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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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동네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는 요즘 서울 지하철역에 작은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 33㎡(10평) 남짓한 작은 서점에는 잡화품과 참고서 대신 신간도서와 베스트셀러, 여행, 어학, 건강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 3000여권이 전시돼 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지하철 6호선 약수역 환승 통로에 위치한 지하철 서점 ‘한우리문고’에서 엄철호(63) ㈜한우리 대표를 만났다. 한우리문고 매장 소개에 나선 그의 얼굴에서 묘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엄 대표는 “서점이 책을 파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한우리가 운영하는 한우리문고는 수익창출보다 문화서비스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책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후 1986년부터 지하철 서점을 운영해온 한우리는 지난 30여년 지하철과 함께 성장해왔다. 엄 대표는 “내가 1986년 한우리의 직원으로 입사할 당시엔 한우리문고의 수가 100개였다. 당시에는 책에 대한 수요도 상당해 수익도 꽤 났다”고 밝혔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동네서점들이 스러져가는 사이에 한우리문고는 지하철 역사에 자리 잡은 잡화점들과 수익 경쟁에 나서야 했다. 엄 대표는 “당시 서울메트로 측에선 아무래도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다 보니 수익을 무시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2014년엔 지하철서점이 입찰경쟁에 나선 다른 컨소시엄으로 넘어가면서 한우리는 운영하던 서점을 모두 철수했다. 이후 지하철서점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엄 대표의 말대로 2014년 27년 가까이 지하철서점을 운영해오던 한우리 대신 ㈜송인서적과 ㈜투시드가 지하철서점 운영권을 땄다. 하지만 두 회사는 ‘행복한 글간’이란 간판을 내걸고 책이 아닌 잡화를 파는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결국 당시 1~4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메트로는 서점업 용도상 책만 팔게 돼 있는데 두 회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명도소송을 걸었다.

환승역 7곳에 ‘한우리문고’ 부활

그렇게 지하철서점은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한우리의 ‘뚝심’은 여전했다. 지난해 한우리는 다시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서점 운영권 입찰에 뛰어들어 운영권을 따냈고, 지난 1월부터 서울지하철 6~8호선 환승역 역사 내에 ‘한우리문고’ 7곳(종로3가, 약수, 연신내, 삼각지, 공덕, 왕십리, 태릉)을 운영 중이다.

엄 대표는 “이번에 한우리문고를 다시 오픈한 것은 지난 30년간의 지하철 서점 운영 경험을 되살려 사라져가는 지하철서점을 살려내고 싶어서였다”며 “한우리문고를 통해 지하철에 도서 문화공간을 만들고 앞으로 지하철 문화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지하철서점의 수익성 문제이다. 수익성 때문에 지하철서점을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엄 대표는 “한우리문고는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한우리문고의 주요 고객층이 50~60대이기 때문에 도서 가격에도 많이 민감한 편이다. 한우리문고는 신간도서는 10% 할인, 재고도서는 묶음 할인으로 제공하는 등 할인가로 많은 도서를 내놓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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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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