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 photo imperial.ac.uk
세계는 지금 인간의 뇌와 외부 기계와의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뇌와 기계를 연결한 후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기계의 명령어로 변환해 다양한 운동능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뇌의 전기신호를 기계에 전달하는 대표적 도구는 ‘전자탐침’. 이것을 인간의 뇌에 이식해 환자의 장애를 고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의 과학자들이 부작용 없는 획기적 전자탐침을 개발해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간-기계 간 신호전달
   
   지난 2월 27일 미국과학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는 미국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찰스 리버 교수팀이 뉴런(신경세포)과 똑 닮은 극미세 ‘전자탐침’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일명 ‘NeuE’라는 전자장치로 모양과 크기, 신축성 등이 진짜 뉴런과 똑같다. 뇌도 ‘진짜 뉴런’으로 속을 만큼 실제 뉴런과 특성이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버 교수의 설명이다.
   
   뉴런은 신경계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단위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하나의 뉴런은 최대 1만개까지 다른 뉴런들과 연결되어 있다. 뇌는 뉴런끼리의 연결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뇌의 정보는 전기신호를 통해 처리된다. 뉴런의 연결을 살펴보면 좁은 공간이 있는데, 이를 ‘시냅스(연결고리)’라고 한다. 이곳을 통해 전기신호나 화학물질을 주고받고, 전기신호를 전송해 우리가 어떤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는 ‘뇌의 목소리’나 다름없다. 그래서 뇌의 활동 상황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의 생각과 감정 같은 모든 활동이 결국에는 뉴런의 전기적·화학적 신호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뉴런의 전기신호를 인식하고 해독할 수 있다면 신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뉴런은 세포의 생명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체(soma·cell body),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가지돌기·dendrite), 정보의 이동통로인 축삭돌기(axon)로 이루어져 있다. 그 생김새가 마치 둥근 머리와 길고 흐늘거리는 꼬리를 가진 올챙이처럼 보인다. 리버 교수팀의 ‘NeuE’ 또한 이런 뇌의 신경구조를 모방해 사람의 사고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고안한 반도체다.
   
   NeuE는 실제 뉴런과 똑같은 크기의 ‘머리’에 신축성이 뛰어난 고분자 소재의 머리카락처럼 가는 ‘꼬리’를 가졌다. 머리 안에는 뇌의 신호를 읽어 들이는 정보 기록용 금속 전극이 들어 있고, 꼬리는 이 전극으로 통하는 미세 전선이 감싸고 있다. 외형만 똑같은 게 아니다. 기능 면에서도 뉴런과 비슷하다. ‘NeuE’를 뇌에 이식하면 진짜 뉴런이 전기신호를 전송하듯 센서로 여러 정보를 외부로 전송한다. 전송된 이들 정보를 통해 개별 뉴런이 언제, 어떻게 자극을 받아 신경망 교신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실렸다.
   
   신경 전자탐침이 전기신호를 측정하려면 인간의 뇌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부착되어야 한다. 매 순간 흘러나오는 전기신호는 두피 바깥에서 측정하는 것보다는 뇌에서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 선명하다. 전자가 경기장 바깥에서 내부 함성을 듣는 수준에 그친다면 후자는 응원단 한 명 한 명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아는 것과 같다.
   
   그러나 뇌는 자신의 허락 없이 접속한 침입자가 나타나면 즉시 공격한다. 그렇기에 생명이 오가는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이식한다 하더라도 탐침이 오래 견뎌내기 힘들다. 이질적인 물체라는 인식을 못 하도록 실제와 똑같은 장치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위해 기존에 개발된 신경 전자탐침들은 크기가 뉴런보다 훨씬 크고, 부드럽지 않고 딱딱하다. 또 높은 전기저항을 나타내 전기 자극 전달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뉴런보다 큰 크기는 뉴런의 영역을 너무 많이 차지해 뇌에 이식할 경우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또 신경망 교란이 일어나 미세한 신경세포의 신호 탐지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반면 리버 교수팀이 개발한 전자탐침 ‘NeuE’는 구조적으로 일반 전극탐침보다 작다. 신축성도 5~20배 뛰어날 뿐 아니라 전기저항이 낮아 생물학적 안전성이 높다. 또 겉을 금속과 고분자 소재로 번갈아가며 4중막으로 감싸고 있어 내구성 면에서도 월등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NeuE’는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실제 뉴런과 똑같은 모양의 전자탐침 ‘NeuE’.

   손상된 뇌 조직 재생에 도움
   
   연구팀은 NeuE 16개를 생쥐 뇌의 해마 영역에 주입했다. 그리고 주변 뉴런과 NeuE가 결합해 열십자 모양의 신경망처럼 다공성 망을 이루도록 했다. 2015년 교수팀은 전극처럼 사용할 수 있는, 그물처럼 접었다 펼쳐지는 전도성 폴리머(중합체)를 전자탐침을 통해 쥐 뇌에 주입하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했다. 해마에 NeuE를 이식한 이유는 해마가 장기적인 기억과 학습, 공간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식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개의 NeuE가 진짜 신경망과 완벽하게 결합했다. 연구팀은 NeuE를 쥐의 뇌에 이식한 후 1년 가까이 동일한 뉴런 신호를 추적하고 기록해왔는데, NeuE와 신경망과의 혼합(hybrid) 상태가 조화롭게 계속 이어졌다. 교수팀이 만든 이전의 탐침은 주변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뉴런 신호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측정하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단 하나의 신경 신호도 놓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모았다. 또 전자탐침을 쥐의 눈에 넣어 망막 뉴런의 신호를 측정하기도 했다.
   
   연구팀도 예상하지 못한 이번 결과는 뇌가 NeuE를 진짜 뉴런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팀은 NeuE가 주변 뉴런과 결합한 3차원 영상을 처음 공개했는데, 인공 NeuE와 뉴런의 연결 모습이 실제 뉴런과 뉴런이 연결된 모습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거부반응 없는 인공 전자탐침 NeuE는 노화나 뇌 질환, 뇌의 발달 과정 등 다양한 신경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데 새로운 방법을 찾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뇌 손상으로 신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줄 전망이다. NeuE가 손상된 뇌 조직의 재생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신생 뉴런이 NeuE를 발판 삼아 손상 부위로 이동하면 조직 재생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NeuE’ 사용으로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또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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