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 해도 사회의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까. 이런 문제가 궁금하던 찰나 짤막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2018년 12월 6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실린 래리 커들로(Larry Kudlo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언급한 기사였다. 커들로 위원장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내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통상 문제 디테일(detail·세부사항)에 관여하면서 미국을 설득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태도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이 모두 퀸과 아바, 또는 특이하게 잉베이 말름스텐(당시는 잉위 맘스틴이라고 불렀다)과 같은 자극적인 음악에 열광하던 1980년대 말, 나는 보수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몰두한 외톨이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흥행기록을 써가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에 힘입어 퀸의 팬이랄 수도 없는 나까지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니 어느덧 그들도 ‘클래식’이 된 모양이다.당시 친구가 귀에 꽂아준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프레디 머큐리와 브라이언 메이가 부른 대로 ‘보랩’이라 줄임)는 그에게는 경천동지할 새로운 음악으로 비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겨우 두 시간 동안 영화 한 편을 봤을 뿐인데 그날 이후 내 생활은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틈만 나면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를 틀어놓고, 기회만 되면 그에 관한 기사를 찾고 듣고 또 찾고를 반복했다. 머큐리 중독증에 걸린 사람 같았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그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증상이란 말인가. 그를 통해 잊고 있던 과거를 되찾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음악이 50대 후반 중년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큼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일까. 아무
대전에 사는 A(31)씨는 지난 5월 말 한 달여 만났던 B(37)씨 때문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씨가 ‘그만 만나고 싶다’는 문자를 B씨에게 보낸 후 전화를 안 받자 B씨는 매일 새벽 2~3시까지 카톡을 통해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전화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계속 안 받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칠 시간을 주겠다. 그 안에 전화를 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못할 일이 생길 것이다.’‘다음 주 회사로 찾아가 사과를 받아야겠다. 기다려라.’A씨가 아무런 답을 보내지 않자 B씨의 문자는 점점 강도
[image1]애플 7505억달러, 구글 3680억달러, 페이스북 2223억달러, 아마존 1998억달러. 전부 합치면 1조5406억달러다. 지난 6월 1일 기준, 글로벌 4대 IT 기업의 시가총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4490억달러다. 전 세계 14위다. 글로벌 4대 IT 기업의 시가총액이 5000만 한국인의 국내총생산을 능가한다. 스톡옵션 형식으로 4대 기업 직원이 갖고 있는 주식 시가총액도 1인당 평균 6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2014년 미국의 명목 GDP는 1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보베라이트(Wowereit) 시장은 최근 “베를린을 유럽의 ‘창업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적극적인 창업 지원을 통해 베를린에 2020년까지 약 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베를린을 새로운 ‘미래도시’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핵심 내용으로 행복한 도시, 친환경 도시,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 그리고 세계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창업의 도시를 내걸었다.베를린공대는 유럽에서 ‘창업대학’으로 불린다. 이 대학의 크리스티안 톰젠 총장은 지난 10월 2일 서울 한
사 례1 지난 7월 14일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조정이혼 소식이 동아일보에 보도됐다.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의 한국미래연합 대표시절 비서실장 출신이고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인 만큼 이 기사는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갈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동아일보 보도 이후 다른 매체들의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후속보도라기보다는 동아일보 보도 내용에 일부 내용을 추가한 것에 불과했다. 온라인 매체들은 이런 기사를 경쟁적으로 네이버에 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어뷰징(abusing) 기사’
이진우(49)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아침을 먹고 간단한 작업도구 및 간식거리를 챙겨 6시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이씨는 전남 완도군 노화읍 동고리 인근 바다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 있다. 기자가 이씨와 함께 전복 양식장으로 배를 타고 나갔던 4월 15일은 전복에게 먹이를 주는 날이었다.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라는데 10~15일 간격으로 먹이를 준다. 한창 살이 오르는 5월에는 전복의 식욕이 왕성해 1주일에 한 번씩 먹이를 주어야 한다.이씨가 바다에 나가 처음 하는 작업은 전복에게 먹일 다시마 채취. 세 시간
겉보기에 대한민국 뮤지컬계는 온통 미스터리다. 분명 전체 시장 규모는 매해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돈 벌었다는 제작자는 만나기 힘들다. 지난해만 해도 폭발적인 성장세는 여전했다. 25% 가까이 매출이 신장됐고, 막을 올린 작품의 수도 어린이용이나 교육용 콘텐츠를 제외하고도 수백 편에 달했다. 이쯤이면 갑부까지는 몰라도 준재벌쯤은 등장할 만도 한데, 업계를 돌아보면 모두들 어렵다는 하소연뿐이다. 그나마 큰소리치는 몇몇 제작자나 업계 관계자 역시 공연의 수익 덕분이 아니라 정치적인 영향력, 공연계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에 기대고
박근혜 대통령이 두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 2월 26일 서울 대학로의 ‘쁘띠첼시어터’를 찾아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들은 공연계 인사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정극에만 출연해 온 한 중량급 연극배우는 “왜 하필 애들이나 보는 뮤지컬을 골랐을까…”라며 혀를 찼다. 반면 공연기획 쪽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국내 공연 산업의 대표 주자인 창작 뮤지컬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대통령이 관람한 이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은 장유정 극본·연출의 ‘김종욱 찾기’로, 20
IT 업계의 상식 중 하나로 ‘10배 효과(10×Effect)’라는 것이 있다. 기존의 테크놀러지를 압도할, 10배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IT 제품이나 발상은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얘기다. 조금 더 좋은 기능과 성능을 가진 IT 제품이라 할 경우 국지적으로 잠시 통할지 몰라도 곧바로 다른 제품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전화기·음향기·영상기기를 비롯해 인류의 생활패턴을 바꾼 애플의 아이폰은 10배 효과, 아니 100배 효과의 전형적인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애플에서 보듯 10배 효과가 앞으로 지나갈 길은 그 이상의 충격을
지난 1월 13일 구글은 전 세계 IT 업계의 새로운 지침이 될 기업 인수를 발표했다. 미국의 스마트 온도조절기 업계의 선두주자인 네스트 랩(www.nest.com)을 사들이는 데 무려 32억달러를 지불했다. 네스트 랩은 건물 안에 부착한 Wi-Fi(와이파이) 센서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실내와 유저의 행동을 탐지하는 IT 제품으로 유명하다.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송신하면서 외부로부터 통제를 받는 식이다. 최근에는 연기를 탐지하는 센서를 인터넷에 연결한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를 개발해 각광을
토종 증권사 41곳의 약 25%가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주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량 매물이 나온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15~16년 만의 일이다. 이는 증권사들의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면 아래에서 매각을 타진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영업 중인 토종 증권사의 최대 40% 정도가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인다. 간판이 바뀔지언정 M&A로 생존하거나 명맥이라도 이을 수 있는 증권사는 ‘행복하다’란 말까지 떠돌 정도다. M&A조차 불가능해 2013년 연말 결국, 스스로 청산을 결정하거
“부르고뉴 백포도주에 어울리는 치즈? 같은 지역에서 나는 에푸아스치즈가 괜찮아요.”“달콤한 와인을 좋아하시면 프랑스산 블루도베르뉴치즈를 드셔보세요.”“새로 나온 카망베르치즈예요. 브리보다 맛과 향이 진해요.”“아이들 간식용? 프랑스산 벨큐브나 미국산 스트링치즈를 아이들이 좋아해요.”브리, 카망베르, 에푸아스, 블루도베르뉴, 벨큐브, 스트링….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점 지하에 있는 치즈 코너에서 판매사원이 고객들에게 치즈 종류를 설명하느라 바쁘다. 진열된 치즈 종류를 보니 수백 종은 넘어 보인다. 매일유업에서 만든 상하치즈를 비롯해서
‘핀존(Pinzon)’이란 브랜드의 침구용품 전문회사가 있다. 이불, 침대커버, 목욕타월을 주 상품으로 하는 곳으로 가격은 중가(中價) 정도이다. 상품 평가 리뷰를 보면 별 네 개 이상이 대부분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핀존은 아마존닷컴이 자체 브랜드로 내세운 상품이다. 세상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종 전기코드나 배터리 전문 브랜드인 ‘아마존 베이식스(amazonbasics)’와 더불어 아마존이 직접 만들어낸 자체 브랜드다. 5년 전부터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아마존 브랜드인데 왜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할
워싱턴포스트 매입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가 웹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5년 전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시험 운영을 하다가 올해 샌프란시스코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LA까지 확장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아마존 프레시(fresh.amazon.com)이다. 1년 미국 시장 규모가 2200억달러에 달하는 ‘먹는 시장’, 즉 푸드 관련 분야가 아마존 프레시의 타깃이다.감히 기존의 닷컴 메이저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던, 미국 전역을 시야에 둔 새로운 블루오션에 아마존이
아시아나항공기가 지난 7월 7일(한국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면서 큰 사고를 냈다. 활주로를 따라 부드럽게 연착륙(軟着陸·soft-landing)하지 못하고 바퀴가 방파제에 걸리면서 기체가 크게 튀어오르는 등 경착륙(硬着陸·hard-landing)했기 때문이었다.경제 또한 비행기처럼 오르내린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가 오르내릴 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련한 조종사가 되어 최선의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가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때로는 경제가 지나친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인구 13억 중국의 성장 스토리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6000달러로 18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중국의 성장으로 세계는 물가 안정 속에 저가 공산품을 대량으로 소비하게 되었다. 21세기 초반, 세계 경제 고성장은 중국 고성장의 혜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를 고비로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중심의 사회주의를, 경제는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 슬로건은 자체 형용모순이다. 사회주의(계획경제)는
중국에서 회자되는 말이 ‘돈가뭄’이란 뜻의 ‘전황(錢荒)’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끝나고, 민간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사금융마저도 단속을 강화해 전황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2분기 경제성장률 7.5%라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지난 1분기(7.7%)에 비해서도 0.2%포인트 떨어졌다.이는 다분히 의도된 결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새장을 비워 새를 바꾸자”는 ‘등롱환조(騰籠換鳥)’파가 경제를 주도하면서 비롯됐다. 리커창 총리는 “경제성장률 마지노선은 7%”라며, 더 내려갈 수 있음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피치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4월 9일 세계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피치가 중국 위안화표시 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중국 국채 신용등급 하락은 199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달러표시 국채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가신용등급은 A+를 그대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당장 추가 강등 가능성은 낮다. 피치가 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떨어뜨린 것은 채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