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영화 ‘캡틴 마블’ 2019 / 영화 ‘원더우먼’ 2017 / 영화 ‘엘렉트라’ 2005 / 영화 ‘캣우먼’ 2004 / 영화 ‘슈퍼걸’ 1984
마블스튜디오의 신작 영화 ‘캡틴 마블’의 흥행 돌풍이 매섭다. 한국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북미에서도 2019년 개봉 수익 1억달러를 돌파한 첫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흥행 성적 ‘10억달러 돌파’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캡틴 마블’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주연배우인 브리 라슨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라며 “대본에는 내가 늘 여성으로서 싸워야만 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감독 중 한 명도 여성, 작가진도 대부분 여성인 점도 이 영화가 ‘페미 영화’로 낙인찍히는 데 일조했다. 미운털이 박힌 브리 라슨, 즉 ‘캡틴 마블’은 iMDB와 로튼토마토 등 영화 전문 사이트에서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를 당했다. 한국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 이번 영화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MCU 최초의 여성 단독 주연 영화이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맞춰 개봉하기도 했다.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영화인가 아닌가를 떠나, 홀로 당당히 일어선 여성 수퍼히어로의 등장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다. 여자 아이들이 남성 히어로의 파트너가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이 꿈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지금의 ‘캡틴 마블’을 있게 만든 선배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었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원더우먼’
   
   태초에 ‘원더우먼’이 있었다. 1941년 처음으로 등장한 원더우먼, 데미스키라의 다이애나 공주는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여성 히어로다. DC코믹스의 간판스타지만 영화 주인공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는 1975년 린다 카터 주연으로 TV 드라마가 제작된 것이 전부였다가 2017년 갤 가돗 주연의 DC유니버스 영화 ‘원더우먼’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성 연쇄살인마를 다룬 영화 ‘몬스터’로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던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연출을 맡았다.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며 ‘여성 히어로 영화는 망한다’는 징크스를 깬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더우먼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면적이다. 육감적인 몸매와 노골적인 비키니 차림의 원더우먼을 두고 남성들을 위한 성적 판타지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남성 히어로 못지않은 힘과 지혜로 활약하는, 그야말로 여성 해방의 상징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다. 이 논쟁은 꽤나 첨예한 문제라서 2016년 유엔이 원더우먼을 ‘여성 권익 증진의 해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가 두 달 만에 철회했다. 원더우먼이 ‘과장된 성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넷플릭스 ‘데어데블’로 부활한 ‘엘렉트라’
   
   원작 코믹스에서 엘렉트라 나치오스는 뉴욕에서 활약하는 시각장애인 수퍼히어로 데어데블의 대학 시절 연인이자 무술의 달인인 암살자라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다. 히어로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하지만 캐릭터가 지면을 벗어나 영화화된 경력만 보자면 여느 여성 히어로 못지않다. 2003년 개봉한 영화 ‘데어데블’에서 제니퍼 가너가 연기한 바 있다. 2005년에는 아예 엘렉트라를 주인공으로 삼은 후속작 ‘엘렉트라’가 개봉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엘렉트라’는 아직까지도 최악의 히어로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캐릭터 판권도 반환됐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드라마 ‘데어데블’ 시즌 2에 등장하게 됐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선악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인물인 데다 상대 캐릭터인 데어데블과의 애증 관계를 잘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여성 히어로의 흑역사 ‘캣우먼’
   
   ‘캣우먼’은 ‘엘렉트라’와 함께 2017년 ‘원더우먼’ 개봉 전까지 10년 넘도록 여성 히어로 주연 영화 제작을 원천봉쇄한 공적(公敵)이다. 2001년 ‘몬스터 볼’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명배우 할리 베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그러나 이 명배우도 영화를 살리진 못했고, ‘캣우먼’은 그녀의 필모그래피 최악의 영화로 남았다. 그는 이 영화로 졸작 영화를 골라 시상하는 골든라즈베리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DC코믹스에서 캣우먼, 셀리나 카일은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이자 안티 히어로다. 초능력은 없지만 수준급의 무술 실력과 도둑질 실력으로 무장했다. 기분에 따라 범죄자가 됐다가 히어로 진영에 합류하기도 하는 중립적인 캐릭터다. 가끔은 배트맨과 연애 감정을 가진 관계로 묘사되기도 한다.
   
   ‘캣우먼’이 개봉하기 전에 캣우먼이 조연으로 등장한 영화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감독 팀 버튼이 연출한 1992년작 ‘배트맨 리턴즈’에서는 미셸 파이퍼가 캣우먼을 연기했다.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은 역대 캣우먼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손꼽힌다. 한 소심한 여성이 극적인 사고를 겪은 후에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탈피해 남성을 증오하는 캣우먼으로 각성한다는 설정이다. “나도 동화처럼 살고 싶지만 나에게 해피엔딩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배트맨의 고백을 거절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손꼽히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영화 참패로 잊힌 ‘슈퍼걸’
   
   ‘수퍼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수퍼맨이다. 여러가지 설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퍼맨처럼 크립톤 행성의 생존자로 등장한다. 수퍼맨의 사촌인 카라 조-엘이 초대 수퍼걸로 활약했다.
   
   수퍼걸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는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수퍼맨’ 시리즈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해 유성처럼 잊혀졌다. 1984년이라는 개봉 연도만 보면 실사판 여성 히어로 영화의 시조로 꼽을 수 있겠지만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안타까운 성적으로 퇴장하는 바람에 잊혀진 비운의 작품이다.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캣우먼’과 ‘엘렉트라’보다 평점이 낮다. 그래도 DC코믹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슈퍼걸’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방영 중이다.
   
   소녀(girl)에서 시작해 우먼(woman)을 거쳐 캡틴(captain)에 이르기까지, 여성 히어로는 꾸준히 성장했고 더 강인해졌다. 아슬아슬한 복장과 섹스어필로 비판받으면서도 꾸준히 외연을 확장했고, 강력한 능력만큼이나 깊은 고뇌와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망한 영화는 반면교사로, 성공한 작품은 문턱을 낮춘 귀감으로 그 역할을 해냈다.
   
   여성 히어로 영화는 좋든 싫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여성의 삶과 시각을 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개봉할 여성 히어로 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더우먼’의 후속작인 ‘원더우먼 1984’와 여성 수퍼 히어로팀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마블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 솔로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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