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지켜보면서 작년 1월 기사화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 5개월 전 봉하마을에서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와 만나 인터뷰한 전문을 입수해 소개한 기사였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완전히 낡은 지역구도로 돌아갔다.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았든지 (과거로) 회귀했든지,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에서 타협의 정치라는 것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임기 중 못다 이룬 것들에 대한 회한을 솔직하게 토로했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이 평생 싸워온 지역감정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던 2008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지역구도는 견고해 보였습니다. 그해 4월에 치러진 18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동과 서를 나눠 가졌습니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지역구도가 이번 선거에서 거짓말처럼 무너져내렸습니다. 민주당은 오랜 숙원인 PK 공략에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장도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는 사실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응했을지가 궁금합니다.

정치학자들은 우리의 지역구도에는 ‘거울효과’가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영남이 바뀌면 그 영향으로 호남이 뒤쫓아 바뀌고, 호남이 바뀌면 다시 영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 이론대로 보수당이 다음 총선에서 호남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요. 보수당의 재건을 두고 볼 일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지역구도 회귀와 함께 타협의 정치에 대한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타협의 정치는 계속 요원할 전망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 권력의 일방적 독주가 오히려 더 강화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자기절제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끝은 누구에게나 불행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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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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