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대한민국 F-35A. 러시아 SU-57.  일본 X-2 심신 스텔스 시험기.
(위쪽부터) 대한민국 F-35A. 러시아 SU-57. 일본 X-2 심신 스텔스 시험기.

태극 마크를 단 우리 공군의 F-35A 1호기 출고식이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록히드마틴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한·미 정부 및 군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출고식 행사로 우리나라는 중국·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 스텔스 전투기 실전배치국이 됐다. 일본은 지난 2월 F-35A를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 항공자위대 기지에 첫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올 초 국산 스텔스기 젠(J)-20을 산둥(山東)반도 등에 배치한 뒤 실전배치를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도 올해 안에 SU(수호이)-57 ‘파크 파(PAK-FA)’ 스텔스기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국가들이 모두 스텔스기 보유국이 됐거나 될 예정이어서 ‘스텔스기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당초 남북정상회담 등을 의식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물론 공군참모총장과 방위사업청장 등도 이날 출고식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자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최첨단 스텔스 기능과 항전 장비를 갖춘 대한민국 F-35A 1호기가 출고되는 뜻깊은 날”이라며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능력과 우리 공군의 지상작전 지원 능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용 공군참모차장은 이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격의 순간”이라면서 “지금까지 우리 군이 운영했던 항공기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고식이 열렸지만 우리나라에 곧바로 F-35A가 실전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조종사 훈련 등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 미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우리 조종사 훈련이 시작된다. 루크 기지에서 조종사들의 훈련이 끝나면 내년 초부터 F-35A 전투기가 속속 우리나라로 이동해 실전배치된다. 2021년까지 4년 동안 해마다 10대씩 총 40대가 도입된다. 2020년대 중반까지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 참모차장은 기존 40대 외에 ‘F-35A 20대 추가 구매’ 문제에 대해 “선행연구를 하는 단계”라면서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주관하고 있고, 용역발주를 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당초 60대의 F-35A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예산부족 때문에 1차로 40대를 먼저 도입하고, 20대는 뒤에 추가로 도입키로 했었다. F-35A 대당 가격은 1억달러(약 1070억원) 정도다.

중국 J-20
중국 J-20

전자전기, 미니 조기경보기 역할까지

5세대 스텔스기인 F-35A의 도입으로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전력을 확보하게 됐다. 북한은 평양 인근에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을 구축해 놓고 있다. 하지만 F-35A는 그런 방공망을 뚫고 핵탄두 미사일 기지나 공장, 김정은 주석궁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최대속도 마하 1.8(음속의 1.8배), 항속거리 2200㎞로 최대 8t 이상의 각종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최근 F-35A가 무려 10t 가까운 폭탄·미사일을 주렁주렁 달고 비행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돼 매니아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10t 넘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투기는 미 F-15E(F-15K) 외에는 유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F-35A는 북한 레이더를 교란하고 주파수 정보 등을 수집하는 전자전(電子戰)기, 적기의 움직임을 포착해 데이터 링크로 아군에 전달하는 ‘미니 조기경보기’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F-35A에는 ‘히든카드’가 있는데 바로 전자전기, 미니 조기경보기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 F-35 스텔스기는 우리와 일본이 도입 중인 A형 외에도 B·C형이 있다. F-35B는 미 해병대용으로 수직이착륙 성능을 갖고 있다. 일본은 최신형 헬기 항모인 이즈모급(2만7000t급) 갑판을 보강해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뒤 F-35B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F-35B를 탑재할 수 있는 4만1000t급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을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에 배치했다. 와스프함은 보통 6~8대, 최대 20대의 F-35B를 탑재할 수 있다. 웬만한 소형 항공모함보다 큰 와스프함은 대북 예방타격(선제타격)이 이뤄질 경우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4월 1일부터 경북 포항에서 시작된 한·미 해병대·해군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에 와스프함이 F-35B를 탑재한 채 참가한다.

F-35C는 항모 함재기용으로 이미 실전배치 중인 F-35A·B와 달리 아직 실전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미 해군은 오는 2021년부터 F-35C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항공모함에서 이착륙을 해야 하다 보니 F-35A·B보다 크고 강력한 날개를 가졌다. 미국은 이밖에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A를 187대 보유하고 있다.

미 스텔스기에 도전장을 내민 J-20은 2010년 말부터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중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다. 최대속도 마하 1.8에 항속거리 2200㎞인 것으로 추정된다. 적외선 탐색추적(IRST) 장비와 강력한 위상배열(AESA) 레이더, 최신 전자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종합적인 성능은 미 F-22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밖에 미국의 F-35를 닮은 또 다른 스텔스전투기 J-31도 개발 중이다. 중국 항모에 탑재되는 함재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은 총 42대의 F-35A를 도입할 예정이다. 최대 100대까지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당 도입 가격은 1500억원으로, 우리 공군 도입 가격보다 비싸다. 일본은 특히 국산 X-2 ‘심신(心神)’ 스텔스 실증 실험기를 시험 중이며 이를 토대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도 개발할 계획이다. F-3의 성능은 미국 F-35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SU-57은 2010년 첫 비행에 시험성공했다. 지금까지 12대의 시제기가 생산돼 10대가 시험에 투입됐다. 올해 들어 시리아 내전에 2대가 파견돼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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