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가족이 넘쳐납니다. 기사에 차마 쓰지 못한 충격적인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1년 내내 대화 한 번 안 했다는 중학생 아들과 엄마는 애교 수준입니다. 형제 간, 부모자식 간 의절한 집안도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이죠. 엄마의 기대를 견디다 못해 지방 소도시에 내려가 여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학원생 딸, 아빠의 꼭두각시처럼 살다 자기 방에서 목을 맨 30대 CEO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스트레스 이론에 따르면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깊고, 오래 지속된다고 합니다. 얼마 전 명문대생의 자살에 이은 엄마와 딸의 동반자살 또한 가족 스트레스의 병증이 얼마나 깊은지 드러냅니다.

이번주 ‘가족은 전쟁 중’ 취재 과정에서 많은 걸 알고, 깨우쳤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가족 갈등이 그 어느 시대보다 극렬합니다. 단군 이래 가장 크다는 급격한 사회변동은 세대 차이를 낳았고, 이는 고스란히 가족 간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의 밀착된 가족관, 뼈아픈 현대사로 인한 가족 트라우마도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됐습니다. 가족 갈등이 집안 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도 하다는 얘기죠. 가족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족의 해체냐, 성숙한 가족으로의 이행이냐의 기로에 있습니다. 가족 관계는 사회 관계의 복사판입니다. 가족 해체를 그대로 방치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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