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의 뜻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나뭇잎이 붉어지는 이유 말이다. 나무 안에 분비되는 안토시아닌 때문이란 건 알지만, 왜 하필 가을이 되어야 분비되는 것인지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어설픈 광합성이 나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배출하는 걸 막기 위해서란 분석도 있고, 진드기 같은 해충을 막기 위해서란 주장도 있다. 붉은 단풍잎이 나무 주변에 다른 수종의 발아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명한 건 나무에게 시련이 클수록 더 많은 안토시아닌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산이 깊을수록 단풍이 수려한 이유다. 인간은 나무의 고뇌는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스스로의 아쉬움과 뿌듯함, 불안을 단풍에 투영한다. 여름의 기억이 아스라해졌다는 아쉬움, 한 해를 반 넘게 살아냈다는 뿌듯함, 어느덧 세밑이 다가온다는 불안.

이런 만남도 우리 세대만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 지금의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이면 한반도 남부에선 단풍을 만나기 힘들어진다고 학자들은 예측한다. 아열대성 사철수가 온대성 낙엽수의 자리를 대신해서다. 붉은 잎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영영 서로를 떠나보낼 수도 있겠다. 하긴 우리들이 매일 마주치면서도 해석하지 못하는 게 단풍뿐일까. 10월 9일 북한산 문수봉과 비봉 사잇길에서 바라본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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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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