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또래들이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아이돌 시계’는 소녀시대에 멈춰 있습니다. 소녀시대 이후의 아이돌 그룹들은 누가 누구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50대 아재의 눈과 귀를 가진 셈이죠. 이런 제가 방탄소년단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노래는 들어봤냐고요? 당연히 못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마감하면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에 오른 새 앨범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를 부르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봤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학’을 커버스토리로 담은 잡지 편집장으로서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 장면을 보고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노래 자체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아재의 귀라서 그런지 다른 남성 아이돌 그룹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돌 그룹 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미(ARMY)’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팬들은 진짜 군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7명의 소년들과 호흡을 맞추더군요. 이번 커버스토리를 쓴 심선혜 객원기자는 이들을 ‘프로슈머’로 정의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소비하면서도 한편으론 방탄소년단을 생산하는 또 다른 주체라는 겁니다. ‘아미’의 반응과 한마디 한마디가 다시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탄생되고 있다는 대목은 흥미로웠습니다.

커버스토리를 쓴 심선혜 객원기자도 7명의 소년에 푹 빠진 ‘아미’의 일원입니다. 전직 주간조선 기자로서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모처럼 기자로 돌아가 7명 소년들의 성공 뒤에 숨은 코드를 짚어냈습니다. ‘아미’가 아니고서는 잘 알 수 없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해석들을 가했습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코드 중 하나인 ‘자율’은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따라하고 싶은 교훈”이라면서 이번에 장문의 글을 쓴 배경을 얘기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다른 ‘아미’들이 심 기자의 견해에 흔쾌히 동의할지 궁금하네요. 독자님들, 벌써 6월이고 초여름의 길목입니다.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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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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