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 잘못을 했으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조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공정한지 여부는 법원에 가서 따지게 됩니다. 국민 모두의 인권은 그런 식으로 보호받습니다. 그래서 재판정에 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원이 자신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법치국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판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판사가 음주운전을 하고, 막말을 했다는 보도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중이 법원에 갖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입니다. 대중은 법을 적용하고 판단하는 판사, 검사들이 우선적으로 법을 잘 지켜주길 기대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사법농단 사건으로 불리는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은 현재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입니다. 법원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재판결과를 두고 거래했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가 발로 차버린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사법농단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이들은 특별조사단의 조사까지 거부하고 있고 법원은 이들에 대한 영장까지 잇따라 기각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것인지, 아니면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인지는 둘째 문제입니다. 법원이 정상적 사법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아마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인은 정말 평등한가?’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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