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마음건강 길’이 주최한 콘퍼런스 ‘21세기 마음, 인문과학으로 풀다’가 진행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3월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마음건강 길’이 주최한 콘퍼런스 ‘21세기 마음, 인문과학으로 풀다’가 진행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 모두 5분 동안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합시다. 호흡이 내 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천천히 느끼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날뛰는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종종 명상을 시키곤 했다. 그 이후로 얼마 만에 명상을 해보는지 기억이 아득했다. 취재차 간 행사였지만 강사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숨을 느꼈다’. 몸이 나른해졌다. 기사와 취재로 뒤엉켜 있던 머리가 잠시나마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조선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은 이런 ‘명상’의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와 각종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1세기 마음 인문과학으로 풀다’ 포럼이 개최됐다. 올해 1월 1일 문을 연 ‘마음건강 길’ 웹사이트 오픈을 기념하며 두 번째로 개최된 콘퍼런스다. 강연자로는 김병전 무진어소시에이츠 대표,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정은 음악명상 심리치료연구소장 등이 나섰다.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콘퍼런스를 찾아 강연을 들었다.

“명상이 돈 되는 시대”

“명상이 돈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강연에 나선 김병전 대표는 ‘명상, 인공지능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명상의 산업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무진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마음챙김’이라는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명상 앱’이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많은 앱이 출시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셀프케어 앱’은 안드로이드 기준 2014년 1700여개에서 2018년 3400여개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그중 1위를 기록한 명상 앱 ‘CALM’은 안드로이드 기준 10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무진어소시에이츠의 ‘마음챙김’ 앱 개발에는 심리학자, 현직 화가 등 44명이 참여했다. 앱 다운로드 사용자의 39%가 20대라고 한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도 번역해 출시할 예정이다.

“저도 10여년쯤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습니다. 자살한다는 게 장난이 아니구나, 이런 일이 나한테 찾아올 수도 있구나 느꼈습니다. 병원에 가면 약물치료를 권합니다. 그러나 그건 위가 안 좋은 사람이 소화제만 먹는 격입니다. 소화제를 먹는다고 위장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두 번째 순서로 연단에 오른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는 자신의 우울증 병력을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함 대표는 ‘우울증이 위대함을 이끌다’라는 주제로 연단에 섰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을 거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으로 일했던 그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명상’과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깨달은 그는 우울증에 대해 ‘취재’하며 역사상 위대했던 위인들 중 상당수가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 칸트,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모두 우울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워낙 풍부한 감수성과 뛰어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었으니, 세상 일이 항상 불만족스럽고 괴로운 일 투성이였던 겁니다. ‘적당히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돼’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일이 없죠.”

함 대표는 우울증을 이겨낸 후 “이걸 숨길 게 아니라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치유법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명상과 마음 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윤종모 주교는 행복지수가 낮은 한국 사회의 해결책으로 명상의 대중화를 제시했다. 윤 주교는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그리고 경제적·사회적 좌절감 등으로 고독사회로 이미 접어들었고 행복지수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런 마음 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명상의 대중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주교는 또 “사마타명상으로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집중 훈련을 습관화하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허태균 교수는 ‘대한민국을 만든 한국인의 마음’을 주제로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분석했다. “한국이 싫다”고 말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한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정은 소장은 ‘음악과 함께 명상에 들다’라는 주제로 음악과 목소리를 활용한 현대인의 명상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이 소장은 ‘음악 명상’에 대해 진동과 공명의 원리를 바탕으로 고대의 영적 지혜와 뇌파, 소리공학, 물리학 등 현대의 과학적 연구를 동원한 명상법이라고 소개했다. 음악과 목소리를 활용한 현대인을 위한 명상 방법이라는 설명이었다.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강연 초반 다 함께 명상을 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강연 초반 다 함께 명상을 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마음 건강’을 위한 시설과 콘텐츠들

2014년 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로 ‘마음챙김 혁명(Mindfull Revolution)’을 실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참전군인 등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명상이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신건강을 위한 강좌나 기관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각 지역 사업장별로 마음건강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4월 경상북도 문경에 ‘LG디스플레이 힐링센터’를 열고 직원들을 위한 명상실, 다도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시설과 콘텐츠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 1월 1일 오픈한 ‘마음건강 길’은 ‘마음건강 전문 뉴스 사이트’이다. 명상, 우울증, 마음건강, 행복 등에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마음건강 길은 오는 4월 13일 ‘1일 집중수련-침묵 명상: 심연으로 가는 길’이라는 행사도 개최한다. 양희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안내자로 나선다. 참가비는 6만원. 문의는 조선뉴스프레스 마음건강길(02-724-673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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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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