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무비자 입국 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정책 도입을 공론화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상하이 엑스포(5월 1일) 전까지 (무비자 정책이) 사실상 어렵다”란 문화체육관광부의 언급도 나왔다.

한·중 양국 간 무비자 입국정책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평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1억명의 해외여행 잠재수요를 가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한·중 상호 무비자 방문의 단계적 확대방안을 추진 중”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신민완바오(新民晩報)를 비롯한 중국 현지 언론도 ‘30일 한도, 65세 이상 노인과 아동’ 등 구체적인 조건까지 밝히며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일단 ‘65세 이상 노인이나 아동을 상대로 30일간 무비자 체류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는 기대였다.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중국인 관광객들. ⓒphoto 블룸버그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중국인 관광객들. ⓒphoto 블룸버그

당초 한·중 양국 간 무비자 정책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은 모두 134만여명, 중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모두 319만여명이다. 무비자 정책이 시행됐을 경우 500만명 가까운 양국 국민이 비자발급 절차없이 양국을 왕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발급받는 중국 단수 여행비자(30일 체류 가능)는 발급소요기간에 따라 5만원(3박4일)~15만원(당일)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중국에서 발급받는 한국비자도 400위안(6만8000원)~900위안(15만3000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여행사 수수료 제외) 발급소요기간도 일주일가량 걸린다.

한·중 간 무비자 정책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관광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관광업계는 한·중 무비자 정책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거론돼 왔다. 롯데관광개발 중국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통령 발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중 무비자 입국 진척상황에 대해 전혀 통보받은 바 없다”며 “지금까지 일일이 비자발급을 전제로 관광객을 모객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비자없이 방문가능한 지역은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가 유일하다. 지난 2006년부터 제주도에 한해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자 중국인 관광객 수는 11만5199명(2005년)에서 지난해 25만8414명으로 급증했다.

상하이(上海) 엑스포,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이벤트가 연이어 열리는 2010년은 양국 간 무비자 정책을 현실화하는 데 가장 적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일 간 무비자 정책이 시작된 지난 2005년도 일본 아이치(愛知) 엑스포를 전후한 시점이었다. 더욱이 2010년은 양국 정부가 지정한 ‘한·중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한국은 2010~2012년까지)

한·중 무비자 입국 정책이 지연되는 데는 중국 쪽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의 김진곤 사무관은 “작년 연말부터 외교통상부, 법무부와 3개 부처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외교부가 앞장서 중국 정부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가는 우리와 달리 중국 측은 ‘해외여행 자유화’를 실시하기 전이라 소극적으로 나오는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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