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를 믿게 됐습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타인과 공동체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기질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에서 만난 주민들은 그런 확신을 갖게 하더군요. 인구 16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산골마을의 작은 기적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 한 푼 받는 것도 아닌데, 우리 마을 건강 마을 만들기에 미쳐 있었습니다. 자비가 들어도 아까운 줄 모르고, 잠을 설쳐도 피곤한 줄 모르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나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하며, 마을주민 스스로 더 놀란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은 뭘까요? 봉사와 베풂, 기획력과 실행력을 아우르는 말이겠죠. 자신들도 몰랐던 잠재력을 난생처음 발견한 듯 신기해 하며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이 잠재력을 이끌어낸 숨은 고수가 따로 있습니다. 강원도 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을 이끌고 있는 박웅섭 관동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그는 주민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비결을 한마디로 말합니다. “주민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세요.” 순간 “아!” 하고 탄식이 흘러나오더군요. 3년 전 주간조선에 연재한 자녀교육 열전 ‘신인재시교’가 떠올랐습니다. 자녀를 행복한 성공으로 이끈 부모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는데, 가장 큰 공통점은 ‘믿고 기다려주세요’였습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한 사람의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비결은 같았던 겁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마을사업과 자녀교육을 망치는 지름길 역시 같았습니다. “섣불리 앞에서 이끌면 백 퍼센트 망합니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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