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한국을 흔들었던 촛불집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휴직 중이었는데 느긋하게 마음 먹고 집회 현장에 가 있노라면 간혹 머리 희끗한 노인 분들을 만날 때가 있었습니다. 노인들을 만날 때면 명함도 수첩도 없이 가서 “왜 집회에 참가하시게 됐나요?” 물어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에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까지,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4월 19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의 집회 현장은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300m 넘게 늘어선 집회 현장을 계속해서 오가며 젊은 참가자를 찾으려 했습니다. 평일 저녁이라 그랬을까요? 정말 제 눈에는 20대 젊은 참가자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오랜 시간 대학 강단에 서온 한 교수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대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사회를 바꾸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한다. 나쁘게 말하면 의욕이 없고 좋게 말하면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까 60~70대 노인들이 미래를 이야기할 때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던 20대 청년들이 현재만을 바라보는 곳, 그곳이 지금 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일본은 한국의 10년, 20년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목소리를 높여 “일본의 미래를 위해” 구호를 외치던 노인들 사이에 한국의 미래 모습도 있을까요? 주름진 참가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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