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의 숙명 중 하나는 예고 뉴스와의 싸움입니다. 마감날 모든 뉴스를 삼켜버리는 대형 사건이 터질 때도 그렇지만, 마감 직후 대형 뉴스가 예고돼 있으면 잡지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박하는 심정으로 지면을 꾸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주가 딱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부터 대략 17시간 후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으로 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지금으로선 불투명합니다. 역사적인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핵화 합의가 쉽지 않다”는 말을 흘리고 있고, 보수 진영의 전문가들은 “4·27 합의가 비핵화 없는 원론에 그칠 것”이라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3차 정상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상황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봐도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비핵화 해법을 찾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김대현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서 한 청와대 관계자가 비유한 대로 우리는 멍석을 깔아주고,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황일지 모릅니다. 결국 세기적인 정치 이벤트가 될 6월 미·북 회담이 상황의 진전이냐, 후퇴냐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4월 27일이 지난 65년간 이어져온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25년간 우리를 괴롭혀온 북핵 위기를 끝내는 역사적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요? 65와 25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우리의 두 가지 숙제 중 더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25 쪽입니다. 25년을 풀지 못하면 65년도 풀리지 않는 것이 우리 앞의 냉엄한 현실입니다. 한반도가 격랑 속으로 들어가도 봄볕은 여전히 따사롭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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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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