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동물 가운데 가장 신비롭다. 어류는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3만1000종을 자랑하지만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물속에 살기 때문에 그 삶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물고기를 꼽는다면, 장어(뱀장어)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장어 뱃속에서 알이 보이지 않는 것을 기이하게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부분의 어류는 알을 낳아 번식하지만 장어는 예외다. 장어는 수컷도 암컷도 아니다. 장어는 물이 고인 진흙 속에서 그냥 생겨난다”고 했다.장어의 몸속에 알이나 정소가 없는 이
겨울에 맛있는 생선회 하면 방어나 감성돔을 꼽지만 나의 ‘최애 횟감’은 따로 있다. 그것은 학공치다. 학공치?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우리 바다에 흔한 물고기다. 바닷가 사람들은 자주 보고 즐겨 먹는다.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떠다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다. 성장속도도 빨라서 1년 만에 20~25㎝로 성장하며 1년6개월이면 30㎝ 안팎까지 자란다. 다 자란 성체는 40㎝에 이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공치’로 표기돼 있고 ‘아랫부리가 침과 같이 가늘며 그 길이는 3~4치이고, 윗부리는 제비부리와 같다. 빛깔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시로 이름처럼 항구도시이다. 포르투갈 도시 중 국적기가 취항해서 조금은 더 익숙한 리스본은 중남부에 위치해 있다. 포르투의 크기는 강남구보다 약간 크고(42㎢), 인구는 용산구 정도(24만명)이다. 유럽에서는 식전주로, 영미권에서는 디저트 와인으로 주로 마시는 포르투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와인이나 와인으로 만든 샹그리라 등을 마시는 장면이 흔히 보인다. 필자가 방문했던 7월에도 여름 최고기온이 25도일 정도로 쾌적한 편이었다. 직전 방문했던 스페인의 마드리드보다는 10도 이상
강원 영월은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육지 속 작은 섬 ‘청령포’,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은 단종의 무덤인 ‘장릉’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조선 왕릉은 서울·경기 지역에 조성되어 있지만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은 단종의 무덤만이 강원도에 있다. 역사의 흔적뿐만 아니라 해발 799.8m 봉래산 정상에는 하늘의 별과 영월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영월은 동강이 흐르는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사계절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겨울 영월은 미식 천국이다. 강원도의 맛은 자극적이지 않
오늘 저녁 우리 집 식탁에 방어가 왔다. 대방어 중짜 3만5000원, 배달료 3000원까지 3만8000원을 지불하니 아파트 상가 횟집 수족관에 있던 방어가 연홍색 속살만 담겨 문 앞까지 배달되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 녀석은 횟집 수족관에서 오늘 아침까지 헤엄치고 있었다. 커다란 원통형 수족관에는 가을 내내 참돔, 전어, 오징어가 들락날락하더니 11월부터는 방어만 보였다. 값싼 중방어 없이 8~10㎏ 대방어로만 수족관을 채운 횟집 주인의 배포가 남달라 보였는데 그 큰 방어들이 하루이틀 만에 소진되고 새 방어들로 채워지는 걸 보
‘조금씩’ ‘약하게’ ‘천천히’를 삶의 모토로 삼은 지 오래다. ‘대박’ ‘배수진’ ‘올인’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멀리한다. 일확천금을 추구하는 인생들이 보여주는 어두운 교훈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왕창’ ‘강하고’ ‘빨리’를 선호하는 영역도 있다. 커피가 그중 하나다. 물론 그냥 커피가 아니라 에스프레소 얘기다. 여류작가의 낭만적 에세이에 ‘반드시’ 등장하는 머그컵 속의 드립형 커피가 아니라 한 방에 입에 털어넣고 뇌 활동을 일시 정지시키는 압력 커피의 정수가 에스프레소다. 준비하는 데 1분 마시는 데 1분 걸
‘3500만명’. 올해 일본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 규모 전망치다. 이 수치를 4000만명, 5000만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일본의 관광자원은 유형문화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첨단 공연 이벤트와 엔터테인먼트도 풍부한 관광자원이다. 신주쿠 가부키초(新宿歌舞伎町)에 있는 ‘로봇레스토랑’은 요즘 도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쇼다. 2012년 개장 이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도쿄의 새로운 명물이다. 도쿄 내 인기 순위로 따지자면 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넘버 1이다. 아사쿠사(浅草), 도쿄
마이애미(Miami)는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플로리다주의 최대 도시이다. 마이애미시 자체 인구는 50여만명에 불과하지만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도시권은 600여만명 규모다. 미국 내 대도시권 규모로는 7위이다. 큰 규모이고 이름이 낯익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는 직항이 없고 미국 내에서도 끄트머리에 떨어져 있는 도시이기에 한국인 방문객 수도, 교민도 많지 않다. 나이가 든 세대는 미국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를 기억할 것이고, 조금 젊은 세대는 과학수사물인 ‘CSI 마이애미’가 익숙할 것이다. 농구팀 마이
[image1]맥스 브레너(Max Brenner)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고 싶어하는 초콜릿 바 겸 레스토랑이다.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의 번화가에 위치하여 뉴요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한번 들러보고 싶어하는 명소이다. 대머리인 창업자 오데드 브레너(Oded Brenner)의 외모를 십분 활용하여 가게 간판에 ‘대머리 남자의 초콜릿, 맥스 브레너(Chocolate by the Bald Man, MAX BRENNER)’라고 쓰여 있다. 오데드 브레너의 두상 스케치 위에 MB(독자들이 생각하는 그분이 아닌 Max B
‘키친네트(Kitchenette)’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와 할렘을 이어주는 암스테르담로(Amsterdam Avenue)와 웨스트 123번가가 만나는 꼭짓점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 티처스칼리지, 유니온신학교, 버나드칼리지와 맨해튼 음대 등이 위치해 있고 록펠러가 지어준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위한 기숙사인 인터내셔널하우스가 있어서 고층빌딩 가득한 맨해튼의 분위기와는 좀 거리가 있는 영락없는 대학가이다. 서울로 치면 고려대, 성신여대, 경희대, 외국어대와 카이스트경영대학원 등이 몰려 있는 성북구와 동대문구가 만나는 지역과 분위기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찾은 ‘카페 센트럴’은 입구 앞에 긴 줄이 서 있었다. 미국 뉴저지에서 왔다는 4명의 관광객은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며 대열에서 이탈해 일행의 대기 시간을 줄여주었다. 추석 당일 같은 시각 서울의 영화관에도 이렇게 긴 줄이 섰을까. 입구에 장난스럽게 앉아 있는 오스트리아 시인이자 작가인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의 전신인형을 보니 그가 여기에 왔었던 게 분명했다. 알텐베르크는 오스트리아 빈의 초기 모더니즘을 소개한 대표적 문인이다. 문학을 사랑해서 이 사람을 모델처럼 앉혀놓았을 리는 없을
영국 런던에 있는 해러즈백화점(Harrods Department Store)은 럭셔리 백화점의 대명사이다. 영국 왕실 및 귀족들의 각종 생필품을 공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에 세계 많은 백화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1834년 찰스 헨리 해러즈(Charles Henry Harrods)가 창립하였다. 조선으로 치면 순조 34년 때다. 지금의 위치인 브롬튼(Brompton)에 자리를 잡은 것은 1849년. 170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노포다. 1883년 화재로 건물이 불탄 이후 새로 건물을 지으며 지금의 위용에 가까워지
2000년대 중반 뉴욕에서 유학할 때 처음 ‘르팽’을 먹어봤다. 맨해튼 공연 예술의 중심지인 링컨센터 길 건너편이었으니 서울로 치면 예술의전당 길 건너편 서초동 골목 어디쯤이라고 하면 될 거다. 선배가 ‘르 팽 코티디앵(Le Pain Quotidien)’으로 오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고 갔다. 상호가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된 집이어서 대단한 음식을 사주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름 옷도 깔끔하게 입고 갔던 것 같다.어퍼웨스트 사이드를 관통하는 브로드웨이에서 살짝 비껴 있는 골목길에서 찾아 들어간 르팽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었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기원하여 미국의 상업화 및 기업화로 전 세계로 전파된 음식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과거에는 피자가 ‘서양 빈대떡’ 또는 ‘서양 파전’으로 불렸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빈대떡이나 파전이 ‘한국식 피자’라고 불릴 만큼 우리 입맛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 피자가 보통 사람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 것은 1985년 피자헛이 이태원에 1호점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설립자와 회사의 부침이 있었지만 피자라는 음식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대중화시킨 공이 크다. 그
100세 장수시대다. 당연한 얘기지만 60대 정년 이후 인생이모작은 필수다. 3년 전 기자 출신의 한 일본인이 정년 후인 65세 때 두부 전문집을 열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니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두부집을 차려 현지명물이 됐다는 뉴스였다. 퇴직금을 전부 긁어모아 스페인 초유의 두부집을 열었다고 한다. 당시 필자가 관심 있게 읽은 것은 건강 관련 대목이었다. 두부집을 차린 후 스스로도 두부를 식생활의 기본으로 삼으면서 퇴직 때보다 몸무게가 20㎏이 빠지고 혈압과 당 수치, 간 기능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국에서 처음 식당에 갔던 때를 잊지 못한다. 그때는 2005년으로, 내가 처음 아시아 대륙을 밟은 때이기도 했었다. 내 평생 첫 장거리 비행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한국인 친구들에 이끌려 서울 사당동 인근의 횟집으로 갔다. 한국 친구들은 공항에서 나를 픽업했는데 내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횟집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한국인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식당에서 크나큰 문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미국이나 유럽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그들은 서구인들이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수제버거 열풍이 불고 있다. 종편의 맛집 프로그램에서도 수제버거 맛집을 자주 접할 정도다. 수제버거라는 단어가 아직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포털사이트의 오픈사전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인스턴트 버거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수제버거의 원조를 놓고 서울 이태원에 있는 몇 버거집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필자는 1998년에 설립되었던 크라제버거(kraze burgers)가 실질적인 원조라고 본다. 2000년대 초반 크라제버거에서 팔던 햄버거 1개 가격이 5500원에서 75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새조개 채취는 보통 12월 이후 시작돼 5월이면 끝난다. 새조개는 조개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 ‘명품조개’ ‘귀족조개’라고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지 않아 ‘금조개’가 됐다. 전남 고흥 득량만에서 새조개 조업을 해온 정상래씨는 “작년보다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었다. 55㎏ 한 바구니에 지난해 평균 10만~13만원 하던 것이 올해는 최고가가 100만원까지 거래됐다”고
[image1]최근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에도 외국의 식당이 등장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푸드 채널에는 음식을 먹으러 일부러 외국을 찾아가는 방송까지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미국 뉴욕의 노마스(Norma’s)는 아직 먹방이 본격화되지 않던 7~8년 전부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대사 중에 언급되었던 집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여주인공이 뉴욕에 자주 간다고 하자 환심을 사려는 남자 배우가 “뉴욕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노마스에 가서 브런치 사드릴게요” 하는 대사를 했다. 필자는 그때 귀를 의심했다.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될
4월 하순, 마지막 봄비가 내리는 곡우(穀雨)다. 겨우내 언 땅을 녹였던 우수(雨水)의 비가 내리고 나서 딱 두 달이다. 나무엔 물 차오르고, 참나무의 새 잎들은 연두색으로 산을 물들인다. 농부들이 씨 뿌리는 사이, 서해의 어부들은 조기잡이로 북적거린다. 경칩·우수를 지나며 잠자는 개구리를 들쑤셔 깨웠던 대지의 소란은 전조였다. 마지막 봄비를 기다리면서, 우리 산하는 소리 없이, 땅속 깊이 들썩인다. 도처에서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진다.그 장관의 절정.부산 기장 앞바다에 출몰하는 은빛 용(龍).그야말로 4월의 진경(眞景)이다.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