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낀세대’에 관한 기사가 지면에 많이 등장합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지다 보니 다 큰 자식 뒷바라지하고 여전히 부모 봉양하는 5060세대의 어려움에 특히 관심이 쏠리나 봅니다. 5060세대 스스로가 퇴직과 노후준비의 압박을 받는 세대라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3중고’입니다.

모든 세대는 나름대로의 불평과 불만의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불행한 세대는 없었다”는 말을 모든 세대가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지금의 ‘낀세대’가 처한 상황은 객관적으로 봐도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45~64세의 중장년층 10명 가운데 4명이 미혼 자식과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비율은 은퇴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55~64세에 이르면 76%로 늘어난다는군요. 은퇴 후 이른바 ‘더블케어’의 고통 속에 사는 낀세대들이 거의 10명 중 8명이라는 얘기입니다.

저 역시 낀세대이지만 아버지 세대를 떠올려 보면 요즘 같은 더블케어의 고통은 없었던 듯합니다. 제 또래의 경우 대학만 나오면 대충 먹고살 만한 직장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금 더블케어의 고통을 받는 낀세대들 중 절반은 대학 졸업한 미혼의 자식들을 평균 6년 가까이 돌본다고 합니다.

최근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저녁 자리는 그야말로 ‘낀세대’끼리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로 끝나버렸습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다들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움’에 대해 한마디씩 하더군요. 자식 뒷바라지, 부모 봉양이라는 굴레는 사연이 조금씩 다를 뿐 거의 비슷했지만 어려움을 이기는 방법들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요리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던 친구가 난데없이 요리를 배워 ‘혼밥’을 즐기고, 주말만 되면 장비를 챙겨 들고 ‘나홀로 캠핑’을 떠난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다들 낀세대의 고통을 잠시 잊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한 친구는 80대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면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습니다. “지공 세대(지하철 공짜 세대)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나이인 송호근 교수가 몇 년 전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는 책을 썼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슬픈 자화상 같은 내용이었는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가끔 소주 한잔으로 피곤한 심신을 살살 달래며 얼른 끝나기를 고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조선의 후예다! 허리가 휘는 교육 지옥을 벗어나면 기둥뿌리 뽑는 결혼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 즐거운 50대여!’

무척이나 시니컬하고 자조 섞인 독백인데 송 교수는 당시 저와의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세대 공감’ ‘세대 공존’을 역설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자식 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주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 자식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지 상호 공감을 바탕으로 공존이 가능하다는 긍정론이었습니다.

이젠 60대로 접어든 송 교수가 긍정론을 펴던 당시 상황과도 지금은 많이 다른 듯합니다. 세대 공감, 세대 공존을 뒷받침해줄 일자리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버지도, 아들도 실업자인 상황에서는 각자도생일 뿐이라는 우울한 생각에 빠져듭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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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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