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온 나라가 눈물바다였다. 정소영 감독의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멜로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서울 국도극장에서 7월 16일 개봉, 65일 동안 롱런하며 36만2000명을 모았다. 그때까지 한국 영화, 외화 통틀어 최다 관객이던 ‘성춘향’(1961년·36만1000명)’의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였다. 지금처럼 수백 개 멀티플렉스 동시 개봉으로 환산하면 1000만명을 훌쩍 넘는 숫자이다. 당시는 한 극장에서 한 영화만 상영했다. 개봉관에서 먼저 상영한 후 2번관, 3번관으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은 이렇게 시작된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오랫동안 서서 한쪽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곳으로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이 시를 읽던 고등학교 때만 해도 ‘가지 않은 길’은 설렘과 기대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가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가겠다는 다짐을 남겨둔 길이었다.그런데 나이 50을 넘긴 지금은 정반대다. ‘가지 않은 길’은 미지의 대상이 아니라
이어령 교수가 아프다. 지난해 이맘때쯤, 가을 나무가 잎들을 거의 다 떨군 즈음이었다. “주간조선 연재도 끝났으니 편하게 식사 한번 하자”는 전갈을 비서실에서 받았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날, 그는 이상한 말을 했다. “죽음이 어떤 모양으로 오는지 궁금했는데 그게 황량한 갯벌 구멍에서 기어나온 게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더군.”이건 또 무슨 말일까. 그는 메타언어를 즐겨 쓴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 말이 갖는 ‘언어의 언어성’에서 좁혀가는 식이다. ‘죽음’ ‘게’ 두 단어를 수수께끼처럼 품고 갸우뚱하던 차에 그가 말을 이었다