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는 험지 중의 험지라는 서울 도봉갑에서 이번에 승리한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을 처음 만난 건 2021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주간조선에 ‘청년유감’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던 ‘필자 김재섭’에게 후배들과 함께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였습니다. 한여름 냉면집에 나타난 그는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얼핏 팔뚝이 제 허벅지만 해 보이는 건장한 청년은 매일 체육관에 출근하는 ‘헬스 매니아’라며 자신의 별명이 ‘헬스부장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별명은 체육인들이 붙여줬다. 여의도에서 헬스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과학자들은 인간이 품는 증오가 고등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선택적 감정이라고 얘기합니다. 인간처럼 뇌가 발달한 고등동물들에게서만 증오라는 감정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은 육체적 고통의 표현일 뿐 증오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상식적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증오가 고등동물의 선택적 감정이라는 설명의 근거는 증오를 키우는 뇌의 부위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증오를 관장하는 뇌의 부위가 편도체라고 추정합니다. 복숭아를 닮은 포도알 크기의 이 작은 부위는 뇌에서 시상하부
한국이 인구절벽 위기의 대안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하는 것처럼 해외 주요 국가는 이미 다양한 이민 정책을 전개 중이다. 성공적인 이민 정책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곳은 캐나다와 뉴질랜드다. 이들 나라에서는 분쟁이 드물다. 이민으로 건설된 미국도,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이며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던 프랑스도 ‘폭동’이라는 변수를 해소하지 못했다. 반면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였지만 잠잠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은 이들 나라의 성공 요인을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캐나다의 이민 정책은 ‘고급 인
“한국은 이민국가가 될 수 있을까?”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지난 10월 29일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광주고려인마을’. 빽빽하게 모인 주택가 사이로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함께 쓰인 간판이 눈에 띈다. 골목을 따라 쭉 늘어선 음식점, 식료품점, 휴대폰 가게, 여행사, 꽃집, 미용실 등의 가게도 외국어 간판을 달고 있다.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문도 한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3개 언어로 적혀 있는 곳이다. 주민들의 대화도 대부분 한국어가 아니다. 기자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얼마 전 퇴근길 차 안에서 ‘돈데 보이(Donde Voy)’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멕시코계 미국 여가수 티시 이노호사가 부른 이 노래는 과거 국내 드라마에도 삽입돼 귀에 아주 익숙합니다. 그런데 노래를 틀어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평생 선율만 즐기던 제 귀에 스페인어 가사를 번역해 들려주더군요. 그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 ‘이럴 수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작했던 것과는 가사가 영 딴판이었습니다.‘동트는 새벽 나는 달리고 있어요/ 태양빛이 붉게 물드는 어느 하늘 아래를/ 태양이여 부디 나를 비추지 말아줘/ 이민국에
이번주 창간특대2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독일 숲의 교훈’입니다. 몇 달 전 남성현 산림청장이랑 저녁을 먹다가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토녹화가 가능했던 것이 독일 덕분”이라는 말을 들은 게 취재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독일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운 민둥산의 나라에 하이노 폰 크리스텐 박사 등 자국 육림 기술자들을 보내 녹화 사업을 도왔습니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녹화사업 신화 밑바탕에 독일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독일을 한국 국토녹화의 모델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요즘 기독교계에 세대주의 논쟁이 다시 거세지는 모양입니다. 저 같은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뿌리 깊고 복잡한 논쟁이지만 최근 세대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스라엘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어떻게 보느냐가 특정 종교계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세대주의는 19세기 영국의 성경학자 존 다비가 주창한 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교리는 이스라엘의 독립이 인류 종말과 예수 그리스도 재림의 중요한 신호라고 봅니다. 보통의 기독교도들이 이스라엘도 평
북한이 지난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을 발사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으로 떨어졌다. 이틀 후인 20일에는 600㎜ 구경의 초대형 다연장로켓 2발을 일본해를 향해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북한 미사일에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속내는 조금 다른 것 같다.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발사된 미사일은 평양 근교 순안에서 일본해를 향해 약 900㎞를 비행했다고 한다. 방위성에 따르면 미사일은 홋카이도 남쪽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으로 약
새해 벽두부터 소셜미디어(SNS)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외신 기사를 보니 미국 시애틀시가 SNS 중독 문제와 관련해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시애틀시 교육구가 “학생들이 SNS 중독으로 불안과 우울 등 정신적 문제를 겪어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등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겁니다. 시애틀 교육구는 법원에 SNS 과잉 사용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금 마련 등의 조치를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는데, 한편으론
얼마 전 체코 출장을 갔다온 60대 변호사를 만났더니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는 말부터 꺼내더군요. 꽤 좋은 호텔에 묵었는데도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밤새 추위에 떨었다는 겁니다. 이분은 “밤 8시만 되면 시내가 온통 깜깜해 어디 다닐 곳도 별로 없었다”면서 이번 겨울 유럽 각국의 사정이 체코와 비슷할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실제 유럽은 이번 겨울 에너지 아끼기에 사활을 거는 양상입니다. 검소함을 내세워온 독일에서는 에너지 절약이 새로운 인기 스포츠가 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에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의 방침에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11월 3일 TV 인터뷰 도중 미국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첨단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된 국제 협력체제를 강조하던 중 나온 말이다. 대상은 물론 중국이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미’ 미국의 대중 첨단반도체 수출규제 정책에 동의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대중 첨단반도체 수출규제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략적이고도 대담한 정책이다. (중국에 대한) 완전한 차단이 될 것이다.” 인터뷰에서 러먼도 장관은 첨단반도체가 중국 군사력 증강
북한이 진짜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마감날 새벽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속보’를 보고 처음에는 잘못된 기사가 아닌지 잠깐 착각했습니다. 일본을 가로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엊그제인데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게 잘 믿어지질 않더군요.북한은 최근 12일 사이에만 6번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진짜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쏜 셈입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모두 24차례나 미사일을 쏴댔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만 따져도 10번이나 됩니다. 문제는 앞으로가 될 것으로 보입
지난 5월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52.1%였다. 이 조사에서 20대 청년의 지지율은 51.2%로 평균값에 근접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8월 19일 발표된 국정지지율은 32.2%였다. 이 조사에서 20대의 지지율은 29.2%에 그쳤다. 30대의 지지율 하락폭도 20대와 다르지 않아 거의 반토막이 난 수준이었다.청년층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는 이유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던 문제들에 대한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간조선이 지난
지금은 치매 의혹에 시달리는 80대 노인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9살에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인물입니다. 로마의 원로원 같은 그 막강한 권력기관에 약관의 나이에 입성한 것입니다. 30살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의원선서를 할 정도로 1970년대 미국에서도 20대 상원의원은 파격이었습니다. 실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어린 나이에 상원의원이 됐다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상원의원 바이든이 처음 외교위원회에 출근하는 날 의사당을 지키던 경관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오느냐”며 앳된 바이든을 가로막았다고 합니다.바이든의 사례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시간 지구 위성사진을 볼 수 있는 시대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구는 납작한 원모양이다”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을 ‘플랫어서(Flat Earther)’라고 합니다. ‘플랫어서’가 늘어난 것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평평한 지구’를 검색했을 때 해당 영상이 나오는 비율은 35%지만, 알고리즘 추천을 따라가면 그 비율이 90%에 달했습니다. 비슷한 동영상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둥그런 지구도 납작해지나 봅니다. 이 사실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만들던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의 공통점은 한국 영화라는 것 외에 또 있다. 세 작품의 투자·배급을 맡은 회사가 CJ ENM 영화사업본부라는 것이다. 이번 칸 영화제 수상으로 3년 사이 칸영화제에서만 세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CJ ENM에도 관심이 쏠리면서, 한국 영화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난 문재인 정권이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밀어붙인 일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대일 관계도 고집스러운 정권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사안 중 하나일 겁니다.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죽창가’로 상징되는 서슬퍼런 대일 관계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일본과의 사이에 차가운 단절의 강이 흐르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양국 간 물리적 이동이 극도로 제한된 것도 이런 단절을 키웠을 겁니다.문 정권이 끝나고 윤석열 정권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5년 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지금 아무도 모릅니다. 5년간 이어질 레이스의 출발 지점은 온통 거칠고 앞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검수완박’ 사태에서 보듯 국회는 거대 야당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입법권이 날로 중요해지는 요즘, 국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들에게 ‘정권 성적표’와 관련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경제’라고 답합니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서울 서대문구의 동네 빵집 ‘이화당제과’. 속에 재료가 많이 든 큼지막한 빵도 5000원을 넘기지 않아 ‘착한 가격’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4월 11일, 성인 얼굴만 한 맘모스빵이 3000원인 것을 보고 “이 가격에 파셔도 되느냐”는 기자의 말에 사장은 “학생들이 많아서…”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빵집은 1979년 이화여대 후문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근 10년 동안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텨온 이곳 사장도 요즘은 고민스럽다. “이제는 가격을 좀 올려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빵 못 판다.” 지난 2~3월 사이 재료값만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20대 대선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와 함께 10년 주기 정권 교체설도 깨져버렸습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던 보수·진보 정권교체 주기가 반으로 줄어든 겁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의의 심판이 그만큼 무서웠다는 방증입니다.사실 모든 선거는 심판입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또 다른 정파에 기회를 주는 것이 책임정치의 제일 중요한 작동원리일 겁니다. 이 작동원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끝나고 독재가 시작됩니다. 요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