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벌인 일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있으면서 동료 의원들과 차린 더미래연구소가 일단 문제입니다. 이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피감기관인 금융사 임원들이 1인당 수백만원의 돈을 내고 강의를 들었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참가했다고 하지만 국회의원과 피감기관과의 갑을 관계를 떠올리면 수긍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피감기관의 돈이 문제가 된 사례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까지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한 건이 아닙니다. 달랑 혼자서 여비서만 데리고 간 장기 출장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 출장비를 대줬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향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압력도 가했다고 합니다.

만약 김 원장이 미국 하원의원이었다면 이런 행태가 용납이 됐을까요. 이번주 하주희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 답이 있습니다. 달랑 A4용지 한 장 분량인 우리 국회의 의원 윤리 조항과 달리 미 하원의원 윤리 조항은 무려 456쪽 분량에 이릅니다. 여기에 세세하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미줄처럼 쳐놓았습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번번이 저지르는 ‘친인척 보좌관 채용’도 미국 의회라면 어림없습니다. 미 의원 윤리규정집에는 자녀와 배우자는 말할 것도 없고 처남, 매부, 숙모, 사위 등 보좌관으로 채용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을 모두 규정해놓았습니다. 미 의회의 이 윤리 조항을 들여다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자괴감이 일었습니다.

요즘 우리 국회는 권한을 더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따가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세비도 매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덩치와 권한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윤리의식부터 키워야 합니다.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을 옥죌 수 있는 윤리규정부터 제대로 만들기를 권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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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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