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비극 ‘햄릿’이 세상에 나온 게 1601년. 이후 ‘햄릿’은 지금까지 매년 전 세계의 연극무대에 오르며 시대에 맞게 변주되고 있다. ‘햄릿’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명언(名言)과 명구(名句)의 저수지다. ‘햄릿’은 영문학도가 아닌 사람의 입에서도 수시로 인용된다.

1막5장은 덴마크 왕자 햄릿이 성벽에서 선왕(先王)의 유령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햄릿은 유령의 말을 듣고 수하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암시한다.

“그러므로 그걸 낯선 손님처럼 환영하게.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인간의 철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다네, 호레이쇼. 그러나 어디 보자, …내 행동이 아무리 이상야릇하더라도.”

이 대목은 ‘햄릿’의 명구 중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대목 중의 하나다.

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74)와 독일어 통역사 김소연(48)의 러브스토리가 화제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이미 독일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슈뢰더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터져도 올가을에 김소연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슈뢰더는 다섯 번째 결혼이고, 김소연은 두 번째 결혼이다. 슈뢰더는 남자가 일흔네 살이 되어서도 저렇게 품위 있고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더 멋있는 것은 슈뢰더의 말이었다. 그가 ‘햄릿’의 1막5장 대사를 인용해 김소연과의 사랑을 설명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인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여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건 이해를 넘어서는 운명 같은 어떤 것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6년이다. 남녀의 사랑에서 나이 차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슈뢰더의 말처럼 남녀의 진정한 사랑에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나이 차 나는 커플의 대표적 인물이 찰리 채플린(1889~1977)이다. 그는 생전에 공식 결혼만 네 번 했다. 채플린이 네 번째 결혼할 때 나이는 쉰넷. 상대는 열여덟 살 우나 오닐.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이었다. 두 사람 나이 차는 서른여섯 살. 채플린은 앞선 세 번의 결혼에서 상대 나이는 모두 10대였다. 채플린은 불우한 런던 시절에 만났지만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의 나이를 좋아했다. 10대 소녀를 탐(耽)한다고 해서 ‘롤리타 콤플렉스’로 채플린의 성적 취향을 해석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우나 오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해댔다. 채플린의 돈을 보고 결혼했으니 채플린이 늙으면 곧 이혼할 거다! 온갖 험담이 다 나왔다. 우나 오닐은 그런 세상을 향해 한마디 했다.

“그는 나를 성숙시키고, 나는 그를 젊게 한다.”

이후 우나 오닐을 비난하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우나 오닐은 진정한 채플린의 뮤즈였다. 활력을 잃어가던 채플린은 다시 에너지를 되찾았다. 우나 오닐과 결혼 후 채플린은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대표작인 ‘라임 라이트’는 우나 오닐과 결혼하고 만든 작품이다. 우나 오닐과 해로하며 슬하에 여덟 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사실이 모든 걸 웅변한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 뒤편으로 가면 레스터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의 정중앙에는 셰익스피어 동상이 있다. 턱을 괸 채 내려다보는 시선을 따라가면 한 남자의 동상이 보인다. ‘떠돌이’ 채플린이다.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는 서로 마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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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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