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학생 비율은 전체 학생의 30%가 넘는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간 이 학교에서는 ‘조용한 좌절’이 일어났다.이 학교 다문화 담당 교사 A씨는 ‘잘 가르치기’로 나름 이름이 나 있었다. 코로나19 초창기 다급히 비대면 수업을 실시할 때에도 그럭저럭 준비를 잘 갖추었다. 소셜미디어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수업 환경을 마련하고 비대면 수업에 사용할 교재도 제작했다.“그런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출석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비대면 수업을 하지 않을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9월 15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형 BYOD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가방 쏙!’(가칭) 사업을 재검토하고, 현장교사의 의견을 들어 대책을 마련하라!”는 긴 제목을 가진 3쪽에 달하는 보도자료였다. 내년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서울특별시 내 학생 전원에게 무상으로 태블릿PC를 제공해서 ‘미래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요구였다.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지난 7월 9일 제2기 교육감 임기 3주년을 기념하여 ‘교육의
힘겹게 교문이 열린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배우며 성장하는 학교 일상의 회복’을 목표로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3월 2일 개학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개학 연기 경험을 교훈 삼아 3월에 학사일정을 정상 시작하고, 법정 기준 수업일수를 준수하며, 수능도 11월 18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대한민국의 새 학년은 늘 3월에 시작한다. 삼일절 다음 날인 3월 2일에 유·초·중·고·대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이 일제히 문을 연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일상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차질을 빚었다. 작년에
안 올 것 같은 방학이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봄학기 개학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축복이 되었다. 코로나 19 이후 학교는 문 닫은 날이 많았고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은 비상 상황의 연속이었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예방과 확산, 치료에 최선을 다한 것 이상으로 학교도 학생들의 안전과 학업능력 유지를 위해서 노력했다.초·중·고등학교는 인터넷 강의 덕분에 그나마 버티고 있다. EBS(교육방송)와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돛단배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신공을 발휘하여 수업결손을 최소화했다. 2000명 정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외국처럼 9월 학기에 학년을 시작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몇 년 전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가 가라앉았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다시 불거졌다. 개학이 조금씩 늦어지자 이참에 아예 9월로 연기하자고 정치인, 학자, 교육계 등에서 산발적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불가 선언으로 잦아드는 듯하다가 총선 이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다시 불씨를 살렸다.이러한 논란과 관계없이 교육법상 3월 1일에 학년을 시작해야만 하는 각급 학교는 이미 2020학년을 시작했
경기도 용인시 한 중학교 교사 A씨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감이 묻어났다. 중학교 2학년과 3학년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A씨는 지난 4월 9일부터 1차 온라인 개학에 맞춰 3학년생들의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온라인 개학을 해야 한다는 방침이 내려오고 나서 전체 교사들이 모여 어떻게 할 것인지 갑론을박 토론을 벌이는 데만 한참 시간이 걸렸어요. 학교에 와이파이도 없어서 인터넷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부터, 노트북이나 PC가 없는 학생 수를 파악하고, 강의 방식을 어떻게 할 건지 정하느라 집에서도 하루 종일 일만 했어
지난 11월 26일 추첨이 끝난 2020년도 유치원 일반모집에서 일부 지역의 국공립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학년도 유치원 모집은 지난 11월 12일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우선모집 추첨과 지난 11월 26일 일반모집 추첨을 끝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올해 유치원 모집은 온라인 유치원 지원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사실상 처음으로 전국 국공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에까지 확대 적용돼 유치원 취학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많은 주목을 끌었다.교육부에
“별로 상관없습니다.”요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다. 지난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25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난 뒤에도 대치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치동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10년 넘게 강사로 활동해온 A씨의 말을 들어보자.“정책이 널뛰기한 게 하
지금 한국 사회에서 교육 현장은 ‘갈등’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수장의 임명 문제를 두고 교육 현장이 아닌 정치권에서 연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입시 정책은 해마다 변한다. 학교 내에서도 고용 형태를 두고 교사들 간 차별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교사와 학생이 대립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교육의 문제는 오래된 것이고 복합적이라 풀어내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더러 교육의 문제를 정책적 변화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기도 하지만 실제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는 주장도 많다. 교육 현장에서
매년 6월부터 8월까지는 일본의 각급 학교 진학설명회가 줄을 잇는다. 올해 진학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일본 교육개혁에 따라 2021년 새로운 대학입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학생·학부모뿐만 아니라 일선 교육현장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불투명한 내용이 많아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지 불안감을 토로하는 학생·학부모들이 많았지만 교사들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매뉴얼 사회’에 맞는 인재 교육을 해온 일본의 교실이 바뀐다. 매뉴얼만 따르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
작년 9월 극심한 논란 끝에 결정을 유예시켰던 대학입시 개편 작업이 다시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령에 따라 구성된 국가교육회의 산하에 대입제도 개편을 전담하는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고, 공론화 작업을 수행할 550명 규모의 시민참여단도 꾸렸다. 교육부가 당초 국가교육회의에 의뢰했던 수능 과목의 시안도 공개했고, 학생부 개편안도 내놓았다. 이제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를 통해 4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주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입시 경쟁을 완화시켜줄 ‘환상적인’ 대
지난 3월 20일,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건국대학교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를 찾았다. 건국대 스마트팩토리는 한국의 ‘팹랩(Fab Lab)’이라 불린다. 팹랩이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로 실험, 생산 장비를 구비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공간이다.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 내 스마트팩토리가 있는 신공학관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피아노 건반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1000㎡(약 300평)가 넘는 규모의 대형
“모든 미국인들이 코딩을 배웠으면 좋겠다.”2013년 12월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컴퓨터 교육 주간을 기념해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끄는 입장을 유지하려면 미래 세대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요지였다.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반대 입장의 요지는 이랬다. “운전하려면 자동차 엔진 설계를 배워야 하나?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은 모든 사람이 수도 배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과 비교해 별로 나아 보이지 않는다.” 논쟁에선 일단 찬성 측이 판정승했다. 주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은 방학을 맞아 방문한 학생들로 붐볐다. 베스트셀러가 진열된 메인코너를 지나 ‘어린이 학습’ 코너로 가보았다. 어린이 학습 코너에는 각 과목별로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수학, 과학 등의 학습과목보다 더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漢字’ 학습교재가 꽂혀 있는 책장 앞이었다. 진열된 책들은 ‘맨 처음 한자’ ‘어린이 한자’ ‘초등한자 따라 쓰기’ 등 제목은 달랐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학부모들은 100여종류에 달하는 한자교재 가운데 몇 권을 책장에서 꺼내
서울 A사립학교 과학담당 김모교사는 학생 사이에서 ‘천재쌤’으로 통한다. 학생들이 아무리 엉뚱한 질문을 해도 일일이 답해주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학 관련 행사를 자주 기획한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이끌까’를 고민하는 김 교사는 온갖 도구와 동영상을 수업시간에 활용한다. 김 교사의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과학이 쉬워졌어요”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공부 자체의 재미를 찾은 학생도 있다. 하지만 김 교사의 교원평가등급은 B등급. 최하위다.같은 학교 영어담당 박모 교사의 별명은 ‘이사도라’다. 2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가족이 무너지고 있었다. 방향 없이 끌려다녔다. 욕망의 문화, 돈의 환상, 과대포장된 대학, 생각 없는 공부, 판단 없는 열심, 이웃이 빠진 성공신화에….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마다 크고작은 병을 앓고 있었다. 아빠는 돈벌이에 바쁘고, 엄마는 진학교육에 바쁘고, 아이들은 정해진 공부에 바빴다. 가족이 조각나고 있었고, 본연의 가치를 점점 상실해갔다. 다들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순응했다. 자잘한 오류가 가득한 거대한 시스템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이 가족은 과감히 빠져나왔다. 첫째가 중1, 둘째가 초5를
교육부가 지난 11월 6일에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거세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3210개 모든 중학교에서 해온 자유학기제를 확대시행해 1500개교에서는 자유학년제를, 500개교에서는 자유학기와 연계된 연계학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맘껏 펼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라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확대시행에 대해서는 불안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자유학기제는 찬반의
“우리나라 교육을 알면 알수록 ‘이건 아닌데’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학생과 유학생, 카이스트 교수와 두 아들의 학부모, 입학처장을 거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한번 만나시죠.”이승섭(55)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전공 교수는 여러 차례 탄식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4년간 카이스트의 입학처장을 지냈다. 학종(학생종합생활기록부)의 문제점을 묻는 전화 인터뷰에 1시간 가까이 답변을 하고도 “이건 진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교육에 대해 “마음의
“개꿀! 밥도둑.”“앙 기모띠.”“안물안궁.”“낄끼빠빠.”“뚝배기 깬다.”“복붙 절반임.”“ㅇㅈ? ㅇㅇㅈ.”“ㅇㅇㄴㅇ.”“ㅇㄱㄹㅇ?”“ㅂㅂㅂㄱ ㄹㅇㅍㅌ.”외계어처럼 보이는 이 대화는 중학생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다. 자음 대화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축약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인다. 기성세대에게는 해독기가 필요한 수준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생이나 중학생 대부분은 의미를 알고 있다. 풀이하면 이렇다.“운 좋다! 운 최고네!”“아~ 기분 좋아.”“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가만두지 않겠다.(‘뚝배기’는 머
연년생 남매는 이른바 엄친아였다. 전교 1·2등을 자주 했고, 전교회장 출신에 전교임원을 도맡았다. 서울대 진학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고3인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저 자퇴할래요.” 고2 딸마저 오빠를 따라 자퇴했다. 남매는 1년 반 동안 폐인으로 살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게임과 폭력물에 갇혀 살았다. 발레를 하던 딸은 점점 살이 쪄 83㎏까지 불었다. 순했던 두 아이는 짐승처럼 변했다. 마주치기만 하면 하면 죽일 듯 싸워 응급실까지 실려간 적도 있다. 엄마 때문이었다. 교사 엄마는 완벽주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