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전경. 공항철도와 KTX는 제1터미널(사진 아래 건물)을 지나 제3활주로(사진 왼쪽) 아래를 통과해 제2터미널(사진 위쪽 공터)로 들어가게 된다. ⓒphoto 인천공항
인천공항 전경. 공항철도와 KTX는 제1터미널(사진 아래 건물)을 지나 제3활주로(사진 왼쪽) 아래를 통과해 제2터미널(사진 위쪽 공터)로 들어가게 된다. ⓒphoto 인천공항

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 건설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9월 26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착공에 따라 신설될 제2여객터미널과 제1여객터미널 사이 5.5㎞ 구간을 연결하는 공항철도(서울역~인천공항) 연장선 공사에 착수하면서다. 문제는 승객 부족으로 공기만 싣고 다닌다며 ‘공기철도’란 비아냥을 듣는 공항철도(AREX)를 제2터미널까지 연장하고 역사를 짓기 위해 약 7000억원 가까이 투입해야 한다는 것.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이 멀찍이 떨어져 마주 보고 있어 제1터미널까지 진입한 공항철도를 90도로 두 번 꺾어 제2터미널로 진입시켜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도 따른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광역설계부에 따르면 제1, 2터미널 연결철도의 최소 곡선반경은 400m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규칙에 따르면 곡선반경 400m 선로는 선로등급 중 최하위 4등급에 해당한다. 곡선반경이 클수록 열차 안전에 좋다.

6량씩 달고 다니는 공항철도의 경우 곡선반경 400m를 통과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오는 12월 말 인천공항에 투입될 KTX고속열차가 향후 제2터미널까지 진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20량을 달고 다니는 경부선 KTX의 경우 회전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경부선 고속선로는 최소 곡선반경이 7000m다. 철도건설규칙에 따르면, 최고시속 300㎞ KTX가 다니는 고속선로는 곡선반경이 5000m 이상 되어야 한다.

적어도 곡선반경이 800m 이상(3급선)은 되어야 시속 120㎞ 정도 낼 수 있다. 4급선로의 설계 속도는 70㎞다. 1, 2터미널 연결철도의 경우 인천공항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신설 예정) 아래 지하에 들어선다. 지하선로는 안전을 위해 열차 속도를 더 엄격히 제한하는데 사실상 KTX가 고속열차라는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이종태 광역설계부장은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 사이 연결철도의 구간거리가 짧아서 어차피 KTX 열차가 제 속도를 낼 수 없다”며 “곡선반경 400m라고 해도 KTX 고속열차가 드나드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선선로에 비해 차륜과 선로의 마찰이 심해 마찰 소음 증가와 함께 선로, 열차차량 유지보수비가 증가할 것이란 지적이다. 열차가 급곡선 선로를 주행할 때는 마찰 소음과 함께 선로 훼손과 바퀴 손상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선로마저 늘어지면 탈선 위험마저 있다. 호남선 계룡~개태사(9.3㎞), 광주선 광주송정~극락강(4.5㎞) 같은 급곡선 구간에는 매년 여름 선로 감시원이 따로 배치될 정도다. 탈선 방지 선로를 추가로 부설하고, 선로 코팅과 선로 연마에 들어가는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박춘수 고속철도연구본부장(공학박사)은 주간조선에 “경부선 KTX 부산 근처에도 곡선반경이 400m인 지점이 있다”며 “철도안전법상 본선이 아닌 정거장 같은 경우는 곡선반경 120m까지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직선으로 부설하면 좋지만 건설비용 때문에 그 같은 급곡선 선형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마찰에 따른 선로 손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에 “인천공항에서 올림픽경기장(평창)까지 70분 내 도착 가능토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상황이다. KTX의 공항철도 진입은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1998년 일본 나가노(長野)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나가노신칸센을 부설한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 제2터미널과 제2교통센터의 2017년 말 완공 목표도 이 같은 일정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애당초 자리 잡은 교통센터(공항역사)의 부적절한 입지 탓에 상황이 꼬이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 교통센터를 제1터미널 남쪽에 배치했는데, 제2터미널이 영종도 북쪽에 제1터미널과 주기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태로 들어서면서 기존의 교통센터가 반쪽 기능밖에 못하게 됐다.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의 철도교통 수요를 각각의 교통센터가 분담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이는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인천공항의 경쟁 공항들이 서로 등지고 있는 여객터미널 사이에 단일 교통센터(공항철도 역사)를 배치해 더 많은 여객을 처리하는 것과 대비된다.

푸동공항은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사이에 배치한 단일 교통센터로 승객을 최고시속 430㎞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와 지하철로 흡수한다. 푸동공항의 지난해 여객처리규모는 4480만명으로 인천공항(3910만명)보다 500만명 더 많았다. 동남아 최대 허브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저가항공(LCC) 전용터미널을 포함해 무려 네 개의 여객터미널을 갖고 있지만 시내를 오가는 공항철도 여객수요를 단일 역사에서 처리한다. 창이공항의 여객수요도 5110만명으로 인천공항(3910만명)보다 120만명가량 더 많다. 지난해 56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한 홍콩의 첵랍콕공항도 시내와 연결하는 공항철도(AEL)역을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사이에 배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 연계철도 건설에는 인천공항 건설(1단계)에 든 금액(약 7조8000억원)만큼의 사업비가 계속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완전개통된 인천공항~서울역 공항철도(61.7㎞)에는 4조218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완전개통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저조하자 활성화를 위해 공항철도와 신경의선 2.9㎞ 구간을 연결해 KTX가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공사에 4556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프랑스 TGV를 모태로 하는 KTX는 고속선로와 일반선로에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그런데도 고작 2.9㎞ 연결에 수천억원이 드는 것은 KTX와 공항철도의 열차 편성과 승하차 방식 차이 탓이다. 20량 1편성인 경부선 KTX를 인천공항에 투입하려면 기존 공항철도 역사의 승강장(플랫폼)을 통째로 뜯어내야 한다. 공항철도의 경우 6량 1편성으로 차량 길이가 KTX보다 짧다. 기존의 승강장 길이는 20량 1편성의 KTX열차와 맞지 않는다.

더욱이 공항철도는 승하차 시 수평진입이 가능한 높은 승강장(고상홈)을 쓰는 반면 KTX는 승하차 때 계단을 밟아야 하는 낮은 승강장(저상홈)을 사용한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승강장은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이 쉽고 승하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본 신칸센(新幹線), 중국 허시에호(和諧號·CRH), 대만 HSR 같은 고속열차는 높은 승강장을 사용한다. 하지만 후진적인 낮은 승강장 방식을 쓰는 KTX의 공항철도 진입을 위해 기존에 이미 만들어둔 높은 승강장을 다시 뜯어내고 낮은 승강장으로 바꿔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현재 인천공항 교통센터에서 한창 뜯어내서 높이를 낮춘 높은 승강장은 원래 제2공항철도를 예비한 것이었다. 제2공항철도는 인천역과 인천공항 간 14.1㎞를 연결하는 것으로 경기도와 인천시의 숙원사업이었다. 기존 높은 승강장의 높이를 낮춘 탓에 오는 2020년쯤 제2공항철도가 진입할 플랫폼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이종태 부장은 “전동차는 정차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향후 제2공항철도가 들어올 경우 새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또 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을 잇는 연결철도 5.5㎞와 제2터미널과 공항철도 용유차량기지를 잇는 3㎞ 인입선 부설에 4329억원이 투입된다. 또 공항철도가 연장될 제2교통센터(역사) 건설에는 2300억원이 든다. 이 밖에 인천공항 1, 2 터미널이 마주 보는 형태로 들어서면서 현재 제1터미널과 탑승동까지를 연결하는 셔틀트레인(IAT·자동여객수송시스템)을 제2터미널까지 연장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2008년 약 510억원을 들여 0.9㎞에 달하는 복선 고무바퀴 무인경전철을 깔아놨는데, 이를 1.5㎞ 추가연장해야 하는 것.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961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셔틀트레인은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제1터미널과 떨어진 탑승동에 게이트가 배치돼 셔틀트레인을 이용해야 하는 외항사들의 불만이 높았다. 한때 외항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거론하며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캐세이패시픽항공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기와 달리 외항사들은 셔틀트레인 탑승과 이동으로 인해 출입국과 짐을 찾는 데 최소 10~15분 이상 더 걸려 승객들이 꺼린다”고 말했다.

더욱이 오는 2017년 개통 예정인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연결철도가 계획된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와 상당 부분 노선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2단계)는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을 연결할 예정이다. 1단계(6.1㎞)는 4149억원을 들여 현재 한창 시운전 중이고, 2단계(9.7㎞) 건설을 곧 앞두고 있다. 노선중복으로 건설비는 추가로 드는 반면 수요분산이 불가피한 셈.

이를 모두 합하면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공항철도, KTX, 셔틀트레인(IAT), 자기부상열차 등 인천공항 연계철도에만 모두 6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6조원 가까이 든 투자비에 비해 공항철도가 내는 수익은 의문이다.

이 같은 난맥상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계속된 주먹구구식 철도교통정책으로 인한 정책 실패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철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항철도는 인천공항 개항 직후인 2001년에야 비로소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2007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 1단계 구간이 개통됐고, 김포공항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2단계 구간은 2010년에야 비로소 개통됐다. 당초 KTX 연계를 고려하지 않다가 KTX 진입이 결정되며 추가비용이 들었다.

대신 직결을 추진하던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김포공항~신논현)은 전원공급방식이 각각 교류와 직류로 다르고, 주행방식도 각각 좌측주행과 우측주행으로 달라 연계가 무산돼 버렸다. 공항철도와 9호선의 직결은 공항철도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카드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직결에서 김포공항 평면환승으로 방향이 바뀌며 강남과 직결카드는 결국 무산됐다. 또 급행 공항철도에 청라역(2013년 말), 영종역(2014년 말)이 줄줄이 추가되며 완행 일반 철도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인천공항의 비효율적 철도교통 체계는 동북아 허브공항을 노리는 인천공항의 발목도 잡고 있다. 공항 서비스평가는 8년째 세계 1위라지만, 인천공항은 동아시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경쟁 공항에 비해 여객처리와 시설 면에서 열세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에 따르면, 여객처리능력 면에서는 4400만명으로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8200만), 홍콩 첵랍콕공항(7000만), 싱가포르 창이공항(6870만), 상하이 푸동공항(6000만)에 이어 5위권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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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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