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멸종 위기종인 아프리카 흰코뿔소. ⓒphoto 뉴시스
대표적 멸종 위기종인 아프리카 흰코뿔소. ⓒphoto 뉴시스

최근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이 급증하면서 현재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부추기는 주인공은 바로 인간. 과거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지각변동과 같은 자연적 재해로 일어났다면 이번에는 인간의 극심한 생태계 파괴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생물이 멸종한다는 것은 결국 생태계에 의존하는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최악의 경우 지구상에 인간만 살아남게 되는 고립기(Eremozoic Era)가 올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전망이다.

20년 안에 515종 멸종 직면

지난 6월 2일 미국 스탠퍼드대 폴 에를리히(Paul Ehrlich) 교수와 국립멕시코자치대 생태학연구소 제라르도 세발로스(Gerardo Ceballos) 박사팀은 생물의 멸종 속도가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져 앞으로 20년 안에 육지 척추동물 500여종이 멸종의 벼랑 끝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세기 동안 최소 543종의 육지 척추동물이 사라졌는데 이 100년 동안 멸종한 개체 수와 비슷한 숫자가 사라지는 데 앞으로 2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를리히 교수팀은 2015년에도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번 결과는 그때보다 전망이 더욱더 어둡다.

생물 종(種)의 숫자와 관련해서는 생명이 생긴 이래 300억종이 존재했다는 학설부터 4조종이란 주장까지 분분하다. 종의 수가 이렇게 많으니 개체 수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의 99.99%는 멸종했다는 사실이다. 우린 그 생물의 흔적인 석유, 석탄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연구팀은 어떤 방식을 통해 여섯 번째 대멸종의 결과를 얻어냈을까.

연구팀은 현재 동물들의 멸종위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 종 적색목록과 국제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자료를 이용, 2만9400종의 개체 수와 서식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체 수가 1000마리 미만에 놓인 멸종 직전 상황의 육지 척추동물이 515종이나 됐고, 이 중 조류가 335종으로 가장 많았다. 또 포유류 74종, 양서류 65종, 파충류 41종 순으로 나타났다.

515종의 절반 정도는 개체 수가 250마리 미만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15종 동물의 개체 중 1900년 이후 사라진 것이 약 23만7000마리이고, 이 기간에 포유동물과 조류 77종은 전체 개체 수의 94%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개체수가 5000마리 미만인 종도 388종에 달했다. 이 388종의 84%는 서식지가 1000마리 미만인 515종의 서식지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면 같은 생태계에 불안정을 초래해 다른 종들의 멸종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악순환이 결국 생태계 기능을 파괴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생물 종은 서로서로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 한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이 바로 위험에 처한다. 거의 모든 동식물은 천적을 가지고 있다. 천적 관계는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먹이사슬은 생태적 지위를 결정한다. 생태계를 이루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중 어느 한 개체 수가 너무 폭등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만큼 급격하게 감소하면 생태계가 교란되고 파괴되면서 수많은 생물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즉 멸종이 멸종을 낳는 셈이다.

그렇기에 지구상에 남은 개체 수가 5000마리 미만인 종은 모두 IUCN 적색목록의 ‘심각한 멸종위기 종’에 포함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앞으로 20년간 사람들이 멸종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수백만 종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세발로스 박사는 말한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여섯 번째 멸종의 주범이 인간의 활동임을 강조하고 있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의 서식지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열대·아열대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연구 논문 ‘생물학적 전멸과 여섯 번째 대멸종의 지표로서 벼랑 끝에 있는 척추동물’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지구 역사상 발생한 다섯 차례 대멸종 사건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경험한 바 있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의 대멸종이 그것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멸종은 2억5200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인데, 연구팀은 현재 동식물이 사라지는 속도가 이 페름기 때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5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가 끝날 무렵에 일어났다. 대규모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빙하가 대륙을 뒤덮어 열대가 사라지고 난대성 동물들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살았던 해양생물은 속(屬) 수준에서 57%가 멸종했고, 고생대의 대표적 산호들이 속 수준에서 70%가 멸종했다.

두 번째 멸종은 약 3억6500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 후반이다. 약 400만년에 걸쳐 멸종이 진행되었다. 갑옷을 두른 특이한 물고기인 갑주어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총 75%의 생물 종이 멸종했다. 해저의 무산소화가 원인이라고 본다.

세 번째 멸종 사건은 약 2억5000만년 전인 페름기 후반에 일어났다. 육상생물의 70%, 해양생물의 95%가 멸종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종 수준에서 봤을 때는 무려 96%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생물이 멸종했다. 판게아 대륙 형성 단계에서 약화한 지구 생태계가 페름기 말의 격렬한 화산활동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청난 양의 화산가스로 인한 온실효과와 대규모의 산성비, 폭발 초기의 일시적인 빙하기 등이 사상 최대의 멸종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시기 생물의 멸종은 약 800만년에 걸쳐 일어났다.

네 번째 멸종은 트라이아스기 후반(2억년 전) 약 1700만년의 기간에 걸쳐 일어났던 여러 번의 작은 멸종 사건들을 통칭한다. 전체적으로 약 48%의 속이 멸종했는데, 이는 다섯 차례 대멸종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판게아가 분리되기 시작할 때 북대서양이 열리면서 분출된 거대한 화산활동이 멸종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다섯 번째 대멸종은 6500만년 전 백악기 때이다. 멸종 원인이 비교적 소상히 밝혀졌는데, 10㎞ 이상의 운석이 멕시코만에 충돌하면서 공룡을 전멸시켰다. 공룡 시대가 끝나고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지만, 총 다섯 차례의 멸종을 거치면서 지구상에 있던 생물 종의 75% 이상이 사라졌다.

생명이 다시 회복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1000만년이 걸린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물 종을 멸종시키기는 쉽지만 보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생물 종에는 호모사피엔스, 즉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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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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