만성두통, 류머티즘,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척추손상 같은 경우는 처방이 쉽지 않다. 장기화될수록 자칫 심신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신체적 통증에 대한 마음챙김은 크게 세 단계다.

①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라

우선 놀라거나 피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라. 명상이나 보디스캔 등에서 신체 감각이나 마음 상황을 어떤 판단도 개입하지 말고 그냥 바라만 보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적극적·포용적 자세는 그만큼 심리적 여유 공간을 확보해주고, 과도화된 통증에 대한 느낌을 완화해준다. 예컨대 만성두통 환자에게 두통이 찾아왔을 경우 “그래. 들어와봐. 얼마나 아픈지 느껴볼게. 그러나 네가 나를 지배할 수는 없어” 식의 마음가짐을 갖고 대하는 것이다.

② 수용해서 충분히 느껴라

통증은 ‘지금–여기–순간–존재’하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증상과 그에 대한 내 반응을 세세히 살펴보라. 통증이 얼마나 어떻게 아프지? 바로 지금 내 몸과 마음(생각, 감정)은 어떻지?

③ 메시지를 찾아라

통증은 전령(傳令)이다. 무시하거나 감정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면 직관이나 통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준다. 억지로 생각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제 너무 무리해서 그랬군’ 식의 자각이거나 아니면 옛날 어렸을 적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물론 메시지가 당장 안 나올 수도 있다.

프랑스계 캐나다 트럭운전사인 C(42)씨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루아침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격렬한 요통에 울부짖었고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데 대해 절망했다. 당연히 집안은 엉망이 됐다. 그는 주치의의 권유로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창안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누운 채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보디스캔을 하면서 큰 변화를 느꼈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참으면서 몸의 각 부위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수련<상자기사 참조>을 하면서 점차 자신의 몸이 이완되고 통증이 완화되고 있음을 자각했다. 몇 주 동안 기복이 많았지만 참아가며 계속했다. 이때 그는 잃었던 자신감을 찾았다. 즉 자신의 허리 통증을 조금씩 극복하면서 다른 영역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 것이다.

그는 요가를 하면서 다시 시련을 맞았다. 일종의 재활 훈련 같은 것이었는데 할 때마다 통증이 엄습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통증을 마주 느끼면서 동작을 조금씩 계속 해나갔다. 결국 8주 프로그램 마친 후 통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만 스스로 통증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는 자신감이 그후 일상생활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몸이 전해주는 감각의 메시지에 따라 완급과 방향을 조절하며 조금씩 몸을 움직여 드디어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됐다. 비록 장애인이긴 하지만 그는 현실을 수용하고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건강한 마음을 얻게 된 것이다.

상황 통제에 대한 자신감

불안·공포·공황 등 극심한 정신적 통증도 동일한 마음챙김 원리에 의해 치유·극복될 수 있다. 30대 소방관 출신인 D씨는 화재 현장서 겪은 트라우마로 심한 불안증세를 겪고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방독면을 쓰려고만 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막히는 과호흡(過呼吸) 증상을 보여 정상 업무를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8주 MBSR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첫 주에 호흡을 관찰하는 명상을 배웠다. 처음에는 호흡을 의식할 때마다 현장 생각이 떠올라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는데 2주간 보디스캔을 통해 호흡을 끈질기게 관찰하는 훈련을 받은 후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는 호흡을 하면서 공포감이 떠오를 때 피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려고 했고, 이어 그때 느껴지는 몸의 감각과 감정의 흐름을 포착했다. 호흡이 매우 가빠지는 것을 느낄 때는 의도적으로 평소 배운 복식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마친 뒤 그는 평소 보디스캔이나 호흡명상을 하면서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가져다준 사건을 다시 기억에 떠올리는 수련을 했다. <상자기사 참조>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으나 차츰 반복하면서 그는 그 사건을 제3의 관찰자처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매우 강렬하게 감각을 느꼈던 신체 부위에 대한 지속적인 보디스캔을 통해 이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시 방독면을 쓰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큰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불안과 무기력이 누적돼 약에만 의존하는 이들도 많다.

만성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10년 넘게 신경안정제에 의존해온 30대 가정주부 E씨는 남편과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투약을 거부했다. 대신 스트레스클리닉에 등록해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명상 수련을 하면서 그녀 역시 자신의 불안감에 대한 통제 능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그녀가 뇌 단층촬영을 위한 MRI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머리를 거대한 촬영기계의 빈 동굴에 넣을 때였다. 평소 같으면 엄청난 불안이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때 그녀는 평소 보디스캔에서 수련해왔던 ‘발가락에 마음을 모으는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촬영기계가 소음을 내면서 회전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 기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발가락에 주의를 돌리고 발가락으로 호흡을 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이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큰’ 통제 능력을 실감했고 편한 마음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날을 계기로 그녀는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상황을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거리를 걷다 불안에 휩싸이면 멈춰 서서 심호흡을 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속 산’을 그리곤 했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가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과 함께 지내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확신감이 점차 생겨났다.

물론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 찾아왔지만 그녀는 예전보다 덜 불안해하고, 더 좋게 느끼고, 더 낙관적으로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고통에서 치유력을 만들어주는 마음챙김의 위력이다.

신체적 통증 치유 명상

미국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은 만성 신체적 통증 환자에게 보디스캔(Body Scan·몸 살피기) 명상을 권장한다. 보디스캔은 마치 스캔하듯 내 마음의 눈으로 신체 각 부위를 하나하나 훑고 지나가면서 ‘바로 지금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파악하는 마음챙김 수련이다. <주간조선 2512호 2018년 6월 18일자 68쪽 참조>

소요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숙달되면 몸 전체를 5~10분 정도에 보디스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보자는 20~30분 걸린다. MBSR 프로그램에서 환자들을 위해 실시하는 시간은 약 45분 정도다.

유의할 사항은 보디스캔 도중 마음에 잡념이 들 경우 그것을 ‘알아차린’ 뒤 다시 해당 신체 부위로 주의를 돌려 계속 스캔을 해나가는 것이다.

1. 매트를 깐 바닥이나 침대에 눕는다. 눈은 지그시 감고 양손은 몸통과 나란히 하고 양발은 적당히 벌어지게 한다.

2. 1~2분간 심호흡을 한 뒤 주의를 왼쪽 발가락으로 옮겨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를 관찰한다.

3. 이어 주의력을 왼쪽 발바닥→발등→발목→아랫다리→무릎→허벅지→엉덩이를 거쳐, 다시 오른쪽 발가락으로 옮겨 같은 순으로 올라온 뒤, 허리→등→아랫배→가슴→어깨→양손과 팔→목→얼굴→머리 순으로 이동하는 훈련이다.

4. 주의력을 옮길 때 해당 부위에 숨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상상하라. 숨을 내쉴 때마다 몸 전체가 누워 있는 표면에서 조금 더 깊이 내려앉고 모든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이완된다고 상상하라.

5. 통증이 있는 부위에 이르면 당황하지 말고 심호흡을 하면서 지금 해온 방법 그대로 스캔하라. 그 신체 부분으로 호흡을 부드럽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느껴지는 감각을 주의 깊게 지켜보라. 불편감과 통증이 매우 강렬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스캔하라.

6. 그 고통스러운 감각의 성질이 어떤지를, 변화가 있다면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세밀하게 알아차려라. 동시에 그때 느껴지는 내 감정이나 생각도 관찰하라.

7. 이런 식으로 순간순간을 단지 지켜보고 내려놓고, 다시 지켜보고 내려놓기를 계속하라.

8.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조금 완화되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전혀 변화가 없거나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이때 조바심 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계속 그 통증을 살펴보라.

9. 만약 통증이 매우 강렬해 신체 다른 부분으로 옮겨갈 수가 없다면 보디스캔을 중지하고 그 통증 자체에만 주의의 초점을 맞춰라.

10. 때로 너무 아파 ‘이제 더 참을 수 없어’ ‘날 죽이려 하는구나’ ‘내 인생이 엉망이 됐어’ ‘희망이 없어’ 등의 절망적 생각이 들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그 생각 역시 지켜보기만 하라.

11. 진정한 마음챙김은 그 통증에 대해 ‘원한다면 네가 계속 있어도 좋아. 그러나 나를 지배할 수는 없을 걸’이라는 적극적이고 단호한 자세로 대하는 것이다.

12.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라면 오늘 수련을 중지하라. 그리고 내일 또 하라. 아무리 통증이 심하더라도 내 자신이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통증과 감정을 순간순간 지켜보고 받아들이겠다는 확고한 결심과 실천이 이어질 때 결국 그 통증을 극복할 수 있다.

정서적 통증 치유 명상

지금까지 우리는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 잡념 등에 끌려갈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주의를 호흡이나 몸, 혹은 그 밖에 자신이 선택한 집중 대상으로 되돌려왔다.

그러나 마음속 고통을 치유할 때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즉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픈 생각이나 느낌을 단순히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속에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때로 아픈 기억을 애써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다음 그 생각이나 감정과 함께 일어나는 신체감각을 알아차린 뒤 보디스캔이나 호흡명상을 한다.

1. 편안하게 정좌명상 자세로 앉거나, 보디스캔 자세로 눕는다.

2. 몇 분간 호흡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몸 전체를 알아차리거나 호흡 감각을 느껴본다.

3. 의도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나 어려움, 걱정 등을 떠올려라. 당장 생각나지 않는다면 최근 일상생활에서 겪은 사소한 어려움이나 불쾌했던 일 등을 생각해내라. 그것도 없다면 아주 예전 불쾌한 경험 하나를 회상해 보라.

4. 이제 그 일을 마음의 눈으로 생생하게 바라보면서 그때 느꼈던 어려움을 마음의 작업대 위에서 다시 회상해본다. 그 다음 그 어려움을 따라오는 모든 신체감각을 알아차리면서 몸으로 주의를 돌린다.

5. 몸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신체 부위에 주의의 초점을 맞추고 호흡한다. 보디스캔할 때처럼 들숨에 그 부위로 숨이 들어가는 듯이, 날숨에 그 부위에서 숨이 빠져나오는 듯이 상상하면서 신체감각을 탐험한다. 신체감각의 강도가 매 순간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체감각을 알아차린다.

6. 몸에서 싫은 느낌이 일어날 때 그것을 원치 않는 마음도 일어난다. 그때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도 좋다. ‘이렇게 느껴도 괜찮아. 그것에 마음을 활짝 열어두어도 상관없어.’ 호흡을 내쉴 때마다 그 신체감각에 부드럽게 마음을 열라. 어떤 감각이든 환영하라.

7. 신체감각이 약해지면 호흡으로 돌아가거나, 그 신체감각을 일으켰던 어려움을 마음에 다시 떠올린다. 새로운 어려움을 떠올려도 좋다. 어려움이 마음에 떠오르면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면서 그것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를 기울여 살펴본다.

8.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면서 들숨과 날숨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한다. 매 호흡마다 숨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에 초점을 맞춘다.

함영준 조선뉴스프레스 상임고문·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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